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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이 동네 핑뚝들은 참으로 일품이야, 좀 모자라긴 해도 능력은 출중해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0 15:42:40
조회 228 추천 1 댓글 0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핑크색 머리를 한 캐릭터, 통칭 '핑뚝'에 대한 인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지만 현실에서는 염색하지 않는 이상 자연적으로 나올 수 없는 색상이기에 환상종이라는 콘셉트를 십분 활용하여 외모든 능력이든 MAX를 찍는 그야말로 서브컬쳐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 집대성된 캐릭터로 묘사된다. 

등장했다 하면 최소한 주연이 보장되고 주인공도 히로인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핑뚝의 잠재력이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시대의 변화로 핑뚝의 기본 이미지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완벽초인에 가까운 캐릭터성에서 결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능지하락인데 '좀 모자라지만 애는 착해'처럼 캐릭터의 이미지를 크게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개성과 웃음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능력이 뛰어나면 갭 모에도 강조할 수 있다. 아래의 사례들처럼 말이다.

​■ 머리가 꽃밭 그 자체인 분홍소시지



<승리의 여신:니케>는 살인과 문명 파괴에 특화된 자동 기계 '랩쳐' 의 침공으로 위기에 봉착한 '인류'와 사이보그 군인 '니케'가 힘을 합쳐 항전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배경인 작품이다.

​전황이 굉장히 불리한 상황인만큼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크고 작은 상처와 트라우마들을 끌어안고 있으며 어두운 면을 간직하고 있지만 드물게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다 못해 아예 4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었으니 분홍소시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앨리스다.

​앨리스의 특징이라면 중증의 망상증 환자라는 점이 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 자신을 앨리스라 생각하고 적대 세력인 랩쳐는 동화의 악역인 '하트 여왕'과 그 하수인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인공인 지휘관은 흰토끼로 부를 정도로 그 증세가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설계 사상은 극한 지대를 수호하고 길 잃은 다른 니케들을 구조한다는 텍스트 플레이버에 맞게 설정에 맞게 만들었다면 최소한의 전투 능력을 제외하면 수송과 기동력에 특화되어 있어야 할텐데, 실제로는 인게임 내에서도 까다로운 조건만 충족한다면 손에 꼽히는 화력전이 가능한 버스트 딜러로 나와 OP 캐릭터의 상징인 '필그림'을 비틀어 '핑그림'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설명한 망상증과 이를 합치면 굉장히 무시무시한 상황이 나오는데 모든 것을 동화로 인식하는 엄청 강한 분홍 꼬마 "못된 하트 여왕의 하수인들 죽어랏!"을 외치면서 총을 냅다 쏴갈겨서 초토화시키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세간에서는 저 망상증이 어쩌면 'PTSD로 인해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생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어쨋든 천진난만하고 착하지만 엄청 강한 그녀가 총구를 랩쳐에게만 돌리고 있는 것은 인류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 테란 자치령보다 독한 여자



<스타크래프트 2>에서 등장하는 조연 '미라 한'은 테란 자치령에 속하지 않고 '미라의 약탈단'이라는 이름으로 용병 사업을 하는 여걸이다. 범죄자 출신에 흉악하지만 신용과 일처리가 확실하다는 설정은 있지만 작중 등장해서는 흉악하다기보다는 입만 열면 깨는 발언만 수시로 쏟아내고 있으며 깨방정 소악당들처럼 패배하는 모습으로 호감스택을 쌓으며 플레이어들에게 웃음벨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그녀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군단의 심장 캠페인 '이런 친구들과 함께라면...' 미션을 들 수 있는데 마냥 허당으로 보이기만 했던 그녀가 실은 망자의 항구를 거점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동화 기지와 우주정거장을 여럿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수완이 좋고 부하들도 기지와 기체를 모두 핑크색으로 물들이는 정신나간 취향에 별다른 불만을 품지 않을 정도로 인망도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실제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베테랑들만 가득한 히페리온도 짐 레이너의 구출을 위한 열쇠인 올란 대령이 잡혀 있는 미라의 약탈단에 대해서는 전면전을 재고해야하는 것인가 고민하는 부분이 있으며 승리하고 나서도 그녀에 대한 성격과 능력에 대해 '자치령보다 독하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무려 더욱 거대한 악인 테란 자치령에 맞서 싸우며 정권 탈취를 노리는 발레리안 멩스크 황태자 입에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사기 결혼을 통해 남편으로 삼은 맷 호너는 스토리 완결 이후 자치령의 최고 사령관이 되니 그녀의 선구안(?)이 대단했음 또한 증명되며 그 주가는 한없이 치솟고 있으며 협동전 임무에서 부부가 동반으로 일하는 장밋빛 아니 분홍빛 미래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악당이라는 대외적 평판에 비해 눈에 띄는 악행을 저지른 것 또한 묘사되지 않고 있다. 용병 사업을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따지고 보면 미라한은 좀 괴짜스럽고 바보같긴 하지만 성격에 엄청 큰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에게 내조 잘하면서 능력도 출중한 핑뚝이다.  

​■ 등장하면 반드시 능지가 제거되는 반갑지 않은 학원 생활



<블루 아카이브>는 작중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온갖 학생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핑뚝은 오히려 흔하디 흔한 속성 중 하나로 취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첫 에피소드인 대책위원회 편에서만 잠꾸러기, 은둔고수, 변태아저씨 속성의 핑뚝인 호시노와 허세, 가난, 경영자 속성의 핑뚝인 아루가 동시에 튀어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아루가 블루 아카이브를 대표하는 핑뚝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심각한 상황 하에 있더라도 복근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개그 한 방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게임성 그 자체와 일맥상통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아루는 겉으로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고 흥신소 68를 운영하며 내키는 대로 사는 무법자의 삶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착하고 정이 많으며 '무슨 일이든 일단 저지르고 보자'가 아니라 '걱정부터 하며 휘말리는 소시민'에 가까운 캐릭터다. 그런 주제에 개인 전투력은 엄청나게 높은 축에 속하고 따르는 부하들도 굉장히 강한 편이기 때문에 작정하고 악행을 했다면 정말 못말릴 악당이 됐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애는 똑똑한데 공부를 안해'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케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루는 주도적으로 사고를 치기보다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사고에 휘말려 눈을 뒤집고 경악하지만 결국엔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해결사의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온갖 권모술수와 계략이 난무해서 순수한 학생들과 선생들은 버틸 수 없는 반갑지 않은 학원 생활(Unwelcome School) 속에서 비속어로 '갈통' 소리를 들을만큼 바보같이 착하지만 강인한 아루의 존재는 그야말로 빛과 소금이라 할 수 있다. 그 덕분인지 게임 외적으로 많은 선생님들은 그녀를 좋아한다는게 학계의 정설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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