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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불통'에서 '통'으로...10년 간 변화한 게임사 소통 방식

게임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30 22: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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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아크 쇼케이스 /스마일게이트


게임은 음악, 영화, 드라마, 만화, 책 등과는 다르게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에 참여하고 체험한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는 일반 창작자와 달리 이용자가 최상의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게임업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에 띄는 발전 속도를 보여 왔다. 1년, 2년, 3년 전으로 돌아갈수록 완성도나 트렌드, 문화 등이 시시각각 바뀌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이용자는 원하는 쾌적한 환경, 편의성, 심미적 기능을 하는 콘텐츠(아바타, 스킨 등)를 개발사에 요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시 게입업계의 이용자는 단순 소비자였기 때문이다. 소통의 창구가 고객센터 정도로 대체된 일반 기업의 형태였다.

지금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게임 산업은 보다 다양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당시 게임을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피드백 주는데 왜 듣지를 않냐"라며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였다. 시간과 재능을 투자해가며 데미지 공식을 점검하거나 버그 사례를 수집하고 원인을 추적해 개발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사는 이를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매크로 형식의 답변으로 응대해왔고, 이후에도 인력 부족으로 버그를 방치하는 등 총체적 난국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소통'은 게임업계의 자연스러운 트렌드가 됐다. 일련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난게 된 것일까?

◇ 2021년 게임업계 연쇄파동...폭풍같았던 6개월


상반기 트럭시위 / 게임와이 DB


지난 2021년,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발생한 신년 스타트대시 중단 사태로부터 시작된 트럭시위는 게임업계 전체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넥슨의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클로저스, 엔씨의 프로야구H2와 리니지M 등 크고 작은 게임사 앞에 분노와 성토의 메시지를 담은 트럭들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게임사들도 진화에 나섰다.

넷마블은 3월 간담회를 시작으로 후속조치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공식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저들과 소통에 나서 유저들의 민심을 돌렸다. 넥슨 또한 확률형 아이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약속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마비노기와 메이플스토리 등의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후속 조치에 전력을 다했다.

◇ 새로운 소통 방식의 등장


로스트아크 금강선 전 디렉터, 사진 = 게임와이DB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발생한 신년 스타트대시 중단 사태로부터 시작된 트럭 시위는 게임업계 전체로 퍼져 나갔다. 넥슨의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클로저스, 엔씨의 프로야구H2, 리니지M 등 수많은 게임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 때 논란이 됐던 많은 게임들에서 이탈자가 발생해 소위 '난민'이라 불리는 그룹이 형성됐다. 게임의 앞 글자를 따 '메난민', '마난민', '린저씨' 등 이탈 그룹의 핵심으로 불린 이용자들은 갈 곳을 잃었고, 결국 '로스트아크'로 정착하게 됐다.

이후 로아온 미니, 로아온 윈터 등 정성들인 쇼케이스와 불가능해 보이는 업데이트 일정을 소화해내며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MMORPG로 자리하고 있다. 크리스마나와 새해에 디렉터가 직접 게임에 출현해 공지를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렇듯 '로스트아크'는 2021년 상반기 확률형 아이템발 연쇄 파동의 수혜를 입으며 낭만있는 '겜잘알' 디렉터의 착한 게임으로 승승장구했다.


금강선 전 디렉터 / 로아온 갈무리


로스트아크의 성공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은 게임사의 소통 방식이다. 개발사과 유저가 힘을 합쳐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고쳐가며 게임으로 완성해 가는 형태였다. 이용자와 제작진이 동고동락하며 게임을 만들어 가던 '낭만'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는 평도 있다. 로스트아크가 보여준 소통의 형태는 많은 게임사의 본보기가 됐다.

금강선 전 디렉터는 당시 국내 게임업계를 통틀어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하는 유일한 개발자로 이용자들에게 '빛강선'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인기를 누렸다. 게임사와 게이머 간 소통 방식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 CCO는 당시 출중한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앞세워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기 때문에 게임에 발생한 사건 사고, 유행하는 밈 등 모든 부분을 잘 파악했다. 게임에 대한 이해와 논란이 되는 사안 등 모든 면에서도 진정성을 보였다. 발표가 다가오면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되 어떤 이유에서 잘못됐는지, 혹은 어떤 이유에서 할 수 없는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항상 '낭만'을 강조했고, "낭비 없이 낭만은 없다"며 일정 부분의 수익을 포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듯 이용자 친화적 형태의 소통을 보여준 금 CCO는 이용자에게 있어 처음 보는 유형의 개발자였고, 많은 팬의 지지를 얻었다. 결국 로스트아크는 2021년 트럭 파동에 게임사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가던 와중에도 홀로 자리를 지킨 유일한 RPG가 됐다.

