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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소설 로보돌

네이버 웹소설 로보돌(114.206) 2014.07.14 14: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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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구 모곡동 제 3 키부츠. 

아이들은 분수가에서 기운찬 참새떼 마냥 재잘재잘 뛰놀고 어른들은 벤치에서 물먹은 솜처럼 조용히 앉아있다. 간간히 부채질을 하는 노인들도 보인다. 

하늘은 티 없이 맑고 공기도 청정해서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콧노래를 부르게한다.

나, 미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향하기 위해 어기적 어기적 다리를 움직였다. 그렇게 걷던 내 앞에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바짝 짧은 머리를 빗어 세운 통통한 남자사람이 다가온다. 목에는 얇은 은색의 목걸이가 걸려 있다. 꼭 악덕 사채업자 같으니까 안 걸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온 녀석.

그 녀석은 내게 와서 새로 방영을 시작한 애니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해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다. 
"꼭 봐, 알았지." 

짧은 말을 남기고 그는 학원에 가야 한다며 통통 사라져갔다. 

친구가 알려 준 정보에 기뻐하며, 시립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흠칫)!"

먼저 와 있던 모양인지 둥근 탁자에 한면을 차지하고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 대던 여학생 하나가 슬쩍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본다. 눈이 꼭 사슴같다. 

얼굴에 기미나 주근깨도 하나 없이 백설같았다. 나를 슬쩍 보고는 앵두같은 붉은 입을 뒤틀었다.

"치." 
태도를 보아하니 나란 인간에게 일체의 관심이 없는 듯하다.

여학생의 얼굴, 낯이 익다.  윤기나는 곧게 뻗은 비단같은 노란 머릿결에 작은 계란 형 얼굴, 무용부의 수절 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짧게 개조한 치마 아래 길고 하얗게 뻗은 흠 없는 다리를 슬몃 꼬고 어느 새 다시 핸드폰 삼매경 속으로 빠졌다. 

 인기가 많은 퀸카다 보니 나와는 대화해 본 일이 없다.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시원한 공기가 코로 들어왔다. i - 시원해! 그곳에선 내가 기다리던 파라다이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앉던 자리에 앉아서 교과서를 펼치...

기 전에 일단 사두기만 하고 집에서 못 읽고 있던 만화책을 좀 더 읽어 보기로 했다. 
흠...보자, [한냐의 사신수행]부터 읽어 볼까? 아니면 [불살! 닌자군!]?

"크 정말 내 동창이지망,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혀가 짧고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이 목소리!

내가 살기를 띄고 뒤를 돌아보자 내 뒤의 여학생 교복이 눈에 들어왔다. 
곱슬곱슬 약하게 파마한 듯한 갈색 머리, 검은 뿔테.
 
작고 의심인 많은 듯이 보이는 눈매에 살짝 삐죽이 튀어나온 입. 틀림없이 아는 사람이다.

"야, 신비. 너도 미드 보면서 뭘..."
신비는 꼭 성난 양 처럼 동그란 얼굴에 힘을 주고 있다.
"나는 공부용 이라구~아참, 빌려간 공책 내놔."
"드....드리겠습니다."
얼른, 가방을 열어 파란색 노트를 꺼냈다. 신비는 그걸 돌려 받더니 공부 잘하라고 핀잔을 주고 떠나갔다.

괜히 한 소리 들으니 나도 오기가 생긴다. 만화책은 접고, 교과서를 펴들었다.

도서관에서 그간 열심히 교과서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필기한 내용을 외우고 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밤이 되었다. 

몇몇의 학생들을 빼고는 모두 집에 가기 위해 건물을 나설 시간 때.
이제 그만 가야겠다. 더 어두워 지면...

건물을 나서려고 다시 아까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앉아 있던 수절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긴, 이 시간까지 남아 있을 리가 없지....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람.

"으..무슨 날씨가 이따구야! 내일이 월요일인데!"
찬 밤바람이 내 온 몸을 휘감는다.

주황의 가로등 불이 흔들리며 비추는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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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르르!!! 알람 벨이 시끄럽다. 얼른 폰을 들어서 [정지]를 눌러 버렸다. 이제는 정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상을 쓰고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정말 힘이 든다. 아마 학교가 집 가까이에 있다고 너무 방심한 탓에 매일 아슬아슬하게 등교시간을 지키는 기묘한 습관이 생겼다. 

이런 못된 습관은 버려야 하는 데!

학교로 가는 길은 약간 경사져 있어서 매일 걸어 오르는 데 힘이 들었다. 걸을 때마다 자동으로 다이어트가 되는 느낌이다. 점심시간에 빵이라도 먹어두어야겠다. 

우리학교의 정문은 제법 높은 언덕배기에 자리잡고 있다. 좌우로는 둥그렇고 낡고 오래된 못생긴 화분들이 넓게 두 줄로 펼쳐져 있다. 마지막으로 저 화분에 누군가가 물을 준게 언제일까? 시들지 않고 버티는 놈들이 용하다.


