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직사회에 '고령화 그늘'이 드리웠다. 사법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방법관의 종신 임기제에 따라서 96세까지 자리를 지켰던 판사는 정신 건강의 문제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5선 이상의 의원들이 즐비한 의회에서도 고령 의원들의 인지 능력이 구설에 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고령 리스크가 유권자들의 걱정거리이다.
폴린 뉴먼 판사/사진=X(트위터)
"폴린 뉴먼 판사(96세)는 39년간 법원에서 일한 '미국 특허 시스템 영웅'이자 '가장 사랑받은 동료'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올해 초 이후에 그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한 상태인지에 대한 의심들이 커졌습니다"
현지 시간 20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984년에 임용되어 현직 미국 판사 가운데 가장 최고령 뉴먼 판사에게 1년간 정직 처분을 내리면서 이같이 밝혔다.
판결을 내리기에 적절하지 않은 정신 건강 상태라고 판단한 그녀의 동료 판사들/사진=X(트위터)
그의 동료 판사들은 "판결을 내리기에는 적절치 않은 정신 건강 상태이다"라며 올해 4월 뉴먼의 업무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그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난 동료 판사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하거나 본인이 도청, 감청을 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과 며칠 전 뉴먼이 다룬 사건에 대해서 나눈 대화도 기억하지 못했으며, 다른 판사가 한 달 안에 끝낼 사건을 600일 이상의 시간을 들여 볼 정도로 업무 속도가 느렸다.
자신은 아직 건강하다라고 맞소송을 한 폴린 뉴먼 판사/사진=X(트위터)
뉴먼 판사는 특허, 지식 재산권 분야의 전문성을 부각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건강하다고 주장하면서 맞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뉴먼은 법원의 정신 감정 절차를 거부하고 업무를 중단하게 됐다.
재판부는 뉴먼이 계속 협조하지 않으면 정직의 기한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연방법관들은 탄핵되거나 죽거나 자진 사퇴를 하기 전에는 임기가 보장된다.
연방법관 평균연령이 현재 69세로 역사상 가장 높다./사진=X(트위터)
과거에는 가족을 통해서 고령의 판사들에게 은퇴를 권유하거나 본인이 받아들일 때 '아름다운 이별'이 보편적이었지만, 그는 대화 시도 자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법관의 평균연령인 69세는 역사상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2의 뉴먼'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의원 평균 연령이 65세인 미국 상원에서도 고령 의원들에 대한 건강 문제가 불거졌다. 공화당 소속의 7선인 81세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두 차례나 20초 넘게 말을 잃어 얼어붙은 상태를 보여 걱정을 샀다.
90세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의원/사진=X(트위터)
민주당의 소속 6선인 90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의원도 역시나 올해 들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석 달가량 의정 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져 사퇴 요구를 받았다.
나이를 기준으로 해 공직 제한을 두는 것은 헌법에 보장되는 자유와 평등권에 위배된다. 판사 종신 임기의 보장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으며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결하라는 취지이다.
"노쇠한 파인스타인이 경력이 짧은 상원 의원보다도 낫다"라는 파인스타인 의원 보좌관의 반론이 정계에서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공직자의 나이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는 시도가 미국에서는 여러 차례 좌절됐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의원/사진=X(트위터)
하지만 공직자의 건강과 판단력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어 있다 보니 개인의 의지에 맡겨두기에는 위험하다. 미 워싱턴대 낸시 S. 제커 교수는 학술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에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직을 맡기에는 너무 나이 들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받게 될 것이다. 공직자 연령 제한은 민주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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