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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시대] 전기차 공유 서비스의 명과 암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2 17:04:43
조회 809 추천 0 댓글 0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동력을 보충하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자동차의 개념도 목적지로 이동을 위한 도구(Device)에서 이동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는 모빌리티(Mobility)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와 생태계를 논할 때, 전기차(EV)와 차량 공유 서비스는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최근 CES 2024에서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가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모빌리티 도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모빌리티는 전기 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유 모빌리티의 성격을 띠고 있었습니다.

모빌리티 공유의 개념은 이미 1940년대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됐습니다. 내 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 필요로 하는 상대방이 쓰게 한다는 이상적인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차량 공유를 위해 서로가 만나서 차 열쇠와 서류를 작성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 하는 과정은 차량 공유 서비스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었습니다.

최근 ICT의 급격한 발전과 금융 위기 등 내·외적 요인은 차량 소유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을 불러왔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동수단의 소유 개념 역시 공유의 범위로 이동했습니다. 온라인 가입과 스마트폰 앱으로 공유 차량에 쉽게 접근하게 된 변화 역시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를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일례로 프랑스 파리는 적극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으로 여러 실증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이는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 공유 서비스, ‘벨리브(Vélib)'는 2007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습니다. 벨리브는 런던에서도 유사한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도입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같은 성공은 2011년 전무후무한 전기자동차 공유 프로그램인 ‘오토리브(Autolib)'의 도입으로 이어졌습니다.


오토리브 블루카 인테리어와 인터페이스 / 출처=노재승 교수



오토리브는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모빌리티 서비스입니다. 기존 기업들이 운영하던 차량공유와 달리 프랑스 파리시와 차량 제작 및 운영을 담당하는 볼로레(Bolloré)가 함께 운영했으며,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및 제조사인 피닌파리나의 컨셉카 보(Bo)를 기반으로 설계한 전기차 ‘블루카’로 공유 차량 편대를 구성했습니다. 이후 전기차 공유 서비스 운영을 위해 파리 시내 곳곳에 충전시설 및 안내 키오스크를 설치했습니다.


오토리브 키오스크 / 출처=노재승 교수



2011년 운영을 시작할 당시 미국 집카(Zipcar)를 비롯한 대다수의 카쉐어링 업체가 서비스 운영 편의를 위해 차를 빌린 곳으로 다시 반납해야 하는 ‘왕복 이용’ 만을 허용했습니다. 반면, 오토리브는 동일 장소가 아닌 따릉이처럼 편도 반납도 허용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오토리브의 또 하나 특징은 차량 공유를 전기차인 블루카로 서비스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가 내연기관 차량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오토리브는 순수 전기차를 바탕으로 오염에 강한 내부 소재와 편리한 조작을 위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는 환경을 고려한 알루미늄 차체 등으로 차별점을 형성했습니다.

2011년 250대의 차량과 250곳의 전기 충전시설을 갖추고 시작한 오토리브는 성장을 거듭하며, 2014년 차량과 충전시설을 각각 2500대, 4000곳 이상으로 확대했습니다. 사용자 또한 2011년 당시 약 6000명에서 약 15만0000명까지 급증했습니다. 오토리브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 공유 서비스를 선보인 동시에 전기차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충전인프라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오토리브의 충전시설은 일정 요금을 지급하면 일반 전기차도 충전 가능하도록 꾸려졌으며, 이는 프랑스의 전기차 수요 증가라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내 것’이 아닌 공유재에 대한 결여된 시민 의식으로 공유 차량에 쓰레기를 버리고, 밤새 큰 소리로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거나, 공유 차량 키오스크에서 노숙하며 낙서를 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오토리브가 시행 초기 공격적으로 확장한 전용 키오스크와 충전시설은 지역 주민들에 불편을 끼치는 ‘혐오시설’로 낙인찍혔습니다. 더불어 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전기차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을 줬고 결국 오토리브 운영은 조기 종료됐습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 프랑스 파리의 오토리브 사례는 전기차 공유 서비스의 명과 암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특히 우리가 꿈꾸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가 단순히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게 하기 위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다양한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글/ 노재승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노재승 교수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이자 휴머나이징 모빌리티 디자인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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