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보험 분야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험 상품의 구성과 책임 소재, 규제 환경 등의 변화이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향한 자동차 보험 규정의 변화와 전망에 대해서 짚어봅니다.
전기차를 고려한 보험규정의 변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특성을 보여 보험사와 운전자 모두에게 새로운 보험의 필요성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배터리 수리 비용: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일 정도로 고가이며, 사고 시 교체 또는 수리 비용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전기차의 수리 비용을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교체비용 전액보상 특약’, '긴급견인서비스 확대 특별 약관' 등 별도 특약에 가입할 필요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화재 위험성: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진압이 어렵고 재발화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 요소는 보험사의 손해율에 영향을 줍니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은 전기차 전용 보험 상품을 두고 있습니다. 대물배상 한도가 최대 10억 원인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의 경우 대물배상 한도를 20억 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친환경 차량: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친환경차의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기차의 손해율이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에 비해 현저히 높아 친환경의 보험 혜택은 손해율에 의해 상쇄됩니다.
금융감독원도 전기차의 특성 및 손해율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보험금 분쟁·누수 방지를 위해 보험업계가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에 대한 진단 및 수리·교환 기준 등을 마련하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보험 규정의 변화
교통사고의 책임은 크게 운전자의 형사처벌과 관련된 형사책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다루는 민사책임, 운전자의 운전면허, 벌점, 범칙금, 과태료와 관련된 행정적인 책임으로 구분됩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경우, 운전자의 운전을 전제로 하기에 운전자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자율주행차의 경우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센서 공급자 등 다양한 주체가 관련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가운데 '돌발 상황으로 자율주행모드가 해제될 경우에만 시스템이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 (레벨3)'의 상용화를 눈앞에 둔 단계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레벨3 이하 자율주행차가 자율주행모드에서 일으킨 사고에 대해 기존 차량과 마찬가지로 운행자 책임과 '선 보상 후 구상'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명시합니다. 도로교통법도 자율주행 중에도 자율주행시스템의 직접 운전 요구에 지체없이 대응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어, 사고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의 경우, 일반차 사고와 비교할 때 운전자 책임이 대폭 축소되거나 면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제조사 책임이 확대될 전망인데요. 따라서 현행 보험제도 중 운전자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보험제도로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입하면, 자동차 보험에서 책임 및 보상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에 따라 보험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운전자에서 제조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는 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보험 상품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향후 전망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자동차 보험 관련 규정과 제도는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대비해 책임법제의 명확화, 전용 보험제도 구축, 전기차에 적합한 보상기준 마련 등이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자동차보험을 '모빌리티 보험'으로 전환하는 등 이동 수단 변화(자율주행차, 전기차, 퍼스널모빌리티 등)에 맞춰 보험업계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보험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수리비용과 화재 위험성 등으로 인해 보험료와 보장 기준이 새롭게 조정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운전자에서 제조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의 역할과 구조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맞춤형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규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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