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미쳤다』
에리크 쉬르데주
북하우스
책 제목이 좀 쎄다.
《한국인은 미쳤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하는데 뭐라고 쓰여 있는지 궁금하다.
프랑스인 저자 에리크 쉬르데주는 전 엘지전자 프랑스 법인장으로 소개된다.
2003년 영업마케팅 책임자로 엘지 프랑스 법인에 합류,
인터넷 마케팅과 감성 마케팅을 도입하는 등 탁월한 마케팅 감각으로
엘지 프랑스 법인의 연 매출이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그 능력을 인정받아 2006년 상무로 승진했고,
이는 엘지그룹 최초로 외국인이 임원진으로 승진한 사례였다.
컬쳐 쇽(Culture Shock)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옆 사무실에서 고성이 흘러나온 지 꽤 되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저자를 맞이 해주었던 법인장이다.
상대방은 누군지 모르겠다.
한 사람이 드디어 화의 바닥을 드러냈다.
벽에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문이 쾅 하고 닫혔다.
둘 중 한 사람이 중얼거리며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끝이었다.
저자는 그의 사무실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바깥 상황이 궁금하고 염려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결국 다른 직원들에게 도대체 그 소리의 정체가 뭐냐고 물었다.
“아,아무것도 아녜요.
대표님이 서류나 사전을 벽 쪽으로 집어던졌을 거예요.
자주 있는 일이니까 놀라지 마세요.
서로 욕도 하고 서류도 던지고 문도 쾅쾅 닫고 하니까요.
처음에는 충격적일 수 있지만 곧 익숙해져요.”
두 번 놀란다.
일상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기에..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과 일본
“나는 일본인을‘아시아의 영국인’이라고 부르곤 했다.
두 섬나라 민족 간에 서로 닮은 점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영국인과 일본인 모두 독립심이 강하고 영업에 대한 감각이나
준법정신에 있어서 타고난 면이 있었다.
경제적 세계 제패에 대해 날카로운 의식도 있었다.
또 모든 종류의 갈등을 가급적 피하고자 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우월의식을 내비쳤다.
에티켓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의 영향으로 이를 과시하려
하는 사람은 없는 것도 비슷했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다른가?
외국인이 느낀 일본인이 한국인을 바라보는 정서는 어떤가?
궁금하다.
도시바에서 근무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시바의 자만심을 그려준다.
일본기업이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맘에 안 든다.
일본인 그들에게 한국인은 무식한 농부, 경직된 군인의 이미지였다고 한다.
한국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이 아시아, 미국, 유럽 시장을 점령하면서 일본인들도 변하기 시작한다.
일본인들이 서양 문화에 워낙 개방되다보니 그들만이 가진DNA를 잃어버렸다.
일본 젊은이들은 세계를 여행하고, 미국 명문대학에서 유학하며,
여가와 문화, 감정이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희석시키는 생활 방식에 물들었다.
사무라이와 가미카제 정신은 ‘평화와 사랑’의 혁명이 뿜는 매력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구미에 파견된 간부들도 본국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뿌리를 잊은 것은 아니지만 임무와 과제를 등한시했고
가정에 대한 애정과 골프가 주는 즐거움에 빠졌다.
일본인은 서양에 물건만 판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영혼을 일부 내어주었고 더 인간적인 직장생활과,
정복의 야욕이 사라진 안락감의 신봉자가 되었다.
저자가 도시바를 떠나 엘지로 옮기게 된 것은 일본의 기업들은 지는 해로,
한국의 기업은 뜨는 해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기업들의 세 가지 주력 부문인
화이트(가전제품), 브라운(일반 전자제품), 그레이(가정용 컴퓨터)
그리고 당시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였던 이동전화 부문에서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시장의 선두주자는 아니었지만 성장률이 워낙 대단했기 때문에
곧 선두 그룹에 설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도시바에 회사를 떠나 엘지에 입사 할 계획임을 알리자
모두들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며 말렸다고 한다.
일본사람들이 한국사람 알기를 좀 우습게 안다고 들었지만, 좀 심하다.
여섯 달 동안 도시바의 책임자들은 저자가 뜻을 굽히기를 바랐다.
자기들은(한국인들처럼) 그렇게 편협한 군대식 사고방식을 가진 무식한 사람들,
섬세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촌놈들,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사람들,
게다가 일본문화를 경멸하는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식이었다.
또 전 세계 어디든 다 돌아다닐 수 있지만 한국과 일본을 가르는
300 킬로미터의 바다는 가급적 건너고 싶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잠시 혼란에 빠진다.
잘못된 선택인가?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하도 성화를 해대니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반발심에 결국 도시바에 사표를 내고 만다.
엘지에서 받는 초봉이 도시바에서 받던 연봉보다 조금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저자는 엘지에 10년 동안 재직했다.
“아무런 사심 없이 책을 썼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
독자들이 한국의 기업문화가 일하는데 있어서나 삶의 방식에 있어서나
커다란 도전과 같다는 것을 이해하기 바랐다.
내가 엘지에서 보낸 10년은 직업적인 도전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경험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과 공명정대함에 기대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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