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완성차 제조사를 꼽으라면 테슬라가 빠질 수 없다. 요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바짝 추격 중이지만 현재도 광범위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테슬라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진다.
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 레벨 2에 해당하지만 작동 범위가 넓고 위기 대응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오작동으로 의심되는 사고 사례 또한 적지 않은데, 이와 관련한 전 직원의 폭로가 화제다.
도로에서 사용할 수준은 아니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다 미완성
지난 5일(현지 시각) BBC 보도에 따르면 전 테슬라 직원 루카스 크룹스키는 인터뷰를 통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공도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오토파일럿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며 폭로를 이어갔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오토파일럿에 자동 주차 및 자율 조향 기능이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준비되지 않았다”며 “운전자는 항상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결정적인 내용은 테슬라의 내부 자료에 있었는데,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이 안전 운행에 위배됨을 시사하는 증거도 담겨 있었다.
팬텀 브레이킹 관련 클레임 대응 미루고 외부 발설 막아
크룹스키는 재직 당시 직원들이 자신에게 ‘팬텀 브레이킹(Phantom Braking)’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팬텀 브레이킹이란 주행 방향에 장애물이 없음에도 차량이 돌연 급정거하는 ‘착각 제동’ 현상이다. 그가 확보한 고객 클레임 내역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지난 5월 독일 언론 ‘한델스블라트’에도 100GB 분량의 내부 문건을 제공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가속 및 제동 관련 클레임이 15만 건에 이르며, 팬텀 브레이킹 사례는 1,500건가량 보고됐다. 클레임을 제기한 고객들에게 테슬라가 어떤 태도로 응대했는지도 밝혀졌다. 테슬라는 일반적인 불만에 관해서는 기술적 검토를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미루도록 했다. 또한 각 사안의 조치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경고하기도 했다.
공익 고발자 상 받았지만 테슬라 압박에 시달리기도
이후 크룹스키는 공익 고발자 지지 단체 ‘블루프린트 포 프리 스피치(Blueprint for Free Speech)’로부터 내부 고발자 상을 받았다. 하지만 내부 고발 후 그의 삶은 잠조차 제대로 자기 어려울 정도로 고됐다는 후문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테슬라 차주들과 접촉해 해당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하자 테슬라는 법적 조치 등 위협과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오토파일럿 오작동 의심 사고와 관련해 테슬라에 대한 형사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2021년 8월 테슬라 차량이 정차 중인 소방차, 경찰차를 연이어 충돌한 사고에 대해 오토파일럿 결함 여부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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