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연인 15회, 16회에서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끌려갔던 포로들의 속환 문제가 다뤄졌다. 장현이 형님으로 받드는 의주의 건달 출신인 양천은 포로들에게 "속환이 됐어도 조선으로 돌아가는 길이 험한 건 알고 있지. 강을 건너다가 죽고 속환문서를 뺏겨서 도로 데려오기도 하고, 산적을 만나 죽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16회 방송분에는 환향녀의 이야기도 나왔다. 여주인공 길채가 환향녀이다.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 간 후 갖은 고생과 고통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가 환향녀이다. 힘들게 돌아온 고향 조선에서는 또 다른 시련들과 수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환향녀 길채를 두고 조선 여자 망신은 다 시켰다. 뻔뻔스럽다. 오랑캐에게 더럽혀진 년"이라며 수군거렸다.
길채는 고향으로 돌아와 남편을 만났지만 길채가 포로로 잡혀간 사이 다른 여인과 혼인한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 구원무는 당황해하며 길채에게 "그곳에서 아무 일도 없었겠죠"라고 말했다. 아내 길채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걱정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오랑캐에게 몹쓸 짓을 당했을지를 먼저 물어본 것. 종사관 구원무에게는 길채가 정절을 지켰는지가 중요했다.
남궁민(연인 이장현 역) /사진=MBC 드라마 연인 포토
길채가 남편 구원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장면에서는 작가가 환향녀에 대한 어떤 시선인지 잘 드러난다.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건 저의 잘못이 아니다. 그 일로 이혼을 요구했다면 전 물러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심양에서 이장현 나리에게 마음을 준 것은 미안하다. 그래서 이혼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사리가 명백하고 뜻이 분명해 작가가 얼마나 이 문장을 힘들여 썼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당당히 이혼을 선언하고 돌아섬으로써 길채의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살려냈다. 수십만 명의 환향녀는 당시에 큰 사회문제로 남았다. 인조 왕에게 환향녀에 대한 상소문들이 이어졌다.
며느리가 정조를 잃어 집안 족보를 이어갈 수 없으니 이혼을 허해달라는 상소가 있기도 했으며 자신의 딸이 환향녀라는 이유로 이혼을 당할 처지에 놓였으니 혼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친정아버지의 상소도 있었다.
안은진(연인 유길채 역) /사진=MBC 드라마 연인 포토
서로 다른 입장인 두 상소 모두 처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슬픈 현실이었다. 오죽하면 한양 도성으로 들어오기 전 국영여관인 홍제원의 연못에서 목욕을 하면 과거를 씻을 수 있다고 했을까. 드라마 '연인'에서는 전쟁을 겪고 정신이 혼미해진 길 채의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딸인 길채가 남은 평생 치욕 속에서 살지 않게 해 주겠다며 딸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드라마 '연인'은 병자호란과 전쟁 이후의 주변과 조선의 역사를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멜로는 거들 뿐이고 청나라 칸 홍타이지는 송산전투에서 승리했지만 부상을 입고 부하도 많이 잃었다. 만리장성 동쪽 끝 관문인 산해관을 차지하지도 못했다.
자신의 딸인 각화에게 "민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포로를 학대하며 시끄럽게 하지 말아라"고 당부하고는 죽는다. 인조는 칸이 죽고 나자 더욱 불안해한다. 더욱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인조는 책임정치보다는 불안정치를 한다. 그 틈새를 파고들어 인조에게 입 안의 혀처럼 구는 김자점이 있다. 그 공으로 김자점은 영의정이 된다.
유길채와 이장현 /사진=MBC 드라마 연인 포토
인조반정 공신으로 좌의정과 공조판서에 오른 심기원이 한 말을 보면 인조의 불안증세가 잘 드러난다. "전하께서는 참으로 무서운 분이시다. 최명길을 의지하고 싸고도시더니 이제는 최명길이 책임을 지고 죽길 바라시다니. 신하들은 누굴 의지해야 하나. 불똥이 튀기 전 조정을 떠나겠다" 인조는 주전론을 받아들였지만 목소리만 컸지 어찌 전쟁에 대비해야 할지 준비는 부족했다. 왕은 그때그때 불안해하며 최명길 잡기에 나섰다.
홍타이지가 죽고 이어서 권력을 잡은 도르곤은 무서웠다. 어린 조카 순치제를 왕좌에 앉히고 사실상 황제노릇을 한 셈이다. 도르곤은 자신의 어머니를 순장시킨 홍타이지에게 복수하는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홍타이지의 여인들을 자신이 취하기도 했다. 도르곤이 실권을 잡자 세자의 고향 방문 요구를 들어주었다.
전혜원(강빈 역) /사진=MBC드라마 연인 포토
인조는 소현세자와 강빈을 활용해 정보외교를 펼쳐야 하지만 그 반대로 소현세자를 경계했다. 강빈에게 자신의 수라에 독을 넣었다는 누명을 씌우고 궁안 저주 사건에 연루돼 사사됐다. 강빈의 아들도 유배로 죽게 만들었으며 친정 식구들도 화를 당했다.
도르곤이 권력을 잡자 장현은 그동안 포로 속환으로 돈을 벌어온 용골대가 자신도 숙청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이용해 그에게 접근하며 외교력을 발휘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인조가 아들 소현세자와 외교문제를 해결해낼 생각은 않고 견제하는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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