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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번역과 스토리에 대한 고찰: 선택과 책임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75.125) 2024.08.04 22:37:56
조회 455 추천 13 댓글 5

언더테일의 주제의식 중 하나가 선택과 그에 따르는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
내 선택에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 게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니까
이런 의미에서 determination은 팬이면 누구나 아는 당연한 상식이겠지만 이 게임의 핵심 요소임
번역과 스토리해석에 대한 글이니까 determination과 의지를 구분해서 쓰도록 하겠음. 이하 d~는 인게임의 개념을 말하는 거고 의지는 번역에서 사용된 언어임.

언더테일이 메인스토리는 솔직히 말해 유치하고 평면적임
게임요소를 싹 뺀 서사만으로 각 루트들을 보면 그냥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나 권선징악 고전소설 정도의 깊이라고 봄
그럼 뭐 때문에 게임 자체의 평가가 좋냐? 나 포함 언갤럼들은 왜 나이를 중학생 이상쯤은 먹고 뇌 빼고 어린이 수준 게임을 하고 있나? 온갖 것에 다 박더니 드디어 정신연령이 퇴행한 것이로구나!

루트 세 개가 통합되면서 언더테일 스토리가 완성되는 건 바로 determination 때문임
게임 내에서 determination이 사용되는 곳은
1. 세이브로드 능력
2. 일상적인 대화(덤디덤의 stay determined: 의지를 가지거라)
3. 죽음을 극복하는 힘
으로 크게 세 곳임. 뭐 1과 3은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지만 대부분 아니니까
이제 쓰기도 귀찮은 d~를 한국어로 가장 가깝게 묘사해보자면 의지will+결정choice일 것임.
2. 일상적 대화와 3. 죽음을 극복하는 힘에서는 의지will의 뜻으로 쓰였음. 그럼 1. 세이브능력은? 그게 바로 의지+결정의 두 의미가 함께 사용된 사례임.

아까 언텔이 루트별 스토리를 떼서 보면 엄청 참신하고 그러진 않다고 말했잖아
뭐 영화나 애니메이션이었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다른 점은 언더테일은 게임이고, 게임은 선택이 중요한 동시에 세이브를 할 수 있다는 점임

막말로 토비 폭스 감독 영화 언더테일이었다고 쳐보자
영화속에서 주인공 프리스크가 잡몹을 싸그리 죽이고 은인인 토리엘과 순수한 친구 파피루스를 죽여버린다고 영화관에서 캬라멜 팝콘 L 먹으면서 시청중인 내가 죄책감을 느낌?
누구한테 감정이입하느냐에 따라 저런 인간쓰레기를 봤나 괴물들 불쌍하다 or 잘한다 선빵치는 괴물새끼들 다 쓸어버려라(난 실제로 겜하면서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는데... 있다고 해도 존중함) 정도의 반응만 하고 끝이겠지

몰살루트 스토리처럼 주인공이 악당인 장르는 차고 넘침. 찾아보니까 피카레스크라고 이름까지 있더라
영화는 내가 스토리를 선택할 권한이 없음. 권한이 없기 때문에 주인공이 깽판을 치고 다녀도 나는 마음으로든 서사 내에서든 책임질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음. 그게 주인공이 착하게 산다고 흐뭇함은 몰라도 '뿌듯함/자부심'은 느껴지지 않고, 주인공이 쓰레기짓을 한다고 분노 혹은 슬픔은 몰라도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는 이유임.


게임이 영화와 다른 건 주인공의 행동을 플레이어인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임.
그리고 언더테일이 호평받는 건 그 선택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고, 책임을 플레이어인 내가 져야 하는 점 때문임.
플레이어는 인게임 캐릭터들과 다르게 시간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능력이 있지. 이 능력으로 수많은 선택을 해볼 수 있음

