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찾은 강원도 화천 15사단 수색대대 위병소에는 병사가 아닌 부사관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이다. 부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병력이 없어 다른 방법이 없다. 전방 다른 부대도 사정은 비슷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감시 카메라 등 장비 도입으로 필요 인원이 줄긴 했지만 그 몇 안 되는 근무 인원도 병사만으로 채울 수 없어 초급간부들이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게 요즘 군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초급간부는 임관 7년 차 이하 부사관(중·하사)·장교(대위 이하)를 일컫는다. ‘군의 척추’인 이 초급간부들의 사기가 요즘 바닥이다. 인력 부족에 따라 업무량은 크게 늘었고,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병사 월급 200만원’ 추진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군을 떠나 경찰이나 민간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육해공군 병사·간부 전체 병력은 2012년 64만명에서 지난해 50만명으로 줄었는데, 인구 급감과 복무 기간 단축으로 2040년엔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병력 구조는 장교(15%)·부사관(25%)을 합친 것보다 병사(60%)가 더 많지만, 2040년이면 병사가 더 적은 역피라미드형이 된다.
평상시엔 부대 유지·관리, 전쟁 시엔 최일선 전투력 발휘의 핵심 역할을 하는 초급간부가 흔들리면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원짜리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엘리엇 코언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실패하는 이유는 유능한 부사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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