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OL 라이브 서버에선 '도란의 검'이나 '도란의 반지' 등 도란류 아이템의 성능이 크게 버프됐다. 재밌는 것은 롤드컵에서의 '도란' 최현준의 폼 역시 도란류 아이템처럼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현준의 소속팀인 젠지는 스위스스테이지에서 유일하게 4개의 세트를 연달아 승리하면서 단 하나의 세트 패도 기록하지 않고 부산행을 확정지었다. 최현준은 그 과정에서 4개의 각기 다른 챔피언을 활용해 탑에서부터 주도권을 잡아내고 또 팀의 역전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했다. 대표적으로 '점화' 럼블을 활용하며 바텀에서 상대 원거리딜러를 솔로 킬내면서 분위기를 바꿨던 T1전이나 2차 포탑 근처서 잭스의 '점멸-반격' 콤보로 완벽한 이니시에이팅을 시전한 G2전 1세트가 최현준의 진가를 잘 보여준다.
지금은 이미지를 벗어냈지만, 과거 단점으로 지목되던 안정성 역시 크게 상승했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최현준은 단 1의 평균 데스를 기록했는데, 이는 탑 라이너 중 독보적으로 낮은 수치다. 그러면서도 분당 대미지나 분당 골드 등의 지표에서는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가장 죽지 않으면서 골드를 벌어내고 대미지를 뿜어낸, 만능형 탑솔러였다는 뜻이다.
최현준의 본연의 장점은 팀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잘 수행한다는 것이다. 라인전 압박이 필요한 순간에는 강하게 압박을 하고 사이드 플레이가 필요한 순간에는 사이드 플레이를 수행하며, 한타에서 본인이 필요한 순간에는 라인을 버리고라도 합류하는 선택을 한다. 안정성이 오르는 동시에 본연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최현준은 이번 월즈 최고의 탑솔러 후보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현준의 물오른 폼이 다시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현준의 토너먼트 첫 상대가 BLG이기 때문이다. BLG는 물론 '엘크' 자오자하오의 후반 캐리 역시 매섭지만, 기본적으로는 중국 국가대표 탑솔러 '빈' 천쩌빈이 탑에서 보여주는 공격성을 승리의 1옵션으로 삼는 팀이다. 특히 이번 대회 들어서 '빈'을 제외한 타 라인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빈'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빈'은 이번 대회 팀의 승률이 50% 밖에 되지 않음에도 87.5%의 경기에서 라인전 cs를 앞섰다. 또 최현준과 젠지는 지난 MSI에서 '빈'을 앞세운 BLG에게 패배하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경계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준이 '빈'을 상대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는 특히 챔피언 폭에 있다. 최현준은 최근 유행하는 럼블을 이미 T1 전에서 활용하며 숙련도를 보여준 바 있다. 또 '빈'의 주력 카드인 잭스를 상대로 꺼낼만한 그라가스 역시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MVP급 활약을 보이는 등 최현준의 자신있는 카드다. 현재 탑 주력 메타인 레넥톤-크산테와 나르 등 다양한 픽 역시 당연히 두루 잘 다룰 수 있다. 그러나 '빈'은 기본적으로 럼블을 선호하지 않는 선수고, 스위스 스테이지 단계에서 잭스와 레넥톤 이외의 카드를 꺼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준이 '빈'의 픽을 읽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다.
최현준은 데뷔 이래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탑솔러다. 공격적인 라인전을 가진 선수에서 그 라인전을 팀을 위해 활용할 줄 아는 선수로, 또 고점이 높은 선수에서 큰 경기에서 고점을 보여주는 선수로 최현준은 진화해왔다. 과연 최현준이 월즈 8강이라는 큰 무대에서 상대 에이스를 막아내고 더 높은 곳에 본인의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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