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은 창의인재 육성과 도내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 확보 및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ICT 문화콘텐츠 사업화 실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북 글로벌게임센터’, ‘전북 콘텐츠코리아랩’, ‘전북 콘텐츠기업지원센터’, ‘전북 레드콘 음악 창작소’, ‘전북 웹툰캠퍼스’, ‘전북 문화콘텐츠 아카데미’, ‘전북 정보산업지원센터’ 등을 운영하며 콘텐츠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 스타트업을 지원합니다. 이에 IT동아가 [이제는 전북 콘텐츠] 시리즈를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5년 개소한 전북 글로벌게임센터는 전북 콘텐츠융합진흥원 주관으로 유망한 게임 기업들의 역량 강화와 입주공간 지원, 제작지원 사업 등을 통해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게임 지원 센터다. ‘지역 게임 기업 클러스터 강화’,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게임 제작 지원’, ‘네트워크를 통한 게임 생태계 활성화’라는 목적에 맞춰 인큐베이팅, 테스트베드, 맞춤형 기술 지원, 마케팅 및 홍보 지원, 해외 진출 지원, 게임 개발 전문 인력 양성, 기업 연계 인턴십 지원 등 세부 프로그램과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 2022년 기준 지원기업 58개사(중복 제외 29개사, 신규 창업 3개사)가 총 매출액 114.9억 원, 일자리 창출 160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연평균 매출 65.4%, 일자리 창출 성장률 8.1%를 기록하며 꾸준한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차트 10위, 시뮬레이션 분야 1위를 달성한 루트쓰리게임즈의 ‘데미갓 키우기’, 2022년 스토브 인디게임 판매 순위 8위를 기록한 펌킴의 ‘ALT F4’, 스팀 유료게임 매출 7위와 스팀 무료게임 매출 11위를 기록한 식스타게임즈의 ‘스타트레일’ 등이 전북 글로벌게임센터를 통해 탄생한 대표 게임들이다.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에서 만난 루트쓰리게임즈의 정경진 이사(좌)와 정숭화 PD(우) / 출처=IT동아
이에 IT동아가 전북 글로벌게임센터를 방문해 데미갓 키우기를 개발한 루트쓰리게임즈의 정경진 이사와 정숭화 PD를 만났다. 정경진 이사는 “2018년 설립 초기부터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의 입주공간, 게임 제작, 인력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시업을 통해 게임을 개발했다”라며, “여러 지원을 통해 어려웠던 시기를 무사히 버틸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 인연을 한께한 이들이 만든 루트쓰리게임즈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루트쓰리게임즈 소개를 부탁한다.
정경진 이사(이하 정 이사): 회사명으로 알 수 있듯 게임 개발사다(웃음). 2018년부터 여기 옆에 같이 앉아 있는 정숭화 PD(이하 정 PD)와 둘이 시작했다. 당시에는 온리원게임즈라는 개인사업자였고, 2022년 5월 법인으로 전환하며 루트쓰리게임즈로 회사명을 바꿨다.
온리원게임즈를 설립하기 전까지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개발했던 전형적인 게임 개발자였다. 여러 게임 개발사에서 일하며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했다. 게임 개발… 쉽지 않다. 많은 인력과 시간, 자금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한번 시작해 보자’라는 마음이 더 컸다. 이후 정 PD와 함께 작은 사무실을 빌려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줬던 루트쓰리게임즈의 정경진 이사(좌)와 정숭화 PD(우) / 출처=IT동아
정 PD와의 인연은 정말 오래 됐다. 그보다 더 길 수도 있다. 2008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각각 개발자(엔지니어), 기획자로 일하며 한때는 같은 게임 회사에 한때는 다른 회사에 일하며 친구처럼 지냈다. 공교롭게 나이도 동갑이고(웃음), 그러다가 M 게임 개발사에서 같이 일하다가 나와 온리원게임즈를 설립했다. 당시 목표는 개인사업자로 3년간 열심히 게임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인으로 전환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정 PD: 온리원게임즈 설립 후 처음 개발한 게임은 수집형 RPG 게임인 ‘이터널 판타지아’였다. 1년 정도 시간을 가지고 기틀을 마련한 뒤에 프로토 타입으로 일반에 공개하겠다는 계획으로 열심히 개발했다. 2019년 5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매년 열리는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해 처음 이터널 판타지아를 공개했다. 도트 디자인의 인디 게임들과 같은 전시 공간에서 선보였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2019년 당시 온리원게임즈로 참여했던 플레이엑스포 / 출처=루트쓰리게임즈
나름 인기를 끌었다. 당시 몇몇 퍼블리셔(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처럼 게임을 시장에 내놓는 기업을 퍼블리셔라고 한다)로부터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당시 인연을 맺었던 퍼블리셔 중 한 명이 지금 루트쓰리게임즈의 김건욱 대표님이시다.
