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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조씨의 예상치 못한 첫 스파링 후기

숲고양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2.23 16:38:44
조회 117 추천 6 댓글 2


1. 스파링 전 - 마음은 그게 아니었을지 모른다



지난 주 금요일, 6번째 운동하는 날


지금까지 왔던 날 중에 가장 사람이 없었다

체육관에는 나 말고 관원이 두 명 더 있었고 관장님, 코치님 둘이 얘기 중이셨다

줄넘기를 하고 핸드랩을 감기 전에 관장님이 슬그머니 얘기를 꺼내신다



- 오늘 스파링 한 번 해보시는 거 어때요?


- 아.. 못할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스파링은 안하겠다 생각하고 시작한 복싱인데다

그 날 일이 바빠서 하필 점심도 안먹고 온 상태라... 힘도 없어...

진짜 밥 안먹은 날 운동할 때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기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음


그렇게 스파링을 안하겠다 마음을 다시 한 번 먹고 있는데


- 어차피 저 아니면 코치가 할 거예요


란 말을 들을 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뭐, 정해놓고 사냐 일단 해보고 할지 말지 생각해보지 뭐


- 아 네.. 그럼 살살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갖고 있던 -스파링은 안할 거다- 라는 생각을 깼다



30대에 복싱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 났다

딱 그 시기였다


당시 체육관 다니던 게 생각난 건 아니고,

당시의 나는, 기분상 안좋단 이유로 -어떤 음식은 앞으로도 안먹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안먹던 거 그냥 한 번 먹어보자!' 라는 마음이 들어

일부러 추어탕 집을 찾아가서 추어탕을 시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한동안 추어탕 매니아가 됐었지..


지금도 뭔가 힘이 부치면 추어탕부터 생각하게 되고 말야

(삭힌 홍어도 같은 생각으로 먹어봤지만 몇개 먹고 포기했었음ㅋㅋ)



사실은 내 말과 다르게 마음은 이미 어느 정도 동해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시기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섀도우 복싱을 하면서 코치님과 얘기를 꽤 나누었다



- 오래 전에 해보셨다고 해도 정말 너무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요! 담배 안피우시죠?


- ㅎㅎ 매일 한갑 이상 피워요.. 방금 전에도 피우고 들어왔어요

소주도 매일 두병씩 마시는데 뭐, 이제 줄여야죠 딸 잘 키우려면


- 아 그럼 운동하려는 목적이 건강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 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커요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다

라는 마음

그럼 무언가 한가지만 빼고- 라는 생각은 경계 어디쯤에 있었을까


어쨌거나 많은 대화 중 코치님의 나이를 묻게 되었다

17살

애기다 싶어서 물어본 거긴 했는데

생각보다 더 아기였다

몇몇 내 친구들 자식들보다 어리다


대화 중 내 나이를 얘기했더니 뒤에 있던 관장님이 놀라면서

40대시라고요?! 한다

그래, 아조씨가 동안이긴 해ㅎㅎㅎ


그렇게 섀도우를 마치고

헤드기어를 써본다

이런 느낌이구나..

상대는 아기 코치님

분명 코치님이 아기지만 링에 들어가면 내가 아기가 되겠지

마우스피스 없으니까 몇가지 기술을 빼고 해달라는 관장님의 말에

어차피 하는 거 제대로 해보겠다며 마우스피스를 구매했다





2. 스파링 - 생각이 너무 많다



체력이 부족한 건 이미 알고 있다

80Kg이 넘는 내 몸은 분명 콩콩이 한라운드도 다 소화하지 못할거야

그럼 어쩌지? 그래도 배운 게 콩콩이인데 콩콩이를 계속 해야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링에 섰다


공이 울리고 글러브 터치 후에 콩콩원투부터 해본다

역시 안맞는다

딱 이 느낌이었다 '아무고토 못하쥬?'

예상했지만 코치님의 커보이는 주먹에 딱콩을 계속 맞는다

그리고 배웠던 훅 위빙, 더킹, 풀카운터를 해보는데

샌드백 칠 때와는 다르게 몸과 팔이 움직이는 게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진다


'이건 나라도 안맞겠다'


그렇게 한 라운드 콩콩 뛰면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숨이 끝까지 차오른다


공이 울리고

이미 땀 범벅이 되었고

와 역시 힘들구나.. 하는데 코치님이 다시 준비하는 게 보인다

아, 한 라운드가 아니구나?


