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미래의 삶과 직업을 위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직업으로 연결되는 학과에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e스포츠 산업 분야 관련 직군을 떠오르는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e스포츠를 하나의 전공 선택으로서 고려한다.
현재 e스포츠 관련 학과로는 전문대학으로 전남과학대, 오산대, 조선이공대가 있고, 4년제에는 호남대 e스포츠 산업학과에서 e스포츠 관련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호남대의 e스포츠 산업 학과는 35명의 수시모집에 224명이 지원해 6.4대1(학교평균 4.6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주었다.
다른 e스포츠 학과와 비교할 수 있는 4년제 대학의 학과가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학생들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덧붙여 대학원 과정으로 단국대, 한신대, 한양대 등에서도 e스포츠 전공자를 모집하고 있다.
e스포츠의 경제적, 산업적 측면의 강조를 다시금 여기에서 논의할 필요는 없다. 많은 대학은 e스포츠를 산업적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본다.
이러한 관심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에서 e스포츠 산업이나 비즈니스의 내용을 중심으로 학생들에 e스포츠를 가르치는 것을 통해 나타난다. 저자가 있는 경성대에서는 2018년부터 e스포츠 전공과목을 통해 e스포츠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학생들과 가르치고 토론하고 있다.
내년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8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됨으로 인해 스포츠 영역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체육학회 학술대회 분과학회인 스포츠산업경영학회와 e스포츠 산업위원회에서 e스포츠 관련 논문의 발표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e스포츠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학과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e스포츠의 선순환적인 발전과 학생들의 e스포츠 관련 직업 선택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대학에서 e스포츠학과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실에서 많은 전문대학은 프로 e스포츠선수나 관련 산업의 인력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로 e스포츠 지망생들은 굳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e스포츠 학원과 프로 e스포츠 구단 자체가 운영하는 연구생으로 들어가면 된다.
저자가 e스포츠 학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e스포츠가 전 지구적인 하나의 젊은 세대의 문화현상이며, 창조적인 디지털 산업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에 참여하고 즐긴다.
e스포츠와 관련된 산업, 비즈니스, 기획, 콘텐츠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방송해설가, 중계시설 등 다양한 영역의 일자리가 요구된다.
이러한 인력양성은 e스포츠의 학문적 토대에 근거한 e스포츠학과의 신설에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인력양성의 환경과 요구가 e스포츠학과 설립의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도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그림은 e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군의 수요가 앞으로 증대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4년제 대학에서도 e스포츠학의 설립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경제, 사회, 정책,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97년 IMF 위기, 국가의 디지털 정부의 지향, 한국인의 디지털 기술의 수용, 성적 강조의 교육적 분위기는 e스포츠를 탄생하게 만들었고, 이제 전 세계가 즐기는 K-문화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e스포츠 관련 현실을 보자.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외형적인 위상과 다르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e스포츠 산업을 주도하는 라이엇이나 블리자드는 외국 회사이며, e스포츠 시장은 중국이나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프로 e스포츠선수를 수급하는 농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e스포츠의 종주국은 선수의 위상뿐만 아니라, 학문적 위상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저자는 e스포츠학과의 충분조건은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세대적 관심의 확장이다.
e스포츠의 관심은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이외에도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중장년 세대로 확장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입에 물고 태어난 세대다. 그들의 행동은 많은 부분 e스포츠의 경험에 근거한다. 요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게 말하는 이걸 '요'. 제가 '요', 왜 '요'를 요구하는 그 근저에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아바타나 챔피언을 선택, 조준하여 목적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20년의 e스포츠역사에서 초기 스타크래프트를 즐긴 세대가 기성세대로 자리 잡음으로써 앞으로 e스포츠 교육과 연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탄생한 e스포츠의 경험과 내용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둘째, e스포츠 리터러시(문해력)의 교육이 필요하다.
2021년 초등학교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으로 프로 e스포츠선수가 6위다. 2020년에는 5위다. 그러나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을 일찍 포기한다.