"10분후에 문을 닫겠습니다."
새빨간 거짓! 실제로 문이 닫히는 것은 보다 한참 뒤일 게 뻔할 뻔자다. 내가 경험해봐서 안다. 


교문 앞에 선 선생님의 외침이 들려왔다. 트레이닝 복 차림의 상하의를 입고 계신 선생님이었다. 하의는 검은 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들어가 있었고, 상의는 무늬없는 흰색으로 단정해 보였다.  
 
체육 선생님이신 오한마 쌤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힘세고 강한 아침입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선생님의 팔다리에 굵은 힘줄이 꿈틀꿈틀댄다. 
"응? 너는 미수로구나. 아, 이녀석! 작년에도 그러더니 또 이렇게 꿈지럭대! 얼른 안 올라가!" "네!" 

얼른 도망가자. 작년 담임인 그에게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평상시의 온화한 신사모드인 오한마 선생님과 화났을 때의 아수라 모드인 선생님은 서로 다른 분이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도망가는 내 뒤로 지각한 학생 몇명이 선생님의 손에 걸려들었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했다. 진짜 이런 아슬아슬한 내가 싫다.

이윽고 바닷가에서 모래사장으로 파도가 노도 같이 들이치는 듯한 요란스러운 사운드와 함께 학생들의 입에서 "아악!" 소리가 들려왔다. 

복장이 심하게 불량한 학생, 그리고 너무 심하게 지각한 학생들을 위한 오한마 선생님의 사랑의 회초리질이 시작된 것이다. 그야말로 경쾌하다. 

발걸음도 힘차게, 반의 문을 열었다. 짙은 갈색의 낡은 나무문이 스르륵- 하고 열린다.

(찌릿!)

교실 중앙에서 반장 오천악이 얼핏 나를 바라본 느낌이 들었다. 붉은 색의 타오르는 듯한 안경 너머로 강한 Force가 느껴진다. 왠지 그녀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든다. 그녀의 눈빛은 너무 부담스럽게 반짝인다. 진지한 표정은 말할 것도 없고. 저래뵈도 전교 학생회장이다.

언젠가는 꼭 요다 선생님이 가르친다는 어딘가의 제다이 양성소로 보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보내봤자, 타락해서 다스 베이X같은 인물이 되어 나오겠지만. 


담임 선생님도 벌써 교탁 앞에 서 계신다. 너무 많은 학생이 월요일부터 지각하자 모든 것을 초월한 초탈한 부처님같은 얼굴로 우리를 마주하고 있다. 왠지 미안합니다!


대충 고개를 숙이고 얼른 교실 가운데의 내 자리로 도망갔다. (오천악 양의 왼편)

뒷자리에 앉은 마른사내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얼굴은 엄청난 미남이지만, 너무나 가녀리고 여리게 생긴 사내였다. 목소리도 얇다. 아마 조금만 더 키가 크고 살이 붙으면 큰 인기를 끌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날이 올까?

내 뒷자리의 이 학생은 양대마, 자주 같이 게임을 하며 친해진 아이였다.
"아, 이 양반아 만날 지각좀 그만 해."
"이정도면 지각 아니거던?"
괜시레 투닥거리는 우리였다.

선생님은 무엇인가 열심히 다가오는 시험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신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몇 없다. 간혹 모범생 그룹이 쌤의 말에 귀를 쫑긋하였으나, 막상 시험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없자 그들도 관심이 사라졌다.

그나저나, 오천악 쟤는 왜 아까부터 나를 째려보고 있는거래? 다른 학생들도 다 지각한다고. 고릴라 지금 들어오는 거 못 봤어? 

오천악 학생의 유일한 문제점은 '츤'만 있고 '데레'는 없는 것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해주었더니, 대마가 씨익 웃었다. 역시 같은 애니를 좋아하는 무리끼리는 통하는 데가 있다. 창밖의 작은 새들도 짹짹짹 웃어댔다.

선생님이 어느새 진지한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칠판에 적고 있었다. "최근에 몇몇 학생이 등교를 거부한다고 해요." 
무슨 말 일까? 응....그런 학생도 있다고?

칠판에 적힌 것은 선생님의 폰번과 이멜 주소.

"혹시...뭔가 할 말이 있거나, 하는 사람은 선생님한테 전화나 문자를 꼭 하도록 해! 알았지." 당밀연 선생님의 목소리가 약간 떨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방금의 그 말은 틀림없이 진심이었다. 
어쩌면 아침에 지각한 학생들에게 화를 안 낸 것도 무엇인가 걱정되는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뒷자리의 대마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참고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중얼중얼'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이미 사회 교과서의 대부분 내용을 요약 정리해 놓은 모양이다. 빠르기도 하셔. 

