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잊을 만 하면 상식을 아득히 넘어서는 ‘갑질’ 사건들이 터진다. 최근에도 공무원 갑질 단속을 하는 국민권익위원회 내부 갑질이 보고됐으며, 배달 플랫폼을 통한 별점 갑질, 태풍에도 경비원에 순찰 강요 등이 보도됐다. 이런 사건을 보고 있자면 제 3자임에도 분노에 손이 떨릴 지경이다. 유독 잦아졌다 느껴지는 것은 세상이 각박해서일까, 아니면 원래 저 모양이었는데 인터넷 발달로 이런 소식을 더 자주 접하게 돼서일까. 답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갑질은 하루빨리 뿌리뽑아야 할 악습이다.
갑질 문화 근절을 위해, 본 기자는 게임을 적극 추천한다. 게임 속에서라도 을의 입장이 되어 별 생각 없이 행하는 갑질이 얼마나 타인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직접 체험해 본다면, 조금이라도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서비스직의 고충을 다룬, 갑질 체험 게임 TOP 5를 소개한다.
TOP 5. 주문 좀 제대로 해 주시겠어요? 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
자영업, 특히 음식 장사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손놈’을 마주치게 된다. 그 중에는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해 놓고 온갖 행패를 다 부리는 이들도 있는데,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바로 ‘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다. 개발자가 실제로 피자 가게에서 4년 간 일을 하며 겪은 사례들을 반영해 만들었다는데, 상상 이상의 진상들을 볼 수 있다.
‘페퍼로니 없는 페퍼로니 피자’를 내놓으라는 주문은 약과다. 버섯 피자를 “고기, 야채, 광물류 빼고 진균류!”라고 말하거나, “햄릿”이라며 햄 피자를 주문하는 것도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짜요!”나 “딩동!” 같은 주문은 대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참고로 “짜요!”는 짭짤한 페퍼로니 피자, “딩동!”은 피망(Bell Pepper) 피자를 의미한다. 심지어 잘 모르겠다고 대충 만들어주면 큰일 난다. 환불을 빌미로 지불한 피자값보다 더 많은 돈을 뜯어가니까.
TOP 4. 급하지 않은 전화는 제발 끊으세요, 911 오퍼레이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업종 1순위로 손꼽히는 전화 응대 서비스직. 국가 기관쯤 되면 좀 덜할까 생각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119나 112 상황실 전화응대 대원들이 토로하는 것 중 하나가 긴급 서비스를 심부름꾼으로 생각하는 악성 민원인, 그리고 장난전화다. 각종 사고로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면 배치가 꼬일 뿐더러, 막을 수 있는 사고를 키우는 최악의 경우도 생긴다.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911 오퍼레이터’다. 플레이어는 교통사고부터 총기사고, 긴급환자 발생, 화재, 자연재해, 폭탄 테러, 암살범 출현, 대규모 폭동까지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는 도시에서, 911 상황실에 배정돼 적재적소에 대원들을 파견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걸려오는 장난전화는 그야말로 최악 중 최악이다. 굳이 장난전화가 아니라도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시간을 질질 끈다던가 아주 오래 지난 일을 이야기하는 등 악성 제보자들의 전화를 받고 있자면, 수화기 너머로 주먹이라도 뻗고 싶을 지경이다. 학교 교육용 교재로 써야 할 게임 1순위로 추천한다.
TOP 3. 갑자기 흑인 직원들을 해고하라고요? 디즈 이즈 더 폴리스
직장에서의 갑질 역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같은 직장 내에서 하급자에게 갑질을 하거나, 갑과 을 관계에 있는 회사 관계자끼리 갑질을 하는 사례가 매년 몇 차례씩 크게 보도된다. 이는 사기업 뿐 아니라 공기업이나 공무원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즈 이즈 더 폴리스’는 이러한 공무원간의 갑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경찰서장이 되어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부패한 시장의 갑질로 인해 6개월 후 퇴직이 확정된 후 부정부패로 돈을 모으기 시작하며 뭔가 꼬이기 시작한다. 마피아의 청탁을 받아 특정 사건 신고를 무시하거나, 사망한 휘하 경찰관의 시체를 냉동고에 넣어 두고 월급을 타먹는다거나 하는 부정행위를 대놓고 저지른다. 심지어 부패한 시장은 흑인 직원을 모두 해고하라거나, 전체 직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라는 등 막무가내 지시를 내리기까지 한다. 내부와 외부가 모두 갑질로 물든 도시에서, 피를 보는 건 일선의 경찰들과 시민 뿐이다.
TOP 2. 마트 바닥에 왜 토를 하냐! 나이트 오브 더 컨슈머
진상 고객들의 특징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상이 직급 낮은 평직원이나 아르바이트일 경우 그야말로 막무가내로 덤벼든다. 이들이 특히 만만하게 보는 직종 중 하나는 마트 직원인데, ‘친절 서비스’를 강요받는 을의 위치임을 잘 알고 벌이는 악의적 범죄행위다. 이런 이들에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
어쨌든, 이러한 마트 직원들의 고통을 잘 표현한 게임이 있다. 바로 ‘나이트 오브 더 컨슈머’다. 이 게임에 나오는 손님들은 슈퍼마켓 영업 시작 전부터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오픈과 동시에 매장 안에서 온갖 추태를 부린다. 갑자기 체조를 하지 않나, 필요한 물건을 자기 눈으로 찾을 생각은 추호도 없이 찾아달라고 떼를 쓰고, 뛰어다니며 진열된 물건을 마구 떨어뜨리고, 심지어 매장 바닥에 토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수습해야 하는 건 전부 플레이어의 몫인데, 대처를 미흡하게 할 경우 바로 해고당한다. 이 게임이 ‘공포’ 장르인 이유는, 이러한 광경이 모두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TOP 1. 우리 모두는 을이었다... 당신이 하는 바로 그 RPG
위에서 수많은 갑질 게임들을 소개했지만, 아마 가장 와닿는 게임은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이 주인공인 RPG일 것이다. 게임 속 NPC들은 퀘스트를 빌미로 수많은 심부름을 시키는데, 몇 안 되는 경험치와 보상을 위해 가만히 들어주고 있자면 슬슬 주인공을 가마니로 여기기 시작한다.
NPC들의 갑질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명색이 농부라는 작자가 수확이나 잡초 뽑기 등을 플레이어에게 모두 맡기고, 요리사는 요리 재료들을 구해오라며 닦달한다. 심지어 동네 꼬맹이도 주인공을 얕잡아 보며 곤충을 잡아오라, 놀잇감을 구해오라 부려먹는다. 그래놓고 뭐? 내가 세상을 구할 용사라고? 이러다가 세상 망하면 다 너희들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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