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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95 "시즈탱크"

김유식 2010.07.28 15:07:01
조회 8311 추천 5 댓글 35


  12월 27일. 일요일.


  오늘도 날씨가 쌀쌀하다. 영하 10도 정도는 되는 듯. 아침으로 아욱국 건더기만 먹고 머리를 감았다. 방바닥은 따끈하고 머리 위의 공기는 차갑다. 쌍화차를 마시며 ‘열혈강호’를 보다가 잠이 솔솔 와서 눈을 꿈벅거리고 있으니 장오가 이불을 꺼내준다. 오전 중에 2시간 가까이나 퍼질러 잤다. 오전 11시쯤 일어나서 그저께부터 남은 떡을 야금야금 갉아먹고는 TV 프로그램 ‘세바퀴’를 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방을 쓸고 배식 준비하는데 3방의 소지가 또! 맛있는 김치찌개를 가져다줬다.


  점심으로는 된장국을 마시고 카레에 들은 양배추도 먹었다. 일요일이라 할 일이 없다. TV 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책 읽는 거 외에는 딱히 할 게 없다. 창헌이라도 있으면 장오랑 노닥거리겠지만 혼자서 장오랑 놀려면 버겁다. 꼭 내가 손오공이고 장오는 석가여래가 된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장오를 데리고 놀아봤자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노는 듯한 느낌이다.


  읽고 있던 ‘콜디스트 윈터’은 아주 조금 남았고, ‘지상 최대의 쇼’가 아직 남아 있다. 오후에도 뒹굴뒹굴 책을 읽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까지 장오는 한 번도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용변을 보지 않았을 수는 있겠지만 이놈 생각해보니 양치도, 세수도 안 했다는 뜻이다. 박경헌도 씻는 걸 싫어했지만 뚱뚱 가물치도 만만치는 않다. 억지로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이번 주에는 칼로리가 무지하게 높은 케이크와 백설기 떡을 두 개 반이나 먹고 말았다. 그동안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먹어 대서 뱃속이 놀라지나 않았을까? 또 이런 음식을 먹다 보니 계속 음식이 땡기는 것이 수상쩍다. 조심하지 않으면 손이 계속 간다. 또 어제는 ‘구운양파’까지도 먹었다. 이제는 더 먹을 떡도 없으니 살이 찌지 않도록 주의해야지.


  저녁 배식 전에 만화책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장오를 보고 있자니 참으로 뱃속이 편한 놈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놈의 행복지수는 아마 전 세계 인구 중에서 상위 0.00001% 안에 들 것 같다. 부탄과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배가 고파도 행복지수는 높다는데 저 놈은 배가 고플 리도 없다. 그런 생각으로 바라보며 있는데 낄낄낄 웃으면서 만화책을 넘기면서 다른 손으로는 빵을 씹어 먹고 오징어도 뜯는다. 내 미각으로는 빵과 오징어는 궁합이 안 맞는다. 오징어는 땅콩과 같이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저 놈의 가물치는 빵과 오징어를 동시에 씹는다. 청국장에 토마토 케첩을 발라 먹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묘한 놈이다.


  아무리 봐도 저 놈이 171학점이나 이수했을 것 같진 않다. 창헌이와 이재헌 사장과 협공으로 공격해도 밀리지 않는 놈이지만 혼자서라도 공격해 보기로 했다. 일단 내가 먼저 발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클로킹 후 기습 공격도 필요하다. 이재헌 사장이 나와 얼라이를 맺고 측면에서 사거리업이 된 마린의 스팀팩 공격을 해 주면 더할 나위 없다.


  “장오야.”


  “네.”


  지금은 청문회 시간이 아니다. 장오도 내가 공격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사실 최근의 장오는 어떤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고 우리 5방에 자리를 잡았다. 뚱뚱 가물치가 또아리를 틀고 뿌리까지 단단히 박고 있어서 요즘은 가물치의 천국이다. 교화지원금도 생기고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지내는데다가 먹을 것도 많으니 김일성 수령님이 말하는 이런 지상낙원을 어찌 마다하겠는가?


  "너희 담당교수가 누구였냐?”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동공이 먼저 넓어진 것은 장오가 아닌 무협지를 읽고 있던 이재헌 사장이었다. 왜 난데없이 담당교수를 묻는지 궁금하다는 눈초리다. 하지만 나의 모든 육감은 장오를 향해 있었다. 우리 편인 줄 알고 길을 터줘서 들어온 럴커가 뚱뚱 가물치를 콕콕 찌르고 있는 중이다. 장오에게서 리히터 지진계로 0.0001 정도 될 것 같은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교수요?”


