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에 해외 명문대학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올 9월에는 미국의 뉴욕대학(NYU) 아부다비분교가 개교하고, MIT, 프랑스 소르본대학, 하버드, 런던비즈니스스쿨 등이 아부다비에 분교를 개설했다. 

올해 9월 개교하는 뉴욕대학 아부다비 캠퍼스. 첫해 입학시험 응시자 수는 9,048명이었고 합격자 수는 189명으로 합격률은 불과 2.1%。응시자들의 SAT 점수도 1,470점 이상으로 이 정도 점수라면 미국현지 대학에서 입학에 필요한 점수 이상이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스탠포드, 컬럼비아 대학 등 명문 대학에서도 충분히 통할 높은 점수다. 

첫해에 입학하는 학생은 남자 87명, 여자 63명 등 150명。 출신국가로는 총 39개국에 43 개 국어를 말하는 학생이 모였다. 그 중 3분의 1은 미국에서 왔다. UAE 국내에서는 8%, 중국은 6%. 입학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100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150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그렇다면 미국, 유럽등지의 유명대학들이 앞 다퉈 아부다비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UAE는 1971년 독립이후 30년 만에 고등교육기관을 급속하게 정비하고 있다. 주요 지방 대학으로는 UAE 대학, 고등기술대학 (Higher College of Technology, HCT), 자이도 여대 등. 여자는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많은 반면에 남자는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 대학에는 여학생의 비율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우수 남성인력을 해외에 빼앗기게 되고 더군다나 국부유출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직접 해외대학 유치 설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대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에서의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해외의 우수한 학생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뉴욕대학 아부다비 캠퍼스는 올해 아부다비에 설치되는 가상캠퍼스에서 개교하며, 2014년 에는 아부다비에서 조금 떨어진 사디얏토섬으로 캠퍼스를 이전한다. 이 섬은 현재 중동의 문화발상지의 거점으로 교육도시로 탈바꿈할 대규모 개발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학교 뿐 아니라 2012년~2013년 개관 예정인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분관 즉, ‘루브르 아부다비’와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 분관 ‘구겐하임 아부다비’도 유치했다. 또한 이곳이 섬이라는 이점을 살려 해양박물관도 개설할 예정이다. 명실상부한 문화의 메카로 성장시킬 계획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설계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다다오씨가 맡았다. 

루브르 아부다비 유치를 위해 UAE는 프랑스와 30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아부다비 루브르박물관 명칭 사용과 임대료, 전시품, 지대 등을 포함하여 총 4억 유로를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UAE를 중동의 문화발상지로, 고등교육의 국제 허브를 지향하기 위해 막대한 오일 머니를 투자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참여대학들도 이점이 많다. 대학시설 건설비용을 UAE 정부가 부담하므로, 대학 측은 적은 비용으로 해외 캠퍼스를 설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부다비 정부는 뉴욕 대학 아부다비 캠퍼스 건설비와 장학금의 대부분을 부담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에 대학 측에서도 매력적인 도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브랜드 홍보효과도 적지 않다. 

UAE는 대학수업이 대부분 영어로 진행된다. 때문에 자국어가 영어인 학생들이나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터가 된 셈이다. 약 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UAE는 역사가 짧은 나라여서 원래부터 유학생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해외대학 유치에 거부감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나라의 송도는 해외대학 유치도 지지부진하고 서울대도 이러한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무역, 금융, 교통에서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에서도 세계의 허브로 성장하고 있는 UAE를 거울로 삼아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형석(leebang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