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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OF DELTA-15:결단모바일에서 작성

튜드(175.223) 2024.11.15 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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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야, 크리스!'





플라멋의 목소리다.
가시반지라는 걸 노엘에게 쥐어준 녀석의 목소리다.




"...좀 쓰러져 있을 수는 없는거야?"
'뭐 좀 물어보자.'
"...뭔데?"

'아까 뭘 어쩐거야.'



난 눈을 떴다.
반투명하고 지직거리는 흑백 얼굴이 날 바라보고 있다.
"뭘 어쩌다니."
'아니, 너 내 치트 맘대로 쓴거 있잖아."
"...영혼 색 바꾸는 건 별말 안하더니만, 왜 그거 갖고 난리인 건데?"



'네가 쓴 버그는 이 게임의 데이터 상으로 불가능해.'






"데이터를 조작하는 건 네 전문 아니었어?"
'야,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야, 멍청아.'
'버그는 데이터의 빈틈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고, 나는 그걸 유도한 것 뿐이라고.'
'데미지 중첩, 아이템 복사같은 건 그렇다 치자. 나도 그정도는 가능하니까.'

'근데 '분신'은...대체 뭘 어쩐거야?'

"그냥 내 코드 복사했는데."
'그냥?그으으으냥???'
'너에 대한 복종심이 깊숙히 박혀있는, 명령도 착실히 수행하는 분신을 다섯이나 만들어 내는 게 그냥 코드 복사한다고 될 일 일것 같아?'
".........."
'솔직히 말해.'
'누가 도와줬어?'














'...네 도플갱어?'
"이름도 안 말해주고, 만날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이야."
"직접적으로 도와준 것 같지는 않지만...내가 그 능력을 각성하도록 일부러 공격한 것 같긴 해."

'.....일단 그거, 쓰지마. 당분간은.'
'네가 잠든 사이 코드를 뒤져봤는데, 그 능력 때문에 잠깐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아. 그래서 잠깐 환각을 본거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영혼 색 바꾸기까지만 써. 그건 너한테 별 영향 없으니까.'



"알겠는데, 플라멋..."

"왜 날 돕는 거지?"

"어차피 나랑 플레이어 중 누가 이기든, 네게는 재밌는 구경거리에 불과할텐데."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다.
작은 노크 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그걸 더 재밌게 만들어야 될거 아냐?'















"안에서 누구랑 얘기했냐, 짜샤?"
수지가 침대에서 뒤척이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더 헝크러뜨렸다.
"...혼잣말이야."
"혼잣말이라기에는 좀...이상한데."
"아, 맞다. 크리스, 나 너한테 물어볼 게-"



"아...미안하구나. 너희 대화를 방해해버렸네."
토리엘이 1층에서 파이를 들고 올라왔다.
어느 정도 식었는지, 온기는 보이지 않는다.
"...아뇨, 괜찮아요."
"아직 별로 배고픈 편은 아니거든요."
"아!이건 파피루스 건데..."
"혹시...이걸 전해다 줄 수 있니?"
"내가 가면 좀..."
"....."
...아스고어의 죽음이 확정됐는데, 파피루스 근처에 가면 우울함이 증폭되겠지.

"네. 괜찮은가 한번 볼게요."
















토리엘도 알고 있었을 거다.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를 잃은 자가 절대 괜찮을리 없다는 걸.
잃어버린 자의 물건을 쥐며, 잃어버린 자의 방에 앉아, 그 추억만은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랄 거란 걸.
...파피루스에게도 그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허무, 고통, 그리움.
공통적으로 누군가를 잃은 자의 눈빛이 말하는 것들.
개인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감정은 언젠가 찾아오게 되어있다.
잃어버린 자를 추억할 때, 언제 어디서든.
하지만, 파피루스의 눈에서 불타던 또다른 감정이 있었다.




분노.





형을 앗아간 자가 아닌, 그 자체를 향한.










"다 본거야?"
파피루스는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에는 아직 눈물이 고여있다.








"파이 다 식었어."
"....."
"먹어."
파피루스는 날 향해,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괜찮아. 별로 배고픈 건 아니거든."
"조금 이따가 먹을게."






정적이 방 안에 감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방 구석에서 빙빙 돌고있는 소용돌이 뿐이다.
난 소용돌이 위에서 돌고있는 개를 눈으로 따라갔다.
개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조용히 벽을 통과해 나가버렸다.
파피루스도 개를 보고 있었는지, 개가 나간지 얼마 안되어 입을 열었다.

"형이 얘기해줬어?"



"얘기해줬긴 했는데, 다른 괴물에다가 자길 투영해서 말하더라고."
"...자기를 엄청 자책하고 있었어."

"......."

"어떻게 알았어?"