  능청스러운 장오의 반문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일 것이다. 나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몰아쳤다.


  “엉. 그래 담당교수 말야. 이름이 뭐였어?”


  장오의 공력도 만만치 않다.


  “그걸 왜 물어보세요?”


  강펀치를 맞고 잠시 흔들린 권투선수처럼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벌고 있다. 이때 공격 의도를 보이면 말짱도루묵이다. 다 필요에 의해서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야 했다.


  “응. 그냥 인테리어 쪽이라니까 혹시나 아는 교수인가 싶어서.”


  “그걸 알아서 뭐하실 건데요?”


  잠시 긴장했던 가물치는 공격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는지 다시 또아리를 제대로 틀었다.


  “그냥 물어보는 거야. 누구였냐?”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지방대잖아요. 꼴통학교요.”


  장오의 싸뭉개는 반격에 화가 난 것은 옆에서 듣고 있던 이재헌 사장이다.


  “장오야. 니는 왜 그래 말이 많노? 그냥 대답하면 되지! 어른이 물으면 후딱후딱 대답하그래이!”


  이재헌 마린의 측면 공격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또아리를 틀고 하이브까지 변태한 가물치에게는 깜도 안 되는 공격이다.


  “저도 어른인데요?”


  아마 창헌이가 들었다면 난리가 났을 법한 반격드립이다. 뭐 사실 따지고 들자면 장오와 나와의 나이차는 11살이니까 어른 대접 받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 적다. 그리고 장오도 미성년자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이재헌 사장은 화가 났다.


  “장오야. 무슨 말이 그래 많노? 대답이나 해라~”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이재헌 사장을 쳐다보다가 내게로 눈길을 돌린 장오의 새 공격은 의외였다.


  “김 대표님이 아시는 사람이 누군데요?”


  그러니까 담당교수 이름은 대지 않고,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물어봤다고 말하니, 장오는 그 아는 사람들 명단을 주면 자기네 교수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주겠다는 이야기다. 머리를 쓰는 건지, 아니면 데리고 놀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때 멀리서 아군의 시즈탱크 공격이 터져 나왔다.


  “야이~ 씨발놈아. 너네 교수 이름만 대면 되잖아! 지금 엉까냐? 엉? 저 씨발놈이. 이 형이 문 따고 들어가서 아가리를 벌려줄까? 엉?”


  복도를 지나가던 창헌이가 창살에 얼굴을 대고 장오에게 포격을 하는 중이다. 공3업 된 시즈 모드 탱크의 공격력은 엄청나서 장오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장오에게 시즈탱크는 계속 포격을 가했다.


  “야이 씨발놈아. 너 구라까지 말고 솔직히 말해라. 너 그 대학교 졸업 못했지? 엉? 다닌 건 맞냐?”


  “졸업만 못했어요.”


  ‘엉?’ 이게 무슨 소리냐? 내 귀를 의심해야 하는 순간이다. ‘졸업을 못했다고?’ 저 녀석이 분명 171학점을 이수했다고 했는데 졸업을 못했다니? 그리고 이렇게나 쉽게 자백을 하다니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었다. 담당교수 이름을 댈 것이 없어서였을까? 이재헌 사장이 장오게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


  “장오 그게 무슨 소리고? 니 대학 졸업하고 인테리어 가게인가 차렸다가 망했다고 하지 않았나?”


  “망했죠.”


  장오의 대답에 창헌이가 몰아쳤다.


  “아오! 저 씨발놈 저럴 줄 알았어. 너 솔직히 말해라. 그 학교 다닌 적도 없지? 졸업만 못한 거 아니지?”


  “아니에요. 3학년까지는 다녔어요.”


  “아오 저 새끼, 저거 청문회 제대로 다시 해야 하는데. 그렇죠? 김 대표님.”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으로 미역건더기와 3방에서 또 김치찌개를 가져다줘서 김치를 건져 먹었다. 아마도 내일부터는 김치찌개 얻어먹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3방의 강간범 소지가 30일에 출소하기 때문에 만기방으로 전방을 가면 맛있는 찌개도 이젠 끝이다.


  밖에서는 눈이 내린다. 내리는 모습으로 봐서는 쌓일 듯하다. 아내에게 또 지인들이게 보낼 편지를 정리하고 책을 읽었다. 2009년의 마지막 일요일도 이렇게 지나갔다. 


  - 계속 -


  세 줄 요약.

1. 장오는 추저분하다.
2. 장오는 서울구치소가 지상낙원이다.
3. 장오는 대학 졸업 건에 대해서 구라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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