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는 한때 친환경 차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디젤 게이트가 터지며 십수 년 동안 이어온 친환경 마케팅은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내연기관 퇴출 흐름의 근본적인 시발점으로 디젤 게이트를 꼽기도 한다.
아울러 빨라지는 전동화 흐름에 따라 현재 신차 시장에서는 상용차를 제외하고 디젤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디젤 매물의 인기가 오히려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 이정현 기자
시세 그대로인 디젤차 경기 침체로 수요 몰려
중고차 거래 플랫폼 기업 케이카는 지난 12년 동안 출시된 740여 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달 디젤차 시세가 대체로 보합세를 보였다고 5월 18일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시세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중고차의 특성을 고려하면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일 것이라는 게 케이카 측의 설명이다.
주요 모델의 이달 평균 시세를 살펴보면 현대차 싼타페 TM 2,354만 원, 르노코리아 QM6 1,388만 원, KG모빌리티 티볼리 892만 원 등의 디젤 모델이 대부분 전월과 비슷한 수준의 시세를 유지해 가격 방어에 성공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올해 휘발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자 상대적으로 유지비 부담이 덜한 중고 모델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휘발유보다 178원 저렴 경차는 시세 하락 전망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작년 11월 18일 리터당 가격이 휘발유보다 236.1원 비쌌던 경유는 올해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다시 휘발유보다 저렴해졌다. 5월 31일 기준 전국 경유 평균 가격은 1,420.28원으로 1,598.39원인 휘발유보다 178.11원 저렴하다.
경기 불황기마다 판매량 상승세를 보였던 경차도 휘발윳값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올 뉴 모닝의 전월 대비 시세는 2.3%, 더 뉴 레이는 2.1%, 레이는 2.2%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시세 5천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 대형 휘발유 모델인 제네시스 G80는 2.1%,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W222는 2.5%, x토요타 시에나 4세대는 2.6% 하락하는 등 시세 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비싼 신차 가격도 영향 무려 20.3% 폭등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올해 초 경차가 높은 시세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휘발윳값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저렴한 중고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출시된 신차 가격 인상 폭이 높다는 점도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가 판매한 승용차의 평균 가격은 5,031만 원으로 전년 대비 5.7%, 2020년 대비 20.3% 폭등했다. SUV 및 RV의 평균 판매가는 4,640만 원으로 2020년 4,177만 원 대비 11.1% 올랐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지난 3월 국내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의향 지수는 8개월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았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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