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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긴글 주의)당미역에서 기다리는 사람앱에서 작성

ㅇㅇ(223.38) 2022.06.05 10:08:28
조회 4541 추천 88 댓글 20

예린이에게 당미역은 염창희였듯이
구씨에게 당미역은 염미정
염미정에게 당미역은 구씨가 기다리는 곳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괜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하는 곳

아닌척 하면서 당미역 주변을 서성이던 구씨처럼
한 평생 사랑을 찾아 쏘다닌 개처럼
멀뚱하니 역 앞에 못 박힌듯 서 있게 되는 이야기

난 이 드라마의 핵심은 14회끝부터 16회까지에 있다고 생각함
그 이전의 이야기는 전생같은거야
이들의 로맨스가 완전히 끝난 후
그러니까 짧았지만 강렬했던 사랑을 심어둔 자리에
무덤을 만들고 3년상을 치른 후에
나누는 후일담
결국 계속 곱씹다보면 구씨의 자리에 앉게되는 이야기

구씨의 자리가 더러워 보이거나 어딘지 모르겠으면
이 드라마에 백프로 공감은 어려울 것 같음

구씨의 인간 혐오 그 중 핵심은 자기 혐오
아침부터 술마시며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누구보다 구원이 절실하지만 문제를 내부에서 찾지 않고 눈 밖의 인간들에서 찾는,
모두를 경멸하지만 특히 자신에게 가혹한 인간
신에게 벌 받을게 이미 확정이라 남은 생 최대한 불행하게 견디면서 신의 정상 참작만 바라는 죄수의 삶
그런 구씨의 옆에 가만히 있어주면서 당신의 그 감옥살이는 언제부터였는가 세살 일곱살 열여덟살... 가늠해가며 그 때마다 옆에 있어주고 싶어했던 미정이는 급기야 아예 태어나자마자 한 살인 당신을 추앙하며 100프로의 응원만을 해주고 싶다고 하지

어느 날 새처럼 날아들어온 아기를 보며
구씨는 떨어져 있던 3년 남짓한 시간 중에도 늘 조용히 말없이 옆에 있어준 미정이의 존재를 느낀거임
이런 나에게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기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기를 순전한 마음으로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
나를 벌 하려는, 벌 할게 분명한 신과
나를 그저 추앙하기만 하는 인간 여자 중에
누구를 보고 남은 인생을 살아야할까
아침마다 나를 찾아오는 게 나의 죄의식을 똘똘 뭉쳐 던지는 신의 얼굴이 아니라
내가 한 때나마 사랑했던 이들의 얼굴이라 생각하면
미정이 말대로 환대할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인간의 관성은 다시 나를 살던대로 살게 할 가능성이 높지만 내가 한 살이라면 50살 인생의 첫 날이고
부모보다 더, 정말 나를 좋아하기만하는 사람이 어딘가 분명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좀 다르게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옭아매는 온갖 죄의식 허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미움 혐오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나는 어느 날은 구씨가 되고 어느 날은 염미정이 되면서 매일 스스로를 혐오하고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이랬다 저랬다 살고 있는데 누군가 정말 좋기만한 사람을 만들어두고 순전한 마음으로 그 사람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기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기를 오늘의 그가 마음이 아프다면 그의 한 살 때로 돌아가 업어주고 싶은 깊이의 애정을 갖는다면 그 사람이 옆에 없어도 그 마음만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서울에서 다시 만난 구씨와 미정이는 서로에게 물어
헤어져 있던 시간 동안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도 개새끼였냐?

아침마다 찾아오는 얼굴들 중에 내 얼굴도 있었어?

우리는 2야 아님1대 1이야?

구씨가 먼저 너 나 경계하냐 우리는 당연히 우리라며
미정이를 안심시키고 미정이는 투정해

그리고 구씨는 자기도 개새끼였는지, 말하지 못한 나의 추앙이 닿았는지 닿지않았는지 계속 물어 불안한 마음으로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가 재혼하고 서울 살이를 하게되면서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게 되지않았을까
그에 대한 미정이의 대답이 구씨에겐 구원이었을거임
당신은 나에게 성역이라는 말
구씨를 개새끼로 만들지 않기위해 애썼다는 미정이의 마음
의심이 많은 구씨가
이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우주의 에너지 덩어리같은 미정이의 마음을 믿어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져
그제야 창희의 안부도 궁금해져

그러면 아침마다 구씨를 찾아오는 얼굴들 중에 미정이도 있었을까
아침마다 구씨를 찾아오는 얼굴들은 일종의 죄의식인데
구씨에게 미정이는 자신이 만들어낸 또 다른 죄의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성역이었을까
내 결론은 구씨에게도 미정이는 성역이었을거란거
아침마다 구씨를 찾아오는 얼굴들에게 구씨는 100% 개새끼 였을거임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구씨는 그들에겐 자기가 100% 개새끼였다고 믿어
그래서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애도할수없었던 거임
내가 죽여놓고 슬퍼하면 그건 정말 답없는 개새끼니까

