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화대종주 다녀왔습니다.

위아(59.26) 2012.08.10 11:41:10

조회 900 추천 0 댓글 13

대강 17시간 15분 걸렸습니다.

12시 12분 주차장에서 출발

노고단 대피소 3시 도착

임걸령 4시 47분 도착

노루목 5시 26분 도착

삼도봉 5시 41 분 도착

연하천대피소 7시 40분 도착 - 8시 15분 출발

벽소령대피소 9시 17분 도착 - 9시 28분 도착

세석대피소 12시 도착 - 12시 30분 출발

장터목대피소 13시 25분 도착 - 14시 20분 출발

천왕봉 15시 도착 - 15시 15분(?) 출발 ;///////////// 여기서 폰 베터리 나감. 시계가 없음..;

17시 30분 경 세제 도착.

보시다시피 마지막에 세제로 빠졌습니다. 당시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치밭목 대피소장(?) 님께서, 지금부터 뛰어가도 대원사 - 대전은 절대 못간다고 , 세제로 빠져야 한다고 하셔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원사는 포기했습니다. 시간상 화대종주는 실패고 '화세'종주 를 한 셈이군요.

두서 없이 느낀 바를 적어보자면.... 역시 저는 코재길이 가장 힘드네요. 올라가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다신 여기로 오지 않으리라.'

'그냥 내려갈까? 찜질방이나 갔다가 집으로 갈까? ㅋㅋ'

물론 지나가는 생각으로 넘기고 참고 참아서 올라갔죠. 재미있는건, 2009년 종주때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 것입니다.

웃기더군요. 길 가다가 큰 바위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때면 새벽 하늘을 우거진 나무가 애써 가리려 하는데 그 광경이 정말 아름답고 저로 하여금 어떤 상념에 빠져들게 하는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박 종주라는건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저처럼 이틀 전에 대충 '나도 해보자' 할게 아니라 체력관리, 일정관리 등 철저한 준비를 하고서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저는, 줄곧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게 내가 원하던 산행인가 하구요. 물론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산을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여유롭게 사색에 빠져 걸어보는 것도 아니고... 일정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리며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실패 원인을 나름 분석해보자면,

1. 결정적으로 일단 컨디션 관리 실패입니다.

- 제가 평소 5~ 6시 즈음 기상해서 12시~ 1 시에 잡니다. 이번 산행이 평소 취침시간에 시작되는 것이었죠. 때문에 낮잠을 좀 자뒀어야 했는데, 설레여서 잠을 못잤습니다. 그냥 쌩 날밤을 샌거죠. 하루에 할거 다 하고 이제 딱 잠이 들 시간에 무박 종주를 시작한 것입니다.

2. 페이스 관리 실패입니다.

- 제가 평소 걸음이 굉장히 빠릅니다. 산을 탈 때도 걸음이 아주 빨라서 제 의도와 상관없이 빨리 걷는데, 오르막길에서도 그렇게 걷습니다. 당연히 지치지요. 그리곤 앉아서 좀 오래 쉽니다. 이렇게 중간 중간 몇 분씩 쉰 시간이 일정에 큰 차질을 준 것이 아닌가 싶어요.

3. 근육(?) 관리 라고 해야할까요?

- 평소 운동량은 스쿼트 150회, 푸쉬업 100회, 평행봉 100 회가 다입니다. 그런데 산행을 오래 하다보니 허벅지가 시작되는 부분의 근육에 알이 배겼습니다. 알이 배긴걸 느낀게 벽소령에 도착해서인데, 이 때부터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허벅지를 어느 정도 이상 올리면 다리가 많이 아프더군요.

(지금은 더 심해요. 계단은 절대 못 올라갑니다. 남은 휴가 일정 모두 취소...)

대충 이 정도입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다시는 절대로 무박 종주같은거 하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화엄사에 가지 않을 것이고, 대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

몸무게가 4kg 줄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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