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35mm 필름 포맷에서는 50mm 렌즈를 표준으로 삼는다. 이는 50mm 렌즈가 한쪽 눈으로 시야를 볼 때 식별할 수 있는 시야나 왜곡도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0mm 렌즈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시야의 중심만 보이고 주변부가 생략되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시야에 더 가까운 렌즈는 망막에서 색깔을 분별할 수 있는 시야각인 60도에 가까운 35mm 렌즈다. 50mm 렌즈가 중심부만 담는다면 35mm 렌즈는 광각 왜곡이 있지만 우리가 피사체를 바라볼 때 조금 더 주변이 나오는 시야까지 담는다. 그래서 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5mm 렌즈를 표준으로 보는 경우도 많고, 각 제조사도 35mm 단초점 렌즈를 다양하게 구성한다.
삼양옵틱스 AF 35mm F1.4 FE II와 소니 A7m3 조합. 출처=IT동아
국내 광학기업인 삼양옵틱스 역시 35mm 라인업을 잘 갖추고 있다. 삼양옵틱스는 2017년 AF 35mm F2.8 FE와 AF 35mm F1.4 FE를 통해 35mm 라인업을 갖췄고, 2020년에 그 중간 라인업인 AF 35mm F1.8 FE를 추가해 35mm에만 세 개 렌즈가 있다. 다만 세 렌즈 모두 3~5년 전 카메라 사양에 맞추다 보니 최신 영상 기종에서는 초점 성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를 위해 세 렌즈 중 전문가용인 AF 35mm F1.4 FE을 새롭게 단장한다. 지난 3월 공개된 AF 35mm F1.4 FE II는 소니 FE 35mm F1.4 GM 대비 절반 가격대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여주는 렌즈로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하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f/1.4의 밝은 조리개와 안정적 해상력, AF 35mm F1.4 FE II
AF 35mm F1.4 FE II는 기존 1세대 제품에 디자인과 부가 기능을 부여하고, 영상 성능을 강화했다. 출처=IT동아
삼양옵틱스 AF 35mm F1.4 FE II는 f/1.4의 밝은 9매 원형 조리개와 방진방습 처리, 초점 고정 버튼과 커스텀 스위치 등 삼양옵틱스 35mm 라인업 중 가장 사양이 높은 제품이다. 렌즈는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FE 마운트로 출시됐다. 렌즈 구성은 2매의 비구면 렌즈(ASP)와 2매의 고굴절 렌즈(HR)가 포함된 9군 11매 구성이며, 이는 전작인 AF 35mm F1.4 FE와 동일하다. MFT 차트상 해상도에서는 전작보다 근소하게 중앙부 해상력을 유지하려는 등의 차이가 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는 아니다. 렌즈 코팅은 빛 확산(플레어)와 광원 잔상(고스트)를 억제하는 울트라 멀티 코팅(UMC)이 그대로 적용된다.
측면에 커스텀 스위치와 초점 고정 버튼이 있다. 출처=IT동아
디자인은 전작의 레드링 대신 실버링이 탑재돼 전반적인 느낌이 바뀌었고, 초점링도 단순 직선 형태가 반복된 형태에서 세 줄로 나뉜 형태로 변경됐다. 다른 신형 제품군과 달리 정면에 레드링은 없고, 후드는 동일하게 꽃 모양 후드가 채용됐다. 외형에서 많은 변화가 적용된 건 아니지만 내부에는 전 세대에서 생략된 방진방습(웨더실링)이 추가돼 환경적 요인에 따른 영향을 줄였다. 웨더 실링은 렌즈 마운트와 초점링 부분, 커스텀 스위치 및 초점 고정 버튼 네 군데에 적용돼있다. 커스텀 스위치는 모드 1에서 초점 조절 기능으로 동작하고, 모드 2에서 조리개 조절 기능으로 동작한다. 아래 초점 고정 버튼은 실리콘 재질로 덮여있고, 세로 사진 촬영 시 초점을 고정하거나 Eye AF 같은 기능을 할당할 수 있다.
렌즈 사이즈는 길이 115mm에 전체 구경 75mm, 필터 구경은 67mm로 제법 큰 편이다. 크기만 놓고 봤을 때 광각 단 초점 렌즈로는 가장 큰 편에 속한다. 그렇다보니 무게도 659g으로 제법 무거운 편이지만, A7m3와 조합했을 때는 균형감이 잘 맞아서 큰 부담은 없었다.
