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게임계에도 정실 논란은 존재한다. 수많은 캐릭터 중 누가 주인공의 진짜 연인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캐릭터를 지지하는 이들끼리 논쟁을 벌이는 것인데, 설령 제작사나 원작자가 공식 인정한 커플링이 있더라도 일부 게이머들은 "제작사(원작자) 주제에 뭘 알아! 진짜 커플은 A-B가 아니라 A-C다!" 라면서 반박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정실 논란은 게이머들이 얼마나 게임과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실 논란이 있을 법한 게임임에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관계도 존재한다. 아무리 정식 히로인이 등장한들, 설령 제작사나 원작자가 나선다 할 지라도 이들의 깊은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 정실 논란 따위 존재치 않는, 모두가 인정하는 '정실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돈? 얼마든지 빌려주지" 동물의 숲, 너굴
살면서 거금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담보도 없이, 이자도 없이 큰 돈을 빌려준다면? 무슨 꿍꿍이가 있거나, 사랑하는 사이임에 틀림없다. 동물의 숲에 나오는 너굴 사장은 후자로 보인다. 돈을 갚으면 인건비조차 받지 않고 집 증축을 도와주며, 심지어 돈을 갚지 않아도 독촉조차 하지 않는다. 심지어 삭제하려는 마을을 고가에 매입해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천사다.
사실 일각에선 너굴 사장을 단순히 돈을 빌려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악덕 사채업자라고 누명을 씌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간혹 플레이어가 만든 길이나 화단 등에 마구 집을 짓는 등 시비를 거는 듯한 행동도 하지만, 애초에 저렇게 잘 해주면서 츤츤대는 평소 모습을 보면 '날 봐줘!' 하는 모습에 가깝다. 실제로 공식 설정에 의하면 번 돈 마저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고, 길에서 발견한 콩돌이와 밤돌이도 거둬들여 직원으로 채용해줬으니 천사가 따로 없다. 이처럼 대놓고 퍼 주는 너굴 사장이야말로 최근 인기가 급 하락하는 여울을 제치고 진정한 정실로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못 해 넘친다.
TOP 4. "정말 유감이군 짐" 스타크래프트 2, 타이커스 핀들레이
스타크래프트의 주인공, 짐 레이너의 곁엔 수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일단은 고짐고 캐리건과 연인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짐 레이너의 마음은 다름아닌 타이커스 핀들레이에게 향해 있었다는 것을. 스타크래프트 2 티저 영상에서 <병장> 두 글자로 한국 팬들을 열광케 하고,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전투복 거인 그 타이커스 말이다.
비록 14년 전 게임이긴 하지만,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도 스포일러 지적을 받는 것을 감안하여 타이커스 관련 스토리를 직접 언급하진 않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짐 레이너는 타이커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고 타이커스 역시 짐 레이너를 100% 믿고 있었다. 캐리건과의 관계보다도 더 가까웠던 사이라는 것이다. 고짐고 이후 짐 레이너의 엔딩 마지막 대사가 "그래 짐은 고 할게"가 아니라 타이커스의 명대사를 오마주한 "드디어, 올 것이 왔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정실이 아닐까 싶다.
TOP 3. "큰 물에서 놀아야지" 사이버펑크 2077, 재키 웰즈
사이버펑크 2077은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RPG다. 연애 가능한 캐릭터만 해도 4명에, 작중에서 주인공 V나 그 안의 조니와 이어지는 캐릭터까지 합하면 더 많은 정실 후보들이 있다. 이중 몇 명은 전용 엔딩까지 가지고 있기에 더욱 정실 논란이 뜨거울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사이버펑크 2077만큼은 정실 논란이 없다. 주인공 V와 영혼까지 함께 하는 정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재키 웰즈다.
V의 배경에 따라 시작 관계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서로 합심해 둘도 없는 동료가 된다. 집에도 초대되고, 같이 놀러도 다니고, 장례식에도 가고... 잭키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큰 물에서 보자" 라는 작별인사를 건네는 V의 대사에서 눈앞이 흐려진 게이머가 수십억 명이라는 애프터라이프 공인 통계도 있다. 사실 재키는 첫 등장 때만 해도 꽤나 불온한 인상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배신의 상이다"라며 헛된 예언을 했으나, 게임 마지막에 머릿속에 남는 건 오직 잭키의 잔영 뿐.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정실을 칭하리랴.
TOP 2. "늘 밥을 해줬어" 포켓몬스터, 웅이
2017년, 일본 애니메이션 포털인 아니메아니메에서 포켓몬스터 탄생 20주년을 맞아 재미있는 투표를 했다. '지우와 함께 또 여행해주길 바라는 동료는?' 이라는 제목인데, XY 에서 등장한 세레나, 초기 히로인 역할이었던 이슬이(카스미), 이후 히로인 역할을 맡았던 봄이(하루카)와 빛나(히카리) 등이 후보에 올랐다. 그 중에서 70%가 넘는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실눈 캐릭터 웅이(타케시)다.
비록 주인공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은 포켓몬 게임에선 그저 한 명의 체육관 관장일 뿐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혼자 동생들을 돌봐왔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지우 파티의 살림을 책임지고, 지식이 다소 부족한 지우를 대신해 포켓몬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야말로 엄마와 형, 철없는 친구 역할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는 셈인데, 그 덕에 이후 등장한 어떤 히로인 격 캐릭터도 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커버하지 못했다. 지우 역시 웅이를 떠올리며 "늘 밥을 해줬어"라며 추억하는 등, 포켓몬 시리즈의 1등 정실로서 자격은 충분하다.
TOP 1. "병장인데 너 만나러 탈영했다" 철권, 화랑
철권 시리즈는 3편부터 카자마 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스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시마 헤이하치와 미시마 카즈야가 더하지만, 일단은 스토리의 큰 틀은 카자마 진이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꽤 많은 인물들이 함께 한다. 일단 반다이남코 측에서는 링 샤오유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까지 내는 등 그녀를 히로인으로 미는 것 같은데, 철권 팬들은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바로 화랑의 존재 때문이다.
화랑은 한국인으로, 처음엔 진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느낌으로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진은 미시마 가문의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느라 저 라이벌 관계는 화랑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느낌이었는데, 철권 4에서 입대해 있다가 진을 만나러 병장 계급임에도 탈영까지 해가며 일본에 온다. 군필자들은 알겠지만, 병장이 사람 만나러 탈영까지 하려면 어지간한 애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는 어느새 진도 화랑의 열정에 동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화랑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던가, 집에 가서 밥을 먹인다던가... 샤오유에게 보여준 모습보다도 훨씬 내면적 교감을 많이 나눈다. 샤오유는 여사친, 화랑은 정실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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