딩동- 많은 의문점을 안고 나의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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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다. 나는 잠깐 눈을 붙이려고 책상에 누웠다. 그러나 머리가 책상에 닿기도 전에,

"나미수. 자냐?" 누군가의 목소리. 사지가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그녀가 큰 소리를 낸 것도 아닌데.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단정한 미인형의 얼굴이었다. 수절 처럼 S라인은 아니고, 평범한 학생의 체형에 보통의 피부지만, 얼굴은 마치 소녀만화 주인공처럼 단정했다. 아니 이 경우에는 소년만화라고 해야하나.

천악 양의 넓은 이마가 태양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기백이 넘치는, 잔뜩 모여들었던 이마 양쪽의 굵고 정갈한 눈썹이 슬쩍 원래 자리로 돌아가, 평행을 이루었다. - 다행이다.

"너 때문에 내가 너희 어머니한테 자꾸 무슨 소리 듣게 할래?"
"미안해!" 휴우- 천악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옆집 사는 내가 죄지? 어머니가 걱정하시니까 밤에 일찍 들어가고 지각 좀 하지말자?"
"아..알았어!"
이제야 천악은 돌아서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한심한, 이라고 혀를 차면서 말이다.

하긴 반장은 수업 시작할 때 선생님께 인사도 해야되고 얼른얼른 돌아가라구!

"아참!" 빙글 걷던 천악이 돌아선다.
"너 어머님이 성적표 나왔냐고 해서, 나왔다고 말씀드렸다?"
히죽 웃으며 떠나가는 악마!

큰...일났다! 이대로는 부모님께 성적표를 꼼짝없이 보여드리게 생겼다. 내 성적은 지난 번 시험이후로 계속 정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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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교시가 끝났다. 시끌벅적한 점심 시간도 쏜살같이 지나가버렸고, 두 시간 후에는 집으로 향하게 된다, 아싸. 


고릴라- 방철극 학생-가 남자애들을 (거의) 모두 데리고 나가준 덕에 교실은 쾌적하다. 저 아이는 졸업 후 어디를 지망하는 걸까? NBA? 

일단은 시험 기간이다. 영어 단어라도 미리 정리해두도록 할까.

노트를 꺼내서 주섬주섬 필기를 했다. 어려웠던 단어도 하나하나 기입하고... 한 참을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고 있는데, 이신비 학생과 양대마 학생이 어느샌가 다가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물끄러미 내가 하는 것을 보더니.

"올~ 열심인데."
"이제 와서 해도 되려나?"

어쩐지 나의 학업 성적에 대한 주변의 기대치는 상당히 낮은 듯 하다.

 

 

하교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가방을 챙기고 끼리끼리 삼삼오오 교실을 벗어났다. 여기저기서 발구르는 소리가 우르르르르르 시끄럽다.

대마 역시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같이 가자!" "안돼! 오늘 나 어디 가야 돼."
"어디어디?" "동물병원."
"그 강아지 때문이지? 뭐더라? 제미니?" "맞아."
꼭 작은 털뭉치처럼 보이던 귀여운 시츄 견인데, 뭘 잘 못 먹은 걸까?

"늦겠다. 나 먼저 간다."
"잘가슈. 낼 봐."
혹시 이온 녀석이 보이면 같이 하교나 하려고 했는데, 어디에도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옆반의 장팔거 와 같이 하교해 버린걸까?

나도 서둘러서 짐을 챙긴다. 멀리서 또각또각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천악이 또 다시 나를 노리고!

그러나 그것은 신비였다.
"저...저기..."
"응? 와?"

"혹시..."
 뭐냐 이 달달한 분위기
"사회 책 필기 좀 했엉?"

그럴리가 없지. 
"너 또 깜박 졸았구나!" "아, 이상하게 국어랑 사회 시간망 되명 머리가 앙 돌아가~~~~"

하긴, 외국에서 5년간 살다 왔으니, 사회랑 국어는 젬병인 모양이다.
영어는 잘 하는 데 말이야.

"나는 그나마 필기는 열심히 했어. 자, 틀려도 모른다."
"쌩유."
신비는 열심히 책을 빌려가서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그러면 나도 시간이나 죽일겸 아까하던 단어장이나 마저 정리해볼까.
이렇게 남녀가 한 반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옛날의 천악 양과 함께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때는 오천악도 참 귀여운 아이였다... 탁자에서 내 부모님이 주시는 사과와 배를 까먹던 그 귀엽고 천진난만 하던 소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뭐 성적에 한해서는 그 때도 엄격하고 무시무시했지만!

어느 새 신비의 필기가 끝난 모양이다. 같이 하교길에 오르자. 


하교 길은 한산하고 적막했다. 아이들의 대다수는 빠른 발로 집으로 향했고, 우리같이 늦게 귀가하는 사람들은 수가 적었다. 

같이 길을 걷다가,
잠시 후 버스 정거장 앞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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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책상에 앉아도 별달리 할일은 없었고....결국
아까 하던 단어장 정리를 마치고 이제 사회 교과서의 내용을 중얼중얼 암기하기 시작했다.

음...중얼중얼....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1884년 갑신정변....

열심히 중얼중얼 대는데, 빼꼼하게 뒤로