소니 A7m3, f/1.4, 1/8000초, ISO 100 촬영 결과, 최대 개방이라 색수차는 있지만 소프트함을 잘 잡은 편이다. 출처=IT동아
소니 A7m3, f/8, 1/640초, ISO 100 촬영 결과. 서드파티 특성상 왜곡 보정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잘 억제한 편이다. 출처=IT동아
샘플 촬영은 소니 A7m3를 기준으로 촬영됐고, 모든 샘플은 노이즈 개입으로 인한 해상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ISO 100으로만 촬영했다. 우선 해상력부터 살펴보자. 해상력은 f/1.4에서도 중앙부의 선명도가 상당히 잘 살아있다. 최대 개방 특성상 피사체 주변에 색수차가 개입하긴 하지만 밝은 조리개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잘 억제되는 편이다. 물론 고가의 렌즈들은 최대 개방에서도 색수차가 잘 억제되긴 하는데, 이런 렌즈는 단가가 두 세배 이상 비싸다.
극 주변부의 디테일도 떨어지지 않는다. 강화유리 내에 있는 피사체의 해상력도 부족하지 않고, 극 주변부의 선들도 흐트러짐이 없다. 해상력과 색수차 억제는 f/2.8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해 f/8에서 최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왜곡 수준은 보정 없이도 잘 억제되는 편이므로 수평선 등이 오목하게 보이는 등의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좌측이 f/8.0, 1/160초, 우측이 f/1.4, 1/5000초다. 노출은 동일하나 비네팅의 영향을 받은 오른쪽이 더 어둡다. 출처=IT동아
소니 A7m3, f/1.4, 1/2500초, ISO 100 촬영 결과, 좌측 하단 아래 철골 구조물이 옅게 보라색이 띄는데 이는 색수차의 영향이다. 억제하려면 f/2.0 이상을 활용하자. 출처=IT동아
소니 A7m3, f/1.4, 1/320초, ISO 100 촬영 결과. 출처=IT동아
f/1.4의 밝은 렌즈인 만큼 비네팅(Vignetting)의 개입은 감안해야 한다. 이미지 좌측의 경우 f/8.0에 1/160초, 좌측은 f/1.4에 1/5000초의 동일한 노출로 촬영된 결과다. 이론상 같은 밝기지만 f/1.4쪽은 주변부 광량 저하가 개입하면서 방사형의 광량 저하가 있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밝은 렌즈에서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며, f/2.0부터 크게 완화된다. 비네팅은 중앙을 밝게 표현해 피사체를 집중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사진 기술로 활용할 목적이라면 충분한 결과를 제공할 정도다.
소니 A7m3, f/1.4, 1/8000초, ISO 100 촬영 결과. 출처=IT동아
소니 A7m3, f/1.4, 1/6초, ISO 100 촬영 결과. 출처=IT동아
소니 A7m3, f/1.4, 1/1250초, ISO 100 촬영 결과. 출처=IT동아
삼양 AF 35mm f/1.4 II 렌즈의 진가는 밝은 조리개 값에 있다. 35mm 자체가 피사계 심도가 깊은 렌즈는 아니지만, f/1.4의 얕은 조리개 덕분에 피사체와 조금만 거리를 확보하면 충분히 배경 흐림을 유도할 수 있다. 배경 흐림의 경우에도 주변의 형태에 따라 빛망울이 잘 드러나는 편이고, 또 원형 조리개 채용으로 원형이 잘 드러난다. 또한 광량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노이즈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 샘플 중 유리잔을 촬영한 사진은 조명이 하나밖에 없는 조건이지만, f/1.4 조리개 덕분에 1/6초, ISO 100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소니 A7m3, f/5.6, 1/100초, ISO 100 촬영 결과. 출처=IT동아
소니 A7m3, f/1.8, 1/100초, ISO 100 촬영 결과. 출처=IT동아
광각 렌즈라서 매크로 촬영은 쉽지 않다. 최단 촬영 거리가 전작의 30cm에서 1cm 줄어든 29cm이긴 하지만, 35mm 초점거리 자체를 극복하진 못한다. 최단 촬영 거리에서 3cm 크기의 나비를 촬영한 결과를 확대해봤다. 크롭했을 때 해상력이 좋은 편이긴 하나, 전체를 놓고 접사물로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해바라기 같은 크기의 꽃, 테이블 위의 요리 등이라면 근접 촬영 용도로도 쓸 수 있고, 곤충이나 작은 피사체를 촬영하기엔 좋지 않다. 물론 35mm 자체가 원래 매크로 용도로 쓰진 않는다.
