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평소대로 소오련 중전차(重戰車)로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왠 늙은 자주포 하나가 나를 불렀다.

눈먼 대포병에 맞았는지 벌써부터 체력이 얼마남지 않아보였고 화통이 고장이라도 났는지 터덜거렸고.

한발이라도 쐈다간 반동으로 격파되버릴것같은 거지꼴이었다.

"에에잉! 이놈아! 무슨 소오련놈이 산을 타느냐!"

나는 대답했다.
"저는 장갑이 두껍고 빠르기에 언덕을 피해없이 올라갈수 있습니다."

늙은 자주포는
"에에잉 바보천치같은놈! 언덕을 올라가면 뭐해, 아래를 내려다볼수도없는 머저리놈이... 그래도 가려거든 니맘대로해라! 그전에 나를 저 언덕에 올려주고가주이..."
하더니 대뜸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맞는소리같기도 했다.
영감을 언덕으로 밀어주고 나는 다시 언덕으로 향했다

어느정도 오르니 저 멀리서
"머저리같은놈.. 소오련놈이 언덕을 가서 뭐하누..."
하고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것같았다.

마침내 언덕을 거의 오르자 좋지않은 예감이 들었다.

주변엔 아군 중국전차와 소련전차의 잔해가 널부러져있고 앞에선 괴이한 물체가 다가왔다.

느릿히 오는게 아주 괴상했다.
'씨부럴..'
포를 한방 싸갈겨보았지만 괴이한 물체는 끄떡도 하지않았다.
마치 거북이 등딱지를 때리는 기분이었다.

그 뒤로 돌대가리라 불리는 놈들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한놈. 두놈. 셋..넷이나 되었다.

'씨이부럴..'

언덕위로 내밀었던 고개를 다시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물러날곳은 없었다.  반대편도 밀리긴 마찬가지였다.

발버둥이라도 쳐보려 다시 언덕을 기어올라갔다.

"쾅ㅇ콰오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먼지가 일었다.

눈을 떠보니 괴이한 거북이는 움직이지 않았고 돌대가리놈들은 대가리를 빼꼼거리며 눈치만 보고있었다.
'자주포! 우리팀엔 그 영감탱이 하나뿐일텐데!'
나는 깨달았다. 돌대가리들은 숫적으로 훨씬 유리한데 눈치만 보고있었다.

그 돌대가리들은 귀도 없고 얇디얇은 이쑤시개같은것을 달고있었다. 네놈 모두.

...

그렇게 그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후 영감탱이에게 감사라도 표하려고 기지로 돌아왔다.

'!'

내눈앞에 보이는것은 무수히 많은 격파된 적의 잔해와...

내가 올라갔던 언덕쪽을 마치 장판파처럼 막아서고 격파된채로도 주포를 하늘높이 들고있는..

영감 자주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