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퇴임을 앞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3년간 임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최근 불거진 내홍과 잇따른 인력 유출에 대해서는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 처장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수처가 사법질서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을 하고 작동을 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큰 견지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반 마련하고 나간다"
김 처장은 "제대로 일 할 사람을 뽑아 훈련을 시키고 서로간 어떻게 일할 것인지, 보안을 지켜야하는 청사, 법원·경찰·검찰·해경 등 수사기관이 모든 정보를 주고받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등 네 가지의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하고 간다"며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후임자들이, 검사·수사관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마련하고 나간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내홍 논란과 1기 공수처 검사들의 잇따른 사퇴에 대해서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오해가 많이 있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시지 않나.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출범 후 3건을 재판에 넘겼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 사건 △공문서위조 혐의의 전직 검사 사건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등이다. 유죄 판결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구광현·최태영·정덕수 부장판사)는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인 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 이어 2심 법원까지 공수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공수처가 공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긴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의 경우 오는 31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으나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5차례 모두 기각됐다.
김 처장은 제도적인 한계로 인해 인력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인력도 제한돼있고 임기도 3년 연임 구조로 돼있어 신분 불안을 야기한다"며 "여러분들이 회사를 가고 선택할 때 평생 직장이라고 선택하고 가야 일을 배우고 뿌리를 내리는 것이지 이런 구조라면 좋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한 건 한 건이 민감한 정치적 함의가 있는 사건이라 중압감은 있지만 여건은 별로 좋지 않다"며 "(불거진 문제들이)전부 다 사람 탓이겠느냐. 그렇기엔 너무 많지 않느냐"고 말했다.
수장 공백 불가피
김 처장의 임기는 오는 21일 마무리된다. 하지만 차기 처장 후보 임명이 지연돼 수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0일 6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후보자 2명을 선정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규정상 처장 자리가 비어있을 경우 차장이 그 자리를 대행하지만 여운국 공수처 차장의 임기도 오는 28일 끝난다. 여 차장까지 퇴임하는 경우 김선규 수사1부 부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 추천위는 후보군 중 재적위원 3분의 2(5명)의 찬성을 통해 2명의 후보를 추리게 된다.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달 내로 신임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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