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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모델부터 야구 시구까지…’가상인간 열풍’의 원인과 전망은?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12 18: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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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정보통신기술로 만든 ‘가상인간’이 활동 범위를 꾸준히 넓힌다. 광고 출연은 물론, 최근에는 야구 시구에도 나섰다. 가상인간 정보사이트 ‘버츄얼 휴먼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가상인간은 약 200명에 달한다. 가상인간에 관심을 두고 효용을 인정한 기업들이 속속 개발에 나서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윤리 문제도 불거진다.


사이버가수 아담. 출처=아담 뮤직비디오 캡처



가상인간 원조 격 사이버가수 ‘아담’

가상인간은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3D 기술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만든다. 이 기술이 처음 주목받은 것은 1998년이다. 당시 가상인간의 원조 격인 사이버가수 아담이 등장해 앨범을 출시, 2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려 화제를 모았다. 1집 흥행으로 제작사 아담소프트는 이듬해 6월, 2집을 출시하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아담은 자취를 감췄다. 당시 아담이 ‘바이러스에 걸려 사망했다’, ‘군대에 갔다’ 등 많은 추측이 나왔지만, 정작 원인은 감당할 수 없는 유지비로 알려졌다. 사이버가수 아담의 뮤직비디오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수억 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흥행에 실패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다.

왜 20년 뒤 가상인간이 다시 주목받을까?

1998년 아담이 등장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왜 다시 가상인간이 주목받을까? 두 가지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다. 높아진 기술력과 효용 가치다.

기술이 사회에 자리 잡고 꾸준히 이어지려면 효용이 있어야 한다. 과거 아담은 신기하다는 반응과 화제를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을 창출할 효용 가치가 높지 않았다.

반면, 오늘날 가상인간은 분명한 효용을 준다. 기업을 대변할 가상인간에 브랜드 철학과 가치, 상품 이미지를 지속해서 투영하는 방식이다. 가상인간은 외모와 연령, 성별 등을 원하는 대로 창조할 수 있어 원하는 타겟층을 공략하기 수월하다.

사람인 셀럽은 계약이 끝나면 더는 기업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라도 하면 오히려 기업에 역효과가 난다. 반면 가상인간은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활용 가능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가치를 뽐내기도 한다.


가상인간 와이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출처=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실제로 신세계그룹이 만든 가상인간 와이티(YT, Young Twenty)는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지난 7월에는 가상인간 최초로 서울시를 대표하는 청년 홍보 대사로 위촉됐다. 삼성전자와 SPC 파리바게뜨, 매일유업 등 다양한 브랜드의 홍보모델로 활약하며 활동반경도 넓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와이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자사 가상인간을 홍보했다.

와이티는 가상인간 최초로 프로야구 시구에 나서기도 했다. 와이티는 지난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랜더스와 KT위즈 전에서 마운드에 서는 대신, 대형 전광판에 등장해 공을 던졌다.


가상인간 와이티. 출처=와이티 인스타그램



활발히 활동 중인 가상인간은 와이티뿐만이 아니다. 아담의 뒤를 잇는 사이버 가수도 등장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로지’다 로지는 싱글 앨범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매했으며, 보험사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로지가 출연한 광고 유튜브 영상은 게시 후 5개월 만에 조회 수 2000만 회를 넘겨 화제를 모았다.


가상인간 로지. 출처=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제공



게임회사도 가상인간 개발에 뛰어들었다. 스마일게이트는 2018년, 게임 에픽세븐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세아'를 시작으로 최근 가상인간 ‘한유아’도 선보였다. 한유아는 올해 초 YG 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은 후 지난 4월 첫 음원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을 발표했다. 이후 차음료 브랜드인 ‘옥수수수염차’와 아이웨어 브랜드 ‘파리스 센시블레’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가상인간 한유아. 출처=스마일게이트



와이티를 포함한 이들 가상인간이 거둔 성과를 목격한 기업들이 기술 연구 개발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관련 시장도 급팽창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휴먼 시장 규모는 2020년 100억 달러(약 12조7500억원)에서 2030년 5275억8000만 달러(약 672조6645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가상인간 제작 플랫폼 기업 클레온의 진승혁 대표는 “여러 기업이 가상인간을 고객과 만나는 접점으로 삼으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일관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한다”며 “과거 아담이 등장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기술력이 많이 올라와 가상인간을 만드는 비용과 기간이 대폭 줄었고, 경제적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있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상인간 붐 다시 가라앉을 수도…윤리적 문제도 대비해야

일각에서는 가상인간 붐이 다시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겪을 것이란 주장이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관련된 로봇공학 이론이다. 로봇이 점점 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는 주장이다. 효용이 있어도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끼면, 가상인간을 더는 활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해결할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윤리 문제다. 가상인간은 외모와 연령, 성별 등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미성년 가상인간을 홍보모델로 활용하는 경우다.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를 막을 수단과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로 접어들며 부가 캐릭터와 같이 자신을 대변할 또 다른 방식이 주목받는다. 가상인간도 그중 하나”라며 “가상이라고 해도 실제처럼 느껴질 만큼, 기술 수준이 상당하기 때문에 간접 체험임에도 직접 경험한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홍보 수단이 되는 이유인데,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도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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