두 번째 라운드

콩콩이를 계속 뛰는데 이게 맞나 싶다

너무 체력 소진이 빠르게 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가는 거겠지 하며 뛰는데


'연타 해보세요 연타!' 하면서 가드 올리고 맞아주신다

'바디도 섞어서!' 라는데 코치님.. 아직 저 바디샷 안배웠어요ㅋㅋㅋㅋ

오래 전에 배웠던 기억을 떠올려서 바디도 때려본다


문제는 코치님의 배가 보이는데.. 너무 얇다

때리기가 미안하다 그래서 때리기 직전 스피드를 낮춘다

훅을 치기 전에도 스피드를 낮춘다

아, 이 차이구나

샌드백은 빵빵 때렸지만 이건 사람이야...


주워들은 바로는 보통 '세게충'이라는 것이 좋지 않은 이미지라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치님이 너무 말랐다

그리고 아기다

아직 나는 사람을 때릴 준비가 되지 않았어 (나같은 돼지였으면 맘편하게 때렸을 듯? ㅋㅋ)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ㅋ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주먹이 나가면서 동시에 회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다 순간순간 정말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원 같지 않은 원으로 코치님 주먹을 밀어 치운 다음에 순간적으로 훅을 날려본다

맞았다


좋아요!

라는 코치님의 말에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든다


내가 달려들면 코치님은 뒤로 빼고 나는 계속 달려들고

배운 잽잽투 해보려다 카운터 맞고 '가드 올리셔야해요!' 란 말 듣고 가드를 머리 위까지 들었다가 리버샷도 맞고

왜지

아빠한테 어렸을 때 많이 맞아봐서 그런가...

맞을 때 마음이 더 편하다

맞으니 뭔가 오히려 하는 느낌도 든다

다만 이렇게 못하는 내가 답답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본다


문제는 체력이다

콩콩이에 제약이 걸린다 콩콩이 너무 숨차.... 핑계지만 스파링은 하더라도 더 슬림해져서 하고 싶었단 말이야....

별별 생각을 다 하며 2라운드가 끝나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 한 라운드 더 하실 수 있겠어요? 그만할까요?


- 그.. 의미가 있을까요?


- 더 하시겠어요? 그만하시겠어요?


- 하겠습니다!'



그래 3분간 서있기만이라도 하자

라는 생각으로 3라운드를 뛰는데

그냥 딱 한가지 느낌이었다


'아나.. 숨차...'



숨이 차니까 동작을 한 번 할 때마다

침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고

계속 붙어보지만 들어갈 때마다 다가오는 주먹을 피할 재간이 없다

콩콩이를 해도 뒷발이 돌아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 보고 하셔야 돼요!


얘기를 듣고 고개를 들어보면 날아오는 주먹만 보인다

딱콩 딱콩

살면서 이렇게라도 언제 맞아보나 싶다

그래 열심히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그렇게 뚜까 맞고 나의 첫 스파링은 끝이 났다





3. 스파링 후 - 가볍게 마음먹기로 했지만..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약속이 있어서 가야했다

마음 같아선 체육관 문 닫을 때까지 샌드백 치다 가고 싶지만

뭐했다고 벌써 10시가 넘었냐.. 집에서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정리 하는데 관장님이 얘기한다



- 신세계죠?


- 와.. 진짜 아무것도 못하겠던데요?


- 그래도 첫 스파링에 3라운드 하신 거면 잘 하신 거예요~



빈말이라도 고맙습니다

체력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니까 코치님이 너무 큰 기술 위주로 쓰셔서 그렇다고 한다

잽 하면서 체력을 아껴야 된단다


관장님이

집에 가서 아내분한테 혼나는 거 아니예요?

라고 해서 웃으며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 자기야 나 오늘.. 안하려고 했던 스파링을...


- 그래~ 그냥 해~



그래, 그냥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되는 거였구나



라고 마음을 먹으려했지만

스파링을 하고 나니 궁금증들이 더 많아졌다

스파링이라는 게 어디까지 하는 게 맞는 걸까?

진짜 경기도 아닌데 샌드백 때리듯이 사람을 때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힘 조절을 하면서 맞추려면 어느 정도까지 숙련이 되어야 하는 걸까?

초보 주제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일단은 열심히 해보자

라는 마음엔 변하지 않았지만


월, 수, 금

3일만 운동 가능한 나에게

이번주만 해도 수요일은 크리스마스에.. 금요일은 회식이다



오늘이라도 열심히 하자 라는 생각을 하며

스파링 체험 후기 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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