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대가 요양시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일까. 첫째, 요양시설은 기본적으로 폐쇄적이다. 치매노인의 탈출·배회 등을 이유로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그러나 닫힌 방에서 노인과 요양 인력만 있으면 학대 발생 위험성이 커진다.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치매노인의 대소변을 계속 챙겨야 하는 요양인력 입장에서 참기 힘든 상황도 많다. 선진국 인권기구들은 학대를 예방하려면 폐쇄적인 시설 입소 자체를 줄일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우리 요양시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폐쇄성이 더욱 심화됐다.
둘째, 학대를 예방하는 기제가 작동되지 않는다. 학대는 강자와 약자의 권력관계가 작동하면서 발생한다. 대항 능력이 없는 노인은 제공 인력에 비해 신체·정신적으로 약하다. 우리 요양시설은 노인의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을 최소한의 조치만 할 뿐 적극적으로 기능을 개선하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요양원은 구조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미흡하고, 영세한 요양병원은 의료 서비스만 제공할 뿐 활동 프로그램이 없다. 노인은 그저 침대에 누워만 있으니 근력이 약화돼 기본적인 보행과 대소변 가리기도 어려워진다. 이는 노인의 대항 능력을 약화시킨다.
셋째, 학대 발생 후 작동되는 공적 체계의 문제다. 노인보호전문기관(노보전)은 신고를 바탕으로 학대를 조사, 판정하는 기구지만 전국적으로 37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 정부의 노인학대 관련 예산은 고작 123억원이다. 컨트롤타워인 중앙노보전도 상근자가 10명에 불과하다. 스트레스가 많은 기피 업무인데 급여가 매우 낮아 이직이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89곳이 있고, 관련 예산은 1008억원이다. 노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심각하고, 정부가 노인학대를 사실상 방치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넷째, 요양병원은 노인학대의 심각한 사각지대다. 노보전에서 어렵게 조사해 학대라고 판정해도 경찰이 개입하지 않으면 행정조치를 내릴 수 없다. 요양원은 CCTV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요양병원은 반대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학대에 대한 공적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보전 인력·예산의 확대가 시급하다. 노인인구 급증을 고려할 때 아동학대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 최근 노인학대 발생 건수가 급증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 판정 결과에 불복해 법적 분쟁도 많다. 중앙노보전에 상근 변호사를 배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비스 품질도 개선해야 한다. 유럽처럼 재활 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신규 급여로 개발해 확대 보급하고,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인력의 대대적 양성, 배치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노인의 대항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또 요양병원의 학대에 대한 공적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 노보전의 조사 결과를 활용해 요양원처럼 자치단체나 보건소가 행정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간병인은 요양보호사보다 더 관리되지 않는 제도권 밖의 인력이므로 CCTV 설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설의 폐쇄성을 줄이도록 서구 국가들처럼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고, 궁극적으로는 노인이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집에서 다양한 보건의료, 복지, 사회참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실질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노인학대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공적 개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의지에 달려 있다. 노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멈추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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