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고려대학교 학생 창업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할 때에는 양보다 질을 우선해야 한다. 아무리 데이터의 양이 많아도 정작 데이터의 질이 낮다면, 분석도 활용도 어려워 온전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살펴보자. 20대 소비자를 겨냥해 만든 상품의 시장 분석 데이터를 모으는데, 정작 모인 것은 20대 소비자가 아니라 40대~50대 소비자의 의견이라면? 더군다나 참가자들이 신경 써서 응답한 데이터가 아니라, 그저 조사에 참가해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대강 응답한 것이라면? 이들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것이다.
데이터 플랫폼 픽플리의 개발·운영사 R2C컴퍼니 임직원들 / 출처=R2C컴퍼니
이 탓에 데이터, 그 가운데에서도 특정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반응을 조사한 데이터의 품질은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데이터를 얻고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매번 많은 비용을 쓰지만, 정작 고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양질의 데이터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셈이다.
데이터 스타트업 R2C컴퍼니를 이끄는 김동호 대표는 이 문제를 플랫폼 ‘픽플리(Pickply)’로 해결한다. 원리는 명확한 설정과 요구를 토대로 데이터의 수요, 공급을 원활히 연결하는 것이다.
R2C컴퍼니 픽플리 서비스 소개 사진 / 출처=R2C컴퍼니
R2C컴퍼니의 플랫폼 픽플리는 먼저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 회원, 즉, 설문 조사나 의견 제시에 성실하게 임하는 회원을 많이 확보했다. 소비자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 등 고객은 픽플리 회원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웹 설문지나 기업 홈페이지 등 자료만 준비하면, 상담이나 의뢰 과정 없이 픽플리의 ‘프로젝트 등록’ 메뉴에 접근해 바로 데이터를 수집 가능하다. 필요한 데이터의 유형이나 수집 방법을 잘 모른다면 R2C컴퍼니에게 의뢰하면 된다. 그러면 이들이 데이터 정의와 프로젝트 설계, 데이터 분석과 활용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한다.
등록된 프로젝트는 픽플리 회원에게 게시글 형태로 공개된다.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마치 커뮤니티를 즐기듯 소통하면서 데이터를 만든다. 데이터를 만드는데 성실하게 임하는 덕분에 결과물의 순도도 높다. 참여한 회원들은 대상 기업이 설정한 크레딧(보상)을 받는다. 크레딧으로 픽플리에 마련된 스토어에서 각종 모바일 쿠폰 혹은 R2C컴퍼니의 파트너 스타트업의 상품을 산다.
R2C컴퍼니 픽플리 서비스 소개 사진 / 출처=R2C컴퍼니
픽플리의 서비스 고객에는 제약이 없다. 상품, 앱은 물론 인공지능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이 쓰는 것’을 만들려는 고객이라면 어디든 픽플리와 함께 풍부한 데이터를 얻는다. 데이터를 얻으려는 학생이나 연구자, 일반인과 자영업자들도 원활히 쓴다. 픽플리는 데이터 수집 특화 서비스를 기본 제공하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 분석과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덕분에 작업 효율은 높이고 비용 지출은 줄인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효용은 컸다. R2C컴퍼니는 픽플리 서비스를 개시하고 단기간에 3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모았다. 이들 가운데 약 절반은 20대~30대다. 40대~50대 사용자와 10대 충성 사용자층도 두텁다. 고무적인 것은, 광고나 유료 홍보를 거의 하지 않고 픽플리 플랫폼 자체의 효용을 알린 것만으로 이 만큼의 회원을 모은 것. 김동호 대표는 회원 수를 2024년 내에 10만 명까지 늘려 데이터의 양과 질을 모두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R2C컴퍼니 픽플리 서비스 소개 사진 / 출처=R2C컴퍼니
이전에도 회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데이터 수집 후 보상을 주는 플랫폼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시장에서 사라졌다. R2C컴퍼니는 ‘데이터의 수요와 공급을 잘 조율하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든다. 고객이 얻으려는 데이터의 성질 분석, 이 데이터를 효과 좋게 모을 기술, 데이터의 품질을 높일 회원의 확보와 활성화 방안도 부족했다고 판단한다. 이것을 반면교사 삼아 R2C컴퍼니는 데이터의 수요와 공급을 원활하게 연결할 플랫폼을 만들고 꾸준히 고도화했다.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이 그렇듯, 김동호 대표 역시 시장의 불편을 몸소 겪고, 이를 해결하려고 창업했다. 고려대학교 16학번으로 경영학 전공을 공부하던 그는, 과제를 하면서 설문조사와 공모전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런데, 설문조사와 공모전 모두 진행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고, 애써 진행을 해도 질 좋은 데이터를 얻기 어려웠다. 실제 소비자가 정성들여 한 것이 아닌, 성격이 다른 소비자가 짧은 시간에 양식만 채워 제출한 설문조사가 많아 분석과 결과 도출 모두 불가능했다. 김동호 대표뿐만 아니라 동기들도 이와 같은 불편을 겪었다.