◇ 소통하는 게임


판교역에 배치됐던 유저들의 선물 / 스마일게이트


금 CCO가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사실 단순 화술의 영역일 수도, 프레젠테이션의 기술일 수도 있다. 다만 아무 이유 없이 라이브 방송을 켜고 "그냥 켰어요"라고 하거나 여름 업데이트에 대해 "어른들의 여름방학을 선사하겠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항상 팬들과 소통하고 낭만을 전달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행사에서는 직접 인형 탈을 쓰고 나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깜짝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팬들은 이런 사소한 커뮤니케이션 하나하나에 감동했다.

'소통하는 게임', '대답해 주는 게임'이 등장하자 게이머들도 반응했다. 로스트아크 게이머들은 금 CCO의 생일에 맞춰 판교역에 대형 응원 광고를 게시하거나 자발적 기부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팬들이 판교역 광고 유치와 로스트아크 개발팀을 위한 감사 선물을 사는 데 사용한 금액은 총 2600만 원이 들었다.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대형 응원광고를 부착한 사례는 업계 역사상 전례가 없다.

게이머들은 자발적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사가 이용자들에게 '낭만'을 선물했듯, 게이머도 게임사에 '낭만'을 선물하고 싶다는 의도였다. 그렇게 1만2000여 명이 넘는 이용자가 기부에 참여했고, 일주일 만에 모인 기부금은 3억 원에 달했다. 업계는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이후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게임사가 연일 행사를 개최하며 유저와의 소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 트렌드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커뮤니케이션


칼페온 연회 현장 /펄어비스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느껴지는 디렉터의 대사들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감동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디렉터의 역량이 진심에서 우러나왔든 마케팅의 일환이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식의 소통이 가능한 게임은 로스트아크가 유일했기 때문. 

이후 많은 게임들이 간담회와 솔직한 운영을 약속하며 다시금 정상궤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또한 디렉터가 직접 나서 지난 기간의 반성과 앞으로의 로드맵을 발표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을 가벼운 토크를 통해 보여주는 형식의 쇼케이스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는 신작 발표 쇼케이스에서도, 기존 게임들의 쇼케이스에서도 동일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김창섭 기획팀장, 사진 = 라이브 방송 갈무리


같은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토크쇼 '데스티니 라이브 토크'를 진행했다. 김창섭 디렉터(전 기획팀장)은 라이브 방송에 대해 "이 정도의 디테일은 유지하면서 진행해야겠다는 것,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몇 차례의 폭풍을 마주한 개발사는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플랜을 공개하며 빠른 시일 내에 고쳐 나갈 것을 약속했고, 실제로 21년 연말까지 상당 부분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간담회나 청문회와 같은 무거운 자리가 아닌 가벼운 모습으로 보다 자연스럽게 지난 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로드맵을 발표하는 모습은 어느정도의 민심을 되돌리는 성과를 보여줬다.

실제로 라이브 토크서 이용자들은 그간 보여줬던 모습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에 긍정적 평가를 보였다. 


윤명진 총괄 디렉터 = 던파 페스티벌 갈무리


국내 게임사의 인기 라이브 PC온라인 게임들이 잇달아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던파페)'을 개최하고, 펄어비스도 자사 인기 타이틀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의 이용자 간담회 '칼페온 연회'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 이용자가 원하는 것


제노니아 유저 소통 방송


이렇게 이용자들과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게임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즘, 그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비스중인 게임은 물론 신작 타이틀에 대해서도 대부분 라이브 방송을 통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사들이 라이브 간담회는 게임의 주요 업데이트 방향을 이용자에게 설명하고 현장에서 얻은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 운영에 반영하는 한편, 간담회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용자들 간의 소통을 활성화해 게임 인기의 지속성을 늘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게임이 정식 출시하지 않았음에도 실시간 개발 현황과 이용자 피드백을 수용하는 시간은 하나의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게임업계 연쇄파동 이후 무너진 게임사의 이미지 쇄신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를 착실히 수행해 나가는 모양새다.


최문영 캡틴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출처 TL 공식 유튜브


'불통'에서 '통'으로, 이미지 쇄신의 과정에는 트렌드를 읽는 능력, 마케팅 능력 등 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가장 주요했던 것은 이용자와의 직접 소통을 위해 숨지 않고 전면에 나선 선택이었다. 성의있게 준비한 쇼케이스로 유저와 직접 소통하며 자사의 실수와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매사에 발빠른 대처를 보여줬다.

게임이라는 상품은 당연히 우수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실적을 올려야 하겠지만 이렇듯 현재 MMORPG 팬들에게, 나아가 게임 개발사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소소한 소통과 잘못에 대한 인정, 게임을 사랑하는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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