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메인 주제로 '삼으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고 봄.
(제작진 내부의 분열과 전쟁사극이 뭔지 모르는 감독과 작가가 망쳐놨다는 데는 동의함. 근데 뭐 어쩌겠음 이미 찍어서 내놨는데. 이젠 별 생각도 안듬)

드라마 자체의 퀄리티는 결국 '평이'했다.
거란군의 흥화진 첫 습격씬, 양규의 활약 그리고 죽음, 귀주대첩 초중반부까지의 씬들(귀주 후반부 통편집으로 인해 잘린 부분은 제외) 좋은 씬도 많았던 반면,

- 고려거란전쟁과 관계없고 나레이션으로 넘겼어도 될 김훈-최질의 난(박진이라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넣어 주객전도가 됨)으로 12화 분량을 잡아먹었으며,
- 비현실적인 현종의 개경 시내 질주와 수레에 치이는 기이한 씬
(낙마 자체는 역사 기록에서도, 이성계가 낙마해 큰 부상을 입자 당시 정국이 정몽주를 위시한 공양왕 세력에게 일시적으로 넘어가는 등 꽤나 큰 예시가 많았음. 그렇지만 현종의 경우, 실제 기록과 아무 상관없는 순수 창작이며 역사적 흐름과 별 상관도 없는 부분에서 기이한 구도로 연출되어 관객들의 조롱을 샀음.)
게다가 현종의 낙마 이후 의식불명이 된 전개를 시작으로 왕후들 간의, 친 현종세력과 호족간의 신경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분량을 잡아먹었다.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타이틀에 충실했다면, 좀 더 부각되었어야 할 2차 여요전쟁과 3차 여요전쟁의 사이 기간인 전간기 동안의 거란의 동향, 3차 침입 직전 2-3년 간의 간헐적 침입 씬을 좀더 직접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분량적, 촬영 인적 역량을 여요전쟁과 관련없는 에피소드에 투입해버렸고, 결국 그 전체의 템포가 망가져서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인 3차 여요전쟁이 전반적으로 급하고 어수선하게 흘러가며, 모든씬이 어색해지는 총체적 파국을 낳음.

전쟁 씬에서 좋은 장면과 나쁜 각본, 분량배분등이 뒤섞이며,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트레스와 혼란을 유발하는 어지러운 사극이 되고 말았다. 

다만 2차에서 3차에 이르는 고려-거란전쟁의 모든 부분을 이어서 보여준 장편사극으로서는 최초이며, 고려 쪽에 이입하는 관객들에게는 특정 장면만큼은 양호하게 만들어내어 이는 좋게 봐줄만 하다.

내용과 별개로 드라마의 OST는 메인 테마부터 삽입곡들까지 전반적으로 일품이며, 흠잡을 데가 없다.

고려거란전쟁 최고의 배우 : 양규 역의 지승현

고려거란전쟁 최고의 장면 : 흥화진 전투 1일차와 7일차




개인적으로 방영이 결정되고, 강감찬 역에 최수종 배우가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정식 티저와 1화 귀주대첩 씬이 나왔을때
내가 상상했던 고려거란전쟁 드라마는 이래야만 한다는 어떤 각 장면의 실루엣이 있었는데,

양규의 흥화진 전투를 제외하고 초중반부에 2차여요전쟁 파트에서 그 실루엣들이 조금씩 허물어져갔고,

2차전쟁이 끝나고부터는 제작 상황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이 지속적으로 방영되면서 아쉬움은 마지막화까지 이어졌다.
마지막화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전투 장면이 급하게 편집되고, 후반부 마지막 씬들이 다소 중구난방으로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
분열된 제작 아이디어들이 서로 싸우며 먼저 튀어나오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받음.



결국, 그런 혼란스런 장면들을 다 쳐내고 가지치기 해서 좋은 장면들만 기억한다면, 작가와 감독의 이름을 지워서 잊어버리고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다룬 좋은 영상들' 정도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개인적으로 이게 최수종의 마지막 사극이었으면 한다. 본인이 연기스타일이 바뀐것도 있겠지만,
더말할것없는 사극 베테랑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쁜 연기는 아니지만,
너무 자기 복제적인 면이 심하다고 본다. 이미지나 발성 톤이나. 과거의 자신의 연기를 따라하며 그걸 강감찬이라는 배역에 끼워넣었다는 느낌이 들었음.



아무튼 고게이들아 너희들도 희한한 드라마 보느라 욕봤고,
나는 이제 이 갤은 들를 일 없을듯. 드라마는 가끔씩 '이런 고려뽕 내세운 이상한 드라마도 있었지' 정도로 기억할 것 같음.
잘 지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