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도트 그래픽으로 팬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옥토패스 트래블러’ 개발진이 5년만에 후속작 ‘옥토패스 트래블러2’를 들고 나왔다.
최첨단 그래픽으로 영화 같은 화려한 연출을 선보이는 게임들이 줄줄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런 게임이 성공을 거두고, 후속작까지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시절 JRPG(일본식 RPG) 특유의 감성적인 도트 그래픽과 턴제 전투의 아기자기함을 잊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스퀘어에닉스는 ‘옥토패스 트래블러’부터 ‘브레이블리 디폴트2’, 그리고 이번에 ‘옥토패스 트래블러2’까지 꾸준히 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게임을 내놓고 있고, 계속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시절 감성을 살린 특유의 불친절함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취향만 맞으면 순식간에 시간이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옥토패스 트래블러2’가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PC, PS4, PS5, 닌텐도 스위치로 플랫폼을 확대한 것은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옥토패스 트래블러2
1편에서 충격을 안겨준 HD-2D 그래픽은 이번 작에서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보기만 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도트 그래픽은 더욱 더 섬세해졌고, 낮과 밤 개념이 도입되면서, 같은 장소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어두워진 거리에서 밝게 빛나는 저택이나 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 등 광원 효과가 매력적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최신 3D 그래픽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감성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배경 음악도 게임 화면와 매우 잘 어우러져 도트 그래픽이 주는 따뜻한 감성을 더욱 극대화시켜준다.
더 발전된 HD-2D 그래픽
낮과 밤 개념이 생겼다
낮과 밤 요소는 모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게임에 등장하는 8인의 주인공들은 각각의 특기를 가지고 있는데, 낮과 밤에 사용할 수 있는 특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사건의 해결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캐스티는 낮에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밤에는 약을 처방해서 재울 수 있다. 히카리는 낮에는 사람들에게 시합을 신청해서 이기면 그들이 가진 스킬을 획득할 수 있고, 밤에는 돈을 써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다른 캐릭터인 스로네의 경우에는 낮에는 사람들에게서 아이템을 훔칠 수 있는데, 아그네아는 밤이면 사람들에게 아이템을 요구해서 획득할 수 있다. 정보 하나, 아이템 하나 얻는 것도 시간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캐릭터마다, 그리고 시간대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이 달라진다
이점은 퀘스트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서브 퀘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특정 NPC의 경우에는 밤과 낮 중 한 시간대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해당 NPC가 나타나는 시간대에 필요한 특기를 가진 캐릭터를 파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퀘스트가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NPC를 특정 장소에 데려가는 퀘스트일 때 낮이면 아그네아의 유혹을 활용해서 데리고 가고, 밤이면 파르티티오의 고용을 활용해서 데리고 가는 식이다. 요즘 게임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서 직접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다소 귀찮게 느껴질 수 있으나, 머리를 써서 해결 방법을 찾아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전투는 ‘옥토패스 트래블러’, ‘브레이브 디폴트2’를 플레이해봤다면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타일이다. 턴제 전투이기 때문에 한턴씩 번갈아가며 공격하는 것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수 있으나, 적의 약점을 파악하고, 한 턴에 최대한 많은 대미지를 입히는 전략적인 요소 때문에 실시간 전투와는 다른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턴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적인 전투
특히 적의 약점을 계속 공략해서 실드를 파괴하면 행동을 할 수 없는 기절 상태가 되는데, 그 때 모아둔 BP로 마법의 위력을 강화시키거나, 연속 공격을 퍼부어서, 적이 아무것도 못해보고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스로네는 밤 시간대에 벌어지는 전투에서 파티원의 능력치를 강화시켜주고, 오즈발드의 경우에는 전투 시작시 적의 약점 한 개를 바로 노출시켜 주는 등 캐릭터의 특기가 전투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하는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는 것도 전투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적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4명이 전투에 참여하고, 주점에서 다른 파티원으로 교체할 수 있다
또한, 배틀잡이라고 해서 기본 직업 외에 서브 직업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서브 직업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도 전투 패턴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몇몇 배틀잡의 경우에는 공략을 보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경우도 있기 때문에, 100% 클리어를 목표로 달리지 않는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1편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었던 스토리는 전작의 특징적인 요소를 그대로 계승했다. 시작 시 8명의 주인공 중 어느 캐릭터의 스토리를 먼저 진행할지 선택하게 되지만, 추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 해당 캐릭터의 스토리를 1장부터 진행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해당 스토리의 주인공만 주로 활약을 하고, 다른 파티원들은 스토리 관여없이 전투만 함께 하는 보조원 같은 느낌이다.
다른 캐릭터와 만나게 되면 해당 캐릭터의 스토리를 시작할 수 있다
1편에서 이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에, 2편에서는 각 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크로스 스토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파티 채팅도 좀 더 보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연관성이 부족한 것은 여전하다.
스토리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파티 대화
다만, 주인공들 각자의 사연이 꽤 흥미롭고, 스토리 전개 방식도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주인공 한명 한명의 스토리를 알아가는 재미는 전작보다 더 발전된 느낌이다. 특히 게임 세계관이 훨씬 넓어지면서, 아시아풍의 왕국, 미국 서부 개척시대, 수인들이 사는 섬마을, 증기기관이 발전한 도시 등 다양한 배경이 등장하기 때문에 다음 스토리를 찾아다니는 모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각자의 이야기가 모두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진엔딩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흐름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개별적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8명의 캐릭터가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 이들이 공통의 목표를 가지게 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의 왕도형 스토리를 선호하는 이들은 큰 줄기로 합쳐지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가 다소 산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함께하는 재미가 부족한 스토리의 아쉬움은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입장할 수 있는 비밀던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서브 퀘스트 등을 통해 충분히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전작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함 모험을 즐길 수 있다. 게이머가 스스로 알아내길 바라는 고전 JRPG 특유의 불친절함 때문에 취향에 안맞을 수도 있으나, 과거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퀘스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파고들수록 더 진득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선물 같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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