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서형걸 기자] 2020년 최고 기대작이었던 사이버펑크 2077은 많은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고사양 PC에서는 비교적 원활히 돌아갔으나, PS4, Xbox One 등 직전 세대 콘솔에서는 게임 플레이 자체가 어려울 만큼 좋지 못한 최적화와 각종 버그로 분노를 사 결국 환불 사태까지 맞이했다. ‘사이버펑크 2077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게임매장에는 큰 악재였다.
12월 국내 게임매장은 기대작에게 두 번이나 배신을 당했다. 앞서 언급한 사이버펑크 2077 외에도 '라이자의 아틀리에 2 ~잃어버린 전승과 비밀의 요정~(이하 라이자의 아틀리에 2)' 역시 국내 유통 관련 이슈로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주 흐리지만은 않았다. 기대작들의 배신이 남긴 상처를 ‘연말연시 닌텐도’가 가까스로 치유했기 때문이다.
차갑게 식어버린 콘솔 버전 사이버펑크 2077
사이버펑크 2077은 자타공인 ‘갓겜’인 위쳐 3: 와일드 헌트를 만든 CD프로젝트레드(이하 CDPR)가 개발한데다가, 오픈월드 게임으로선 이례적으로 모든 대사가 한국어로 녹음되어 수 차례 발매연기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게임매장에서 12월 매출을 책임질 킬러 타이틀로 사이버펑크 2077을 손꼽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출시 직전과 극초반에는 사이버펑크 2077을 찾는 이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매장 관계자는 “물량 소진을 걱정한 일부 단골 손님들이 전화로 자기 몫을 빼놓아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열기는 콘솔 버전의 문제점이 널리 퍼지면서 불과 며칠 만에 차갑게 식었다. 전화상으로 게임 패키지를 찜해둔 단골 손님들도 게임 구매를 포기했으며, 구매 후 포장을 뜯지도 않고 매장을 찾아 반품을 요청하는 사례도 많았다. 새 것은 물론 중고품을 찾는 발길조차 드물었다. 중고 매입을 하는 게임매장 관계자는 “(2020년 12월 28일 기준) 사이버펑크 2077 중고 패키지는 4만 원대 전후로 매입 중이다. 판매보다 매입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AAA급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을 선사하며 게임매장에 타격을 입혔던 사례가 유독 많았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와치독: 리전, 마블 어벤져스 등은 매장 관계자들이 물량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도다. 사이버펑크 2077 콘솔버전도 앞서 언급한 게임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연말에도 게임매장에는 ‘닌텐도의 가호’가
매월 게임매장의 매출은 코로나19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신작 흥행 여부에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패키지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사이버펑크 2077과 라이자의 아틀리에 2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올해 12월은 흉작이 예상됐다. 그러나 직접 둘러본 게임매장 분위기는 최근 수 개월 중 가장 활기를 띠었다. 이는 바로 연말마다 게임매장에 내려지는 ‘닌텐도의 가호’ 덕분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평일 오후, 닌텐도 전문매장 대원샵에는 상당히 많은 손님들이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손님들이 들락날락하면서 매장을 둘러보거나 게임을 구매했으며, 시연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게임 소개 영상을 보는 가족단위 손님도 눈에 띄었다. 참고로 현재 대원샵은 코로나19 방역조치가 강화된 12월 초 이후 시연 대신 소개 영상만 상영 중이다.
대원샵은 물론, 기타 소규모 게임매장과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판매가 주력인 게임몰까지도 연말을 맞아 닌텐도 게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닌텐도 게임 매출을 책임졌다고 할 수 있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물론, 마리오 카트 8, 링피트 어드벤쳐 등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심지어 마리오와 소닉 AT 도쿄 올림픽도 꽤 많은 이들이 찾았다.
특이한 점은 연말 닌텐도 특수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매장 방문객 수는 확실히 줄었다. 국제전자센터에 위치한 게임매장 ‘놀이터’ 관계자는 “가족 단위가 아닌 부모 중 한 명이 매장을 방문해 아이에게 선물할 게임을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온라인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발걸음이 줄어드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추세이긴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가속화됐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게임매장 올해 최고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고스트 오브 쓰시마
2020년 마지막 매장탐방 취재인 만큼, 게임매장 관계자들에게 올 한해 신작 중 가장 호응이 컸던 게임을 물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게임은 단연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수 개월간 물량 부족 현상이 벌어졌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고, 아미보 같은 주변 기기 역시 찾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게임매장 관계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덕분에 올 한 해를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PS4 마지막 독점 타이틀 고스트 오브 쓰시마였다. 출시 초 화력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이후 수 개월간 큰 하락세 없이 꾸준히 판매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세대교체 여파로 신작 가뭄에 허덕인 게임매장에게는 단비와 같았던 존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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