2021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로 e스포츠선수는 중졸, 고등학교 중퇴, 고졸이 전체 선수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프로 e스포츠 선수가 되기 원하지만, 실제로 프로 e스포츠 선수로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
때문에 젊은 학생들에게는 e스포츠를 이해하고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체계적인 e스포츠 리터러시(문해력)의 교육이 필요하다.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 따른 과몰입, 폭력성, 시간낭비의 부정적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e스포츠 리터러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라도 e스포츠학과는 필요하다.
셋째, 한국 주도의 e스포츠 종목개발을 위해서라도 e스포츠학과는 필요하다.
e스포츠 산업과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e스포츠 종목 개발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에 기인한다.
e스포츠 종목개발의 성공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 스포츠의 경쟁요소, 개발자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디지털 기술의 실현능력에 달려 있다. e스포츠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e스포츠는 제도화된 경쟁의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 e스포츠의 상상력에 인문학적인 지식이 필요함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e스포츠는 인간의 상상력을 디지털 기술로 실현하기 위한 코딩 교육, 사운드, 그래픽, 스토리, 스포츠 경쟁의 요소 등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가 필요하며, 때문에 e스포츠학과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e스포츠학과의 설립에는 아직 부정적인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e스포츠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정부의 일관된 e스포츠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e스포츠와 관련 정책은 제1차관 소속의 콘텐츠 정책국에서 다룬다. 반면에 e스포츠 경기종목은 제2차관 소속인 체육국에서 관여한다.
이는 e스포츠를 전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연결되고, 체계적인 한국 e스포츠의 발전과 방향설정에 장애요소로 작동한다.
물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는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e스포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e스포츠를 전체적으로 다루는 전문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금 폐지논란에 있는 e스포츠진흥자문회가 그 역할을 하거나 새로운 기구가 대신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둘째, e스포츠에 대한 대학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아직 4년제 대학에서 e스포츠학과 설립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저자도 대학에 e스포츠 학과를 제안하였지만, 학교는 학과 설립과 관련된 내부 논의의 결과 긍정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많은 대학교에서 e스포츠의 선수 양성, 산업,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e스포츠 학과 설립이 시기상조라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커리큘럼의 빈약과 기존 대학의 관계자나 교수의 e스포츠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이해 부족에 근거한다. 물론 본격적으로 e스포츠의 역사가 20년이 되지 않는 관계로 하나의 학문으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e스포츠와 관련된 학문적 연구의 결과물을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가 일하고 있는 경성대 e스포츠 연구소나 한국 e스포츠 학회 소속의 연구자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저자는 e스포츠 학과가 학교의 여건이나 학문적 토대의 빈약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면, 그 이전 단계로 각 대학은 모든 학생들이 e스포츠의 이해할 수 있는 교양과목의 개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기초로 각자가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미래의 자신의 직업과 연구 분야로 e스포츠 전공 과정의 개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셋째, e스포츠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e스포츠 학과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4년제 학과에서 e스포츠를 가르쳐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석박사 과정에서 e스포츠 박사를 배출하여야 한다. 이들이 대학에서 전임교수로서 e스포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선순환적인 과정으로 이어진다.
e스포츠 선순환적인 발전의 시작은 e스포츠학과의 개설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아직 그 길은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가까운 시기에 e스포츠 학과의 설립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의 아버지이며, 실용주의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새로운 이론은 처음에는 불합리하다고 공격받다가, 다음에는 참이긴 하지만 뻔하고 무의미하다고 인정되다가 마지막에는 그것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발견했다고 주장할 만큼 중요시된다"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 학과 설립도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길 바란다.
경성대학교 이상호 연구교수 / 이상호 연구교수 제공
마지막으로 e스포츠 학과 설립과 관련하여 저자는 학력인구의 감소로 저마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e스포츠관련 학과 신설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지속 가능한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문적 토대 없는 e스포츠 학과와 교육은 한 때의 유행가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많은 연구자가 e스포츠의 학문적 연구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경성대학교 e스포츠연구소 연구교수 이상호 저서: e스포츠의 이해, e스포츠의 학문적 이해 역서: 보이지 않는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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