실패와 좌절, 하지만 놓지 못했던 게임 개발
IT동아: 초기 게임 개발사가 겪는 경험을 온전하게 밟은 셈이다. 1명~3명의 적은 인원이 도트 디자인의 인디 게임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씩 성장하겠다는 전략… 왠지 듣기조차 어려운 힘든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데.
정 이사: 하하. 뭐, 즐거운 이야기만 가득하지는 않다. 많은 인디 게임 개발사라 그렇듯 정말 힘들었다. 2020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이터널 판타지아를 처음 공개했고, 2021년 애플 앱스토어에도 선보였다. 처음 계획대로 3년 안에 개발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 PD: 출시 초반 지표는 좋았다. 다만, 우리 스스로 모든 것을 하겠다는 욕심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게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스토리, 캐릭터, 게임 시스템… 많은 것을 담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그게 부족했다. 운영하며 여러 문제를 겪었다. 심지어 다른 앱과 충돌나는 일도 있었다. 운영 노하우가 부족했다. 게임 개발과 운영은 다르지 않나. 이걸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18년 정경진 루트쓰리게임즈 이사의 발표 모습 / 출처=루트쓰리게임즈
IT동아: 많은 게임 개발사가 겪는 문제 중 하나다. 그런데, 적은 인원과 자본으로 시작한 인디 게임 개발사에게는 이대로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는 큰 사고 아닌가. 이터널 판타지아로 성장해 다음 게임을 개발한다는 계획에 지장이 생겼을 텐데.
정 이사: 맞다. 이대로 계속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대로 그만 두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조금만 더’를 생각했다. 이터널 판타지아를 개발하고 공개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단계 더 발전한 게임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이터널 판타지아의 유저 성향 데이터, 콘텐츠 소모 데이터, BM 데이터 등 지표를 보며 정 PD와 이야기를 나눴고, 다음 게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 PD: 정 이사와 이야기하며 결정한 차기 게임은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키우기류’ 게임이었다. 마법사 키우기, 전사 키우기 등…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장르다. 여기에 차별점으로 여러 사람이 같이 할 수 있는 온라인 기능을 넣어 개발을 시작했다. 키우기류 게임은 대부분 혼자서 즐기며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캐릭터 능력을 성장시키는 패턴인데, 우리는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렇게 2021년 10월,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이터널 판타지아 개발 당시 모습 / 출처=루트쓰리게임즈
IT동아: 이야기 흐름상, 이터널 판타지아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은데.
정 이사: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런칭하고 첫 한달 매출만 약 3억 원이었다. 그동안 이터널 판타지아와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했던 비용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성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됐다!’라는 생각보다 ‘앞으로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컸다. 뭐랄까… 개발 자금이 부족해 게임을 개발하지 못하는 일은 없겠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겼다.
정 PD: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의 인기는 3개월 정도 이어졌다. 조금 더 오래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어야 하는데, 역시 운영 노하우가 부족했다. 지속적인 이벤트, 관심을 유발하는 업데이트 등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조금 아쉬운 결과였다.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뒤, 오랜 인연을 맺었던 김건욱 대표와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차기작을 준비 중인데, 앞으로 우리와 함께해 주시면 어떻겠냐고 의향을 물어봤다.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 / 출처=썩소TV 유튜브 채널
IT동아: 아… 그렇게 김건욱 대표가 합류하며 루트쓰리게임즈로 법인을 전환한 것인가.
정 이사: 맞다. 우리 3명이서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2022년 11월 28일, 차기작 데미갓 게임즈를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누적매출은 국내 25억 원, 해외 30억 원을 달성했다. 아, 해외 출시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시작했다. 출시 초기에만 반짝 인기를 끌지 않고 지금도 많은 유저가 데미갓 게임즈를 즐기고 있다.
데미갓 키우기 / 출처=구글 플레이 스토어 홈페이지
IT동아: 2018년 처음 두 분이서 개인사업자를 설립해 두 번째 게임을 선보일 때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헤매는 느낌이었을 텐데.
