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나.. 아는거라고 착각하고 있는거겠지.
바둑 외적의 이해가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된 듯한 느낌이다
난 기술적으로 매우 딸린다.
그래도 반상외적의 이해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엔 역시 일본바둑이 있다.
400년 역사는 그리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급문화로 대하느냐 단순 잡기로 대하느냐의 차이라 보았다.

난 수준높은 바둑을 둬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너와 같이 진흙탕에서 추하게 구르고 싶진 않다는 거였다.
상대가 득을 원하면 기꺼이 주었다.
천박하게도 그걸 탐하는구나 하면서...
그 뒤에 나에게 돌아올 더 큰 이득을 넌 못 봤겠지
그저그런 무식한 힘바둑이 균형과 운영의 묘를 알리가 있겠니
물론 이렇게 두면 승률은 역시 안 나온다.
멋으로만 두는 바둑으로 무슨 승리를 기대하겠나.
난 내가 멋을 부리려 했던 이유를 안다.
그건 삶에 대해 느꼈던 공허감.
난 내가 바둑지식을 쌓으려 했던 이유를 안다
그건 열등감.

바둑엔 분명히 놀이 이상의 가치 그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내가 일일이 그걸 강조하고 다닌다면 우스운 꼴.
각자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없어도 상관없다. 그저 바둑이다.
대국태도가 불량한 기원아저씨들을 보며 혀를 차고
토토를 도입하자던 한국기원이 생각없어 보였던 게 내 모습이었다.
김성룡 사범의 해설은 품격이 떨어진다 생각했고
주위에 바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는 없다고 여겼다.

애정과 관심이 줄어든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특별히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없다.
아무래도 좋다!
아니 윗말은 취소. 절대 애정과 관심 줄지 않았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니 세상이 그만큼 넓어보인 셈인가.
두는 사람이 누구건, 어디에서 두어지건 바둑은 하나였다.
그동안은 내 좁은 식견으로 살았다.

'한국바둑은 이기는 것에만 몰두하고
사활에 치우쳐 있습니다.'

'바둑이 원래 그런 것입니다.'
오청원의 답이었다.

명쾌한 관용인가.
어쨌든 난 답이 없음을 알았다.
내 살아온 스물일곱해가 그렇게 헛된 것은 아니었나.
이제야 아는걸까. 바둑 배운지 20년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