전작과 비교해 가장 많이 발전된 부분은 바로 초점 성능이다. 이전 세대에 채용된 듀얼 리니어 소닉 모터도 보급형 제품들과 비교하면 충분히 우수한 모터지만, 영상보다는 사진에 초점을 맞춘 모터다. 따라서 구동 시 마이크에 렌즈 구동음이 들어가거나 초점을 잡기 위해 초점 렌즈가 앞뒤로 움직이는 렌즈 브리딩 현상이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세대 제품부터는 리니어 스태핑 모터로 변경해 영상 초점 시의 소음 개입을 더 줄였다. 자동 초점을 활용해 영상을 촬영하는 비중이 높은 사용자라면 2세대 제품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 셈이다. 원거리와 중거리, 근거리 피사체를 놓고 반복적으로 자동 초점 이동을 시도했는데, 수동 초점만큼 자유로운 초점 변환과 정확한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양 AF 35mm F1.4 FE II의 빛 갈라짐, 실제 야간 촬영과 결과물이 다를 수 있다.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야간 촬영 시 빛망울 표현과 빛 갈라짐 수준을 확인해봤다. 해당 샘플은 간이로 촬영한 결과인 만큼 실제 야간 촬영 시의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우선 빛 갈라짐은 9매 원형 조리개를 채택히 18갈래의 갈래가 형성된다. 빛 갈라짐 자체는 f/4.0부터 생성돼 f/8부터 표현되고, f/16에서는 날카롭고 또렷한 형태를 보인다. 야간 촬영 시 빛 갈라짐을 의도한다면 미려한 결과물을 기대해도 된다.
삼양 AF 35mm F1.4 FE II의 빛망울, 실제 빛망울과 결과물이 다를 수 있다. 출처=IT동아
빛 망울은 최대 개방이 f/1.4로 큰 만큼 다른 f/1.8, f/2.8보다 주변부 빛 망울 표현에 유리한 특성이 있고, 원형 조리개를 채용해 최대한 깔끔한 원형을 유지하려 한다. 빛 망울 내부의 동심원은 렌즈 표면의 패턴이 나타나는 것인데, 80만 원대 렌즈로는 깔끔한 편이다. 참고로 f/2.0~f/16 결과물의 12시~3시 방향에 색이 다른 테두리는 렌즈 특성이 아닌 촬영 조건에 따라 발생한 결과다.
영상 성능 강화에 초점, 가성비도 우수해
삼양옵틱스 AF 35mm F1.4 FE II는 f/1.4의 밝은 조리개를 기준으로 가격 대비 성능비를 우선순위로 두는 사용자에게 최적의 선택이다. 광학 성능만 놓고 보자면 f/1.4에서도 충분히 해상력이 좋아서 최대 개방을 우선으로 해도 부담이 없다. 또한 영상 촬영 성능도 강화된 만큼 활용도가 더욱 좋아졌다. f/1.4에서 비네팅이 있는 편이지만, 이 역시 밝은 렌즈의 특징인 만큼 단점이라기보다는 특유의 공간감을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소니 FE 마운트용 35mm F1.4 렌즈 선택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 그나마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다. 출처=IT동아
전문가용 제품이지만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대비 성능비도 갖췄다. 8월 26일 기준 온라인 최저가는 88만 원대로, 다른 비교군과 비교해 확실히 저렴하다. 2015년 출시된 소니의 FE 35mm F1.4 ZA는 신제품 기준 118만 원대고, FE 35mm F1.4 GM도 156만 원대로 두배 가량 비싸다. 서드파티인 시그마 A 35mm F1.4 DG DN 역시 114만 원대로 훨씬 비싸다. 가격 대비 성능비를 고려한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조리개 링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가성비의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 출처=IT동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조리개 링 유무다. 다른 제품들의 경우 가격이 비싸더라도 조리개 링이 적용돼있다. 반면 삼양 AF 35mm F1.4 FE II는 초점링만 넓고 조리개 링이 없다. 커스텀 스위치로 조리개 기능을 대신하지만 물리적으로 있었으면 더 좋았지 싶다. 물론 제작 단가가 올라갈테니 무조건 탑재하는 게 좋진 않다. 사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전작인 AF 35mm F1.4 FE도 충분할 것이고, 더 편리한 활용도와 영상 초점 성능까지 원한다면 삼양 AF 35mm F1.4 II FE를 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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