"...형이...죽었을 때, 하얀 눈알은 가루가 되지 않았어."
"그리고 그걸 집었을 때..."
"모든 게 기억났어."
"형이 나와 몇번이나 같이 싸웠는지."
"형이 나에게 몇번이나 거짓말 했는지."
"형이 몇번이나 죽었는지."
"....형이 날 몇번이나 죽였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멎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구석의 소용돌이가 움직임을 멈췄다.
떨어지지 않은 채, 공중에서 그냥 멈춰버렸다.
창밖의 눈이 허공에 정지했다.
마치...
시공이 멈춰버린 것처럼.



"난 대체...형을 어떻게 해야 해?"
"형을 자랑스러워해야 돼, 증오해야 돼?"
"난...도저히 모르겠어."
"도저히...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




주위는 어둡다.
빛이 맴도는 곳은 우리 주위 뿐이다.
빛의 움직임도 멈춰버린 걸까?
흐느낌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가 형을 죽였어."
"내가 조금만...조금만이라도 그 애들을 믿지 않았다면..."
"샌즈는 지금쯤 여기서 태평하게 낮잠이나 자고 있을거라고."

'샌즈는 일부러 죽은 거야'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공기의 떨림에 점점 구겨져 가는 파이를 완전히 짓뭉개고 싶지는 않으니까.




무언의 압력이 공간을 짓누른다.
움직이려 해도 움직일 수 없다.
자책과 증오의 눈물이 흐른다.

지금 저 녀석은 감정이 격해져 자신의 힘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
조금 귀찮더라도...
지금은 이 해골을 달래줘야 할 때다.



"입 다물어."

파피루스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압력이 약간 약해진 것 같다.
"그런 약한 소리만 지껄일 거면 입 다물라고."

"샌즈를 죽인 건 그 인간 녀석이야."
"네 형이 죽은 데 네 탓 따위는 전혀 없어."
"탓할거면 이런 기교한 운명이나...그 살인마들을 탓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발로 걷어차버린 놈들을."

파피루스는 여전히 날 바라본다.
공기를 짓누르던 압력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네 형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건..."
"너에게 형은 좋은 사람이었다는 뜻이겠지."

"......."

"그럼 딱히 생각을 바꾸지는 마."
"원래 마음은 변화를 싫어하거든."
"그게, 음, 그가 원했던 '쿨'한 방법일거-"











딱딱한 뼈가 내 몸통을 휘어감는다.
뜨거운 눈물이 내 뺨에 떨어진다.
파피루스는 자신의 형의 이름을, 자신을 죽였던 자의 이름을 몇번이고 반복한다.


그는 잠시 진실을 외면한 채, 형을 잃은 동생으로서 울었다.

















"야, 왜 불렀냐?"
수지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구석의 소용돌이가 놀란 듯 움찔거렸다.
"파피루스가 우리 다음 행선지를 말해준대서."
"일단 내 옆에 앉아봐."




"일단, 너희는 너희 세계로 가고 싶은 거지?"
"그러면...코어 쪽으로 가는 게 좋겠네."
"거기는 유명한 알피스 박사님도 있으니까, 분명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야."
수지는 알피스가 박사라는 사실에 격분했다.
난 수지를 팔꿈치로 찔렀다.
"그럴려면 일단 워터폴과 핫랜드를 지나야 해."
"이따가 그곳의 왕실 경비병들에게 연락을 돌릴 테니까, 방해가 될 일은 없을거야."
"...다만..."

"왜, 무슨 문제 있어?"

"여왕님이 쉽게 허락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그...코어에서 사고가 나서, 그래서..."


"여왕님의 아이를 잃었거든."



...그래서 아스리엘의 이야기를 꺼린 건가.
아니, 어쩌면 이 세계의 내가...


"분명 엄청 반대하실 거야. 그때의 광경은 진짜...끔찍했거든."
"그건 정말로.....본 사람만 알 수 있을 정도야.

"...그럼 어떻게 허락을 받지?"

"...여왕님께는 미안하지만..."
"밤중에 몰래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여왕님께는 내가 말해줄게."

"야, 진심이야?"
"그렇게 되면, 네가..."

파피루스는 웃어 보였다.
억지가 아닌, 진짜 웃음으로.

"너희도 집에 가야될 거 아냐."



".....고마워."
"이건 절대 잊지 않을게."
수지는 사인이 된 농구공을 들어올렸다.
검은 사인이 빛에 번들거린다.

"언제 또 만나자고, 짜샤."
















'들었어요, 토리엘?'
'히히히히...저 맹랑한 아이들이 집에 갈려고 그렇게 위험한 곳에 제발로 뛰어든다더라고요.'
'자, 뭘 해야할지 알겠죠, 토리엘?'


'이 세계가 그렇게 친절한 곳은 아니란 걸 보여줘야지.'

--------
오늘의 코멘트:감마 일해요
이번화는 대화 양이 확실히 많은 편이었다. 실제 작가분께 내 소설 보여주니까 희곡 한 번 써보라고 하시더라...
슬슬 떡밥도 화수도 쌓여가니까 한 번 쭉 보고 궁금증 있다면 언제든 질문해줘라. 맥거핀은 되도록 만들지 않을 예정이니까 질문이 소설 부분부분의 공백을 잘 채워줄 것 같다.

오늘도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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