자기가 온 마음으로 사랑만 준 개가 죽었을땐 3일 밤낮을 울었다고 했지
구씨는 누구보다 순수함, 순도 100퍼센트의 무언가가 중요했던 사람임
그게 동물하곤 되거든
신하고도 가능하지
근데 사람하곤 불가능해
내 마음을 바닥까지 백프로 믿어줄 사람이란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미정이에게도 계속 물었던거겠지

미움은 미움으로 배신은 배신으로 나에게 예의 없는 인간은 나도 예의없음으로 이용은 이용으로 경멸은 경멸로 지겨움은 지겨움으로 갚아주는 거울같은 인생
그게 구씨의 인생이었으니까

근데 미정이에겐 뭘 갚아야 할지 몰랐을거야
추앙에는 추앙으로 갚아줄 수있었는데
더 이상 옆에 있을 수 없게 돼서
아무런 설명없이 떠나야 했을 때 개새끼라고 원망하고 화냈다면
아침마다 찾아오는 얼굴에 미정이도 분명 있었겠지
하지만 미정이는 그저 서운해하고 한 살 짜리 당신을 업고 싶다고 말해줬지
뭐라고 이름붙여야 할지 모를 그 마음이 구씨에겐 숙제로 물음표로 술먹고 있을 때 언제나 옆을 둥둥 떠다니는 어떤 뭉클함으로 계속 남아있었을거임

절대 아침마다 찾아왔을리가 없지
애써 떠올리려고 해도 오히려 안 떠오르지 않았을까 무의식에 가둬둔 것 처럼 성역처럼
그러다가 뭉클함이 차오르고 차오른 어느 날 다시 찾은 당미역 산포에서 곳곳이 패이고 어두워진 집을 보면서
불안했겠지 염미정 너 그대로 염미정인거 맞지
그래서 다시 만난 미정이의 이름을 계속 불러
염미정 그 세글자에 꾹꾹 눌러박힌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불러내듯이 염미정
미정이는 구자경이란 이름을 들었지만 한 번도 불러주진 않지 이름이 있으니까 잡아먹진 않겠지만
구자경이 아니라 뭐였더라도 미정이에게 구씨는 그냥 구씨
들개였다가 남의 집 도베르만이었다가 이제 다시 내 앞에 드러누워 하얀 배를 보이는 순전한 내 사람

마지막회를 두 번 돌려보면서도 자경이가 결국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음
신화장한테 죽었을지 흠씬 패준 현진이 빚쟁이들에게 칼을 맞았을지 어찌됐을지 모르겠어
죽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지만 그럴 수 있는 인생을 살았으니 그런 결말이 맞을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마지막은 취하지 않은 맨정신이라서
너를 사랑하기만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채로
너의 끝이 어떻든 환하게 웃으면서 언제든 너를 환대할 미정이의 얼굴만 남은 인생이라서 다행이다
자경아

나도 며칠간은 행복회로 돌리면서
신회장한테 돈주고 그걸로 풀려나고
미정이랑 산포가서 싱크대 공장 물려받아 살거라고 그렇게 희망적으로 생각했는데
마지막 미정이 미소가 아무래도 구씨가 마지막 순간에 떠올리는 이 생의 인사 같아서

둘이 함께 보낸 마지막 밤 구자경의 고백이 좋아한다가 아니라 좋아했다인 이유, 눈감기전 뜬금없이 창희의 안부를 물은 이유

모두 자경이의 유언이었던 것 같아

창희가 죽어가는 사람을 발견하듯이
혹은 죽어가는 사람이 창희를 기다리듯
미정이는 가장 미운 사람의 예쁜 걸 봐주는 사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주는
죽어가는 사람의 허탈한 고백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진짜 받는 여자 염미정

내 마음속에 이 드라마는 스스로 만든 지옥에 빠져 몸부림치다가 우연히 만난 한 여자에게 구원받고 사랑 속에서 잠든 불쌍하고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로 남을 것 같음

그 때 당미역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없었을 구자경 인생의 에필로그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지만 결국 세상은 멈추지 않았고 자경이는 밤새 걸어도 산포에 가지 못했어

메말라 죽어가던 미정이에게도 자경이는 사랑의 씨앗
그 씨앗을 포기하지 않고 3년이나 물을 주고 보살펴서 꽃을 보게 됐고 메말라 가더라도 살다보면 봄이 오고 또 어디선가 선물처럼 씨앗이 날아오겠지

미정이는 흔적없이 사라진 자경이를
굳이 찾으려고도 하지 않고
어느 날 불쑥 전화가 왔듯이
언제가 돌아올거라고 생각하면서
한 번씩 원망이 생길 때면
녹음 해둔 자경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사는 동안은 단정하게
사람들 틈에서
어쩌면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남편 흉을 보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닥달하면서
꺼끌거리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매일 그저 성실하기만 하면 되는 일과
나를 함부로 재단하려하지 않는 사람들속에서
그저 평범하게
죽어서 가는 천국을 바라며 그저 견디는 삶이 아니라
매일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믿음으로
행복해라 미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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