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 한 닢
(원작 : 피천득, 은전 한 닢)



내가 디씨에서 본 일이다.

젊은 뉴비 하나가 해충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기록지를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기록지가 못 쓰는 것인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해충갤러의 입을 쳐다본다.
해충갤러는 뉴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기록지를 훑어 보고 \'좋소\'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기록지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야갤에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기록지를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11.7득점, 2.8개의 어시스트, 4.5개의 리바운드, 1.3개의 스틸,
1.6개의 블락슛, 3.8개의 야투, 1.7개의 3점슛, 2.1개의 자유투,
야투 성공률 44.7%, 3점슛 성공률 35.3%, 자유투 85.0%의 기록지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야갤러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스탯을 어디서 훔쳤어?"

뉴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농갤에서 주웠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스탯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뉴비는 손을 내밀었다. 야갤러는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기록지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바닥이 정관장 위로 그 기록지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갤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신고게시판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기록지를 손바닥에 들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 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농갤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평득 11.7점짜리 기록지를 줍니까?
자유투 1% 하나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득점 1점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1점 1점 얻은 스탯으로 몇 점씩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점수 쉰 네 점을 평득 1점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열 한번 하여 겨우 이 귀한 11.7점 기록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스탯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스탯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스탯으로 무엇을 하려오? 그 스탯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스탯,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농갤문학을 즐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