책임이라고 하면 노멀 샌즈의 비난이나 몰살 차라, 영혼없는 불살 등등 결말부터 생각나지만 결말 보기 전에도 수없이 책임을 짐
내 의지와 다르게 혹은 후회되는 일을 했다면 나한테는 determination 세이브를 통해 귀찮은 노가다와 전투를 굳이 다시 선택할 수 있음. 그리고 그렇게 귀찮게 책임을 져야 원하는 결말을 볼 수 있음
당장 나는 1회차때 메뉴 공격 행동 이것저것 누르면서 이게 아닌가 저게 아닌가 하다가 정말 원하지 않게 토리엘을 보내버린 적이 있음. 결국 전 세이브파일로 돌아가서 다시 하는 개노가다를 하면서 책임을 져야 했음 ㅠㅠ
책임은 이걸로 끝나지 않고 토리엘이 세이브를 알고 있는 티를 낸다거나 하면서 죄책감 즉 감정적 책임을 자극함(왜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눈치니?)
막타로 난 다 알고 있다는 꽃새끼의 일침으로 죄책감이 폭발하게 되지

다시 결말로 돌아오면 플레이어는 몰살을 보면 굉장히 찝찝하면서 죄책감이 들고(감정적), 수습하려고 불살을 노력해보지만 결과는 뭐 말 안해도 알지?(서사적)

이 모든 건 플레이어가 determination이라는 선택 가능성이자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
샌즈가 물어보잖아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있는 자는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할까?
여기서 예라고 하든 아니오라고 하든 플레이어는 책임을 지게 돼 있음

그런 의미에서 의지 번역은 determination의 '선택'부분을 못 살린 것 같아서 아쉬움
근데 불만만 많은 놈아 그러면 네가 번역해보거라! 하면 나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음
몰살의 명대사 *의지.에 대입해보자

*결의.
:아무리 봐도 구어체에 쓸 단어는 아니라서 게임 내에서 일상적으로 쓸 때 이상함. 한자는 겹칠지 몰라도 어감이 마치 숭고하고 고결(파란영혼말고ㅎ)한 목적이 있어야만 할 것만 같음... 차라 결의를 가지거라 - 여기가 어색해짐.
무엇보다 한자가 겹칠뿐 결정/선택이라는 의미는 정작 별로 안 살아남

*결정.
:어감이 크리스탈 같음. 이건 반대로 선택choice이라는 의미에 집중해서 의지나 결의의 의미가 없음

*선택/결단 등등
:결정보다 더 이상함
무엇보다 샌즈가 파피루스 죽였을 때 선택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때문에...

약간 determination이 쓰이는 상황과 각각의 번역에 대해 시각화를 해보자면 이정도?

표 귀찮아서 텍스트로 대충 만들었음 심하게 깨지면 말해줘
  
                            |   의지       결의       결정      선택/결단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세이브로드 능력  |    ?             ?              ?              ?
차라의 과거         |    O            X              X             X
융합체                 |    O            O              X             X  



결국 한국어에 determination의 완벽한 대응이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봄
근데 그게 하필이면 운 더럽게 없게도 게임의 핵심주제였던 거지
샌즈가 아재개그 10연발을 날리는데 그 중 하나는 이건 언어의 신이 와도 번역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빼버린거임. 와 근데 이게 나중에 가니까 제일 중요한 떡밥이네? 억까 오졌다

여기서부턴 그냥 주저리인데
영->한 번역이 진짜 미친듯이 어렵긴 하네
안그래도 언어끼리 거리가 먼데 높임표현과 말투에 캐해까지 녹여야 하니까
솔직히 나는 아직도 캐릭터들 말투에 더 나은 번역이 있을까 고민 많이 함
일단 howdy greetings hi hey heya 등등등...의 차이를 살리지 않은 게 있지
차라가 존댓말을 쓰는 건 어땠을까? 그건 좀 아닌가...
언다인이 안 친할 때 말투가 너무 다정하지 않나? 격식체를 살리는 게(대표적으로 군대 다나까체) 더 낫지 않을까? 그건 좀 아닌가...
언다인이 덤디덤한테 존댓말을 할까?
샌즈는 비표준어를 많이 쓰는데 적당히 사투리 섞어쓰는캐로 번역하면 어땠을까?
등등등 끝도없음.

그리고!! 이 글의 의도는 번역 ㅈ같이 했다 오역이다 하면서 팀왈도 번역을 까려는 게 아님
나는 전체 스크립트를 번역해서 패치까지 만들어낼 *의지.도 능력도 없음...
원래 내 일이 아니니까 감놔라 배놔라 할 힘이 있는 거지 뭐
그냥 덕질의 일환으로 분석한거라고 봐줘 ㅋㅋㅋㅋ

결국 번역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함
'이게 낫다'는 돼도 '이게 맞다'는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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