정 이사: 그 기간은 말하지 않을 뿐 정말 버티는 일의 연속이었다(웃음). 대출을 받으며 게임을 개발하고, 턱 끝까지 차오른 위기감 속에서 오기로 보냈던 시간이다. ‘결국 이렇게밖에 안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몇 번이나 했었다.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이 없었다면… 지금의 데미갓 키우기도 없었다.
정 PD: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의 개발이 마무리했을 때가 마침 추석이었다. 당시 추석 연휴에 맞춰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정 이사에게 “이거 한번 해 봐라”라고 말하고 다녀왔는데, 정 이사가 연휴 기간 내내 밤새도록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 이사가 건넨 “이 게임 너무 재밌다”라는 한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터널 판타지아부터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을 개발하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웃음).
구글 창구 선정과 데미갓 키우기 성과 달성 사진 / 출처=루트쓰리게임즈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와 이제 7년을 함께합니다
IT동아: 이터널 판타지아,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 그리고 지금의 데미갓 키우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와의 인연이 이어졌던 것인가.
정 이사: 온리원게임즈를 설립하고, 루트쓰리게임즈로 법인을 전환하기까지 계속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와 함께했다. 사실 별다른 매출 없이 초기 투자금만으로 버틸 수 있던 것도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의 게임 제작 지원 사업과 기업 연계 인턴십 사업 덕분이다. 특히, 게임 개발은 사람이 필수다. 1인 개발자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다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력 지원 사업을 통해 전주대학교, 원광대학교, 군산대학교의 게임 개발 관련 전공 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할 수 있었고,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는 직무 교육 프로그램에서 양성한 인재도 채용할 수 있었다. 클래스 마스터 온라인을 출시할 당시 남아있던 인원은 5명 정도였는데, 지금도 대부분 함께하고 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데미갓 게임즈 이후 연봉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있는 대형 게임 개발사 수준으로 맞췄다.
전라북도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루트쓰리게임즈 김건욱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정경진 이사(가장 오른쪽) / 출처=루트쓰리게임즈
정 PD: 입주공간 지원도 큰 혜택이었다. 2018년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에 입주해 지금까지 정말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에서 혁신도시 공공기관 연관산업 기업유치 사업 일환으로 임대료 80%를 지원 받아 적은 비용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주공간 지원 기간도 초기에 최대 3년, 이후 최대 5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센터 측에서 배려해줬다.
참고로 전북 글로벌게임센터는 지난 2021년 9월 지금의 테크비즈센터로 옮기면서 과거 약 60명 대상으로 10개실을 지원했던 규모를 120명 대상의 21개실로 늘어났다. 새로 건립한 테크비즈센터라 시설도 깨끗하고, 테스트베드, 회의실 등 편의 시설 공간도 늘어났다. 내년이면 입주공간 지원이 끝나서 이제 센터를 나가야 하지만…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IT동아: 그렇게 도움을 많이 받았나.
정 이사: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입주공간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선물이었다. 만약 같은 규모의 공간을 수도권에서 구했다면, ‘0’ 하나를 더 붙여서 내야만 한다. 전주를 떠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데미갓 키우기 런칭 후 서울과 판교에서 일하던 경력자 2명을 채용해 전주로 내려오기도 했다.
정 PD: 지방이어서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게임 개발사에게 인력 채용은 서울, 수도권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전북이어서, 전주여서 더 어렵다?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서울 수도권에서 이 곳으로 내려오길 희망하는 지원자도 있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전북 글로벌게임센터의 게임 산업 인력 양성 사업을 통한 교육, 기업 맞춤형 인턴십 지원 사업을 통한 인력 채용은 우리가 멈추지 않았던 원동력이었다.
루트쓰리게임즈 사무실에서 촬영한 정경진 이사(좌)와 정숭화 PD(우) / 출처=IT동아
IT동아: 마지막 질문이다. 다음 계획을 듣고 싶은데.
정 이사: 데미갓 키우기는 국내에 선보인지 1년이 지났지만, 해외에는 지난 9월 출시해 다시 다운로드 건수, 매출은 상승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대만, 북미, 일본, 홍콩 등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상당히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하고 있고…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오는 12월 13일이면 해외 런칭 100일을 맞이하는데, 여기에 맞춰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차기작도 준비하고 있다. 주저 앉을 수도 있었던 어려움을 극복했고, 전북 글로벌게임센터를 통해 버틸 수 있는 자산을 얻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게임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루트쓰리게임즈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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