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이재오 기자] 만화 원펀맨이 게임으로 출시된다고 했을 때 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들이 희대의 먼치킨 캐릭터 '사이타마'를 대체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궁금해했다.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말하는 사기 캐릭터나 먼치킨, 세계관 최강자는 당연히 존재하는 법이지만, 사이타마는 그중에서도 규격 외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공격을 얻어맞아도 흠집 하나 없고, 아무리 단단한 적이 와도 가볍게 주먹 한 번만 내지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기묘한 캐릭터를 게임에 어떻게 표현할지는 말 그대로 게임계 최대의 난제였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고, 결국 개발자들은 원펀맨 IP를 활용한 게임에 어떻게든 사이타마의 강함을 녹여내는 데 성공해왔다.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들이 사이타마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아보자.
캐릭터 대신 필살기로 활용, 원펀맨 최강의 남자
최근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원편맨 최강의 남자는 원펀맨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수집형 RPG이자, 이제까지 나온 원펀맨 게임 중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스토리는 원작과 똑같이 진행되며, 중간중간 1기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왔다. 심지어는 각 캐릭터의 필살기 연출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가져다 사용했을 정도다. 덕분에 굉장히 호쾌한 액션을 자랑한다.
이 게임에서 사이타마는 전투에 투입이 가능한 캐릭터가 아니라 일종의 '필살기'로 등장한다. 게임 내에 전투를 통해 특정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전투 중에 사이타마를 호출할 수 있다. 사이타마는 적의 레벨이나 유형, 강력함과는 상관없이 단 한 명의 적을 단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원펀치로 적을 끝내는 셈이다. 이 밖에도 사이타마 임무라던가 에피소드의 시작과 끝에서 사이타마를 만나볼 수 있다.
수집형 RPG에서 주인공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하지 않는 점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캐릭터 콘셉트를 잘 살린 시스템도 없다. 아군이 초토화된 이후에나 나타나지만, 어쨌든 어마어마한 적을 한 방에 정리한다는 원작의 기본 골자를 잘 지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원작 만화에서도 사이타마는 이상한 곳을 헤매다, 제노스나 히어로 협회 S급 캐릭터들이 괴인에 의해 너덜너덜 해진 이후에야 도착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심지어 이런 독특한 구성은 무과금 유저도 손쉽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전략적 요소로 활용된다. 강력한 적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적들을 먼저 요격해서 차근차근 적 수만 줄여 나간다면 나머지는 사이타마가 상황을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300초만 기다리면 도착합니다.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
2020년 초 나온 '원펀맨 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는 원펀맨 IP를 활용한 첫 게임이다. 평소 이런저런 만화 원작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던 스파이크 춘소프트와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장르는 3 대 3 대전액션게임인데, 그 어떤 장르보다 밸런스가 중요한 이 장르에서 사이타마의 사기적인 능력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원펀맨 IP에서 원펀맨이 등장하지 않을 수는 없는 마당에, 캐릭터 콘셉트에 맞게 한 방에 끝내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그렇다고 한 방에 안 끝내자면 원작 훼손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게임에서 사이타마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모든 적을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평범한 공격엔 타격을 입지 않으며, 가장 강력한 공격을 당해도 겨우 몇 도트만 깎일 정도로 튼튼하다. 진심 모드와 진심 시리즈 공격을 사용할 수도 있고, 사이타마 대 사이타마의 드림 매치를 열 수도 있다. 참고로 사이타마의 에너지가 0이 됐을 경우엔 캐릭터가 눕는 것이 아니라 장 보러 가야 한다며 전장을 이탈한다.
말만 들어보면 무자비한 밸런스 파괴범 같지만, 항상 사건현장으로 가는 중에 다른 짓을 하다가 늦는다는 설정을 반영해 게임 시작 후 300초가 지나야지만 전장에 도착한다는 점으로 이를 무마한다. 때문에 사이타마를 골랐을 경우엔 300초 동안 2 대 3의 핸디캡 매치를 벌여야 한다. 만약 콤보에 성공하거나 완벽한 타이밍 가드에 성공했을 경우 도착 시간이 앞당겨진다.
하지만, 이런 재치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이타마는 이 게임에 밸런스 붕괴를 가져왔다. 특히 초창기엔 사이타마 도착 시간이 150초에 불과했기 때문에 적당히 단단한 캐릭터를 두 마리 골라 놓고 니가와 플레이를 펼치다가 사이타마가 와서 다 쓸어버리는 게 제일 효율적인 플레이였다. 물론 굳이 사이타마가 아니라도 심해왕이나 후부키처럼 무한 콤보가 가능한 캐릭터가 있어 이미 밸런스가 엉망이었던 건 비밀이다.
조작은 가능한데 전투는 불참? 원펀맨 로드 투 히어로
원펀맨 로드 투 히어로는 중국의 개발사인 오아시스에 의해 개발된 모바일게임이다. 턴제 카드배틀 게임으로 대머리가 되고 강력한 힘을 얻은 사이타마가 제노스와 함께 괴인, 악당, 대재아에 맞서 싸운다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러 히어로로 팀을 꾸려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 되며, 미션을 수행하면 많은 히어로를 해금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현재는 2.0 버전 베타 테스트가 외국에서 진행 중이다.
이 게임 내에서도 사이타마는 등장한다. 애초에 게임 스토리 자체가 사이타마가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모드의 배경화면에서도 사이타마가 달리고 있으며, 쿠키런처럼 사이타마를 직접 조작해서 앞에 있는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다. 특정 조건 달성 시에 사이타마 아바타와 초상화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하면 미션 스테이지에서 직접 사이타마를 조작해 맵을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이 사이타마가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스토리 모드에서 사이타마가 직접 대사를 치기도 하고 컷신도 따로 존재하지만,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사이타마를 캐릭터 카드로 만들면 어쩔 수 없이 능력치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 특성을 훼손하기보단 아예 따로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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