데이터 플랫폼 픽플리를 소개하는 김동호 대표 / 출처=R2C컴퍼니
그러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하면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것들이 온라인으로 모습을 바꿨다. 설문조사를 포함한 데이터 수집 기술도 오프라인 대면에서 구글 폼, 클라우드 Saas 등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김동호 대표는 이 시기가 양질의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만들 적기라고 생각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R2C컴퍼니를 세운다.
이 때 김동호 대표가 구상한 것은 ‘실질 활용도가 낮은 통계청의 통계보다 생생하고 품질 좋은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도록 돕는 허브, 나아가 세계인 10억 명이 쓰는 데이터 기반 포털 플랫폼’이었다. 그는 함께 이 꿈을 실현할 이들을 찾아나섰고 함께 창업한 후배, 각자의 대학 선후배와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이들을 속속 R2C컴퍼니로 불러들였다. 구성원이 대부분 온라인 데이터 수집 경험이 있는 20대 청년인 덕분에, 김동호 대표는 R2C컴퍼니의 사업의 방향을 가늠하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R2C컴퍼니가 픽플리 회원들과 연 네트워킹 파티 현장 / 출처=R2C컴퍼니
여기에 스타트업 보육 육성 기관의 지원이 천군만마가 됐다. 김동호 대표는 특히 모교에 있는 크림슨창업지원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스타트업 창업과 스케일업의 기본기 전수, 전문 멘토단의 코칭, 넥스트라이즈 참가와 실리콘밸리 방문 등 구성원의 견문을 넓힐 외부 제휴 프로그램 등이 사례다.
같은 꿈을 공유하는 구성원, 3만 명에 가까운 회원 수, 스타트업 보육 육성 기관의 지원을 업고 R2C컴퍼니는 다음 도전 과제 해결에 나선다. 시급한 것은 R2C컴퍼니와 픽플리의 사업의 본질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픽플리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은 기존의 리서치, 혹은 앱테크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도 분석한다.
넥스트라이즈에 참가, 픽플리를 알린 R2C컴퍼니 / 출처=R2C컴퍼니
김동호 대표는 사용자 데이터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해 이 문제를 푼다. 픽플리를 단순한 리서치처럼 일방향 서비스가 아닌, 데이터의 수요와 공급을 만나게 이끄는 플랫폼으로 소개하는 것. 광고만 쌓인 앱테크가 아닌, 데이터와 양질의 트래픽을 연결하는 기업으로 알리는 것도 함께다. 이 과정에서 픽플리의 사업에 공감하는 회원 수를 늘리는 한편, 대상 기업과의 데이터 정의를 고도화할 기술도 개발한다. 데이터의 수요와 공급을 조율해 큰 성과를 거둔 사례도 적극 알린다.
서비스 고도화와 마케팅을 토대로 데이터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함께 늘리면, 픽플리는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시도한다. 이 때 만들 것이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수요자가 필요로 할 데이터를 선제 수집, 대상 기업에게 맞춤형 데이터 활용 기법을 제시하는 중개 서비스다. 지금까지의 서비스가 소비자의 취향과 반응을 찾아내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픽플리가 제시하는 서비스는 소비자의 취향과 반응을 직접 건드려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것이 될 것이다.
픽플리를 소개하는 R2C컴퍼니 구성원들 / 출처=R2C컴퍼니
김동호 대표는 “회원과 소비자 모두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돕는 데이터 플랫폼이 되겠다.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구글이라는 검색 플랫폼을 찾아 구글링을 하듯, 데이터를 얻으려는 사람 누구나 찾아와 '픽플링'하도록 돕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비 학생 창업가들에게도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과 일을 함께 할 것’, ‘소비자를 만날 기회를 적극 활용,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할 것’, ‘창업지원단과 투자 기업 등 우리 편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하고, 성장의 과실을 아군과 나누는 호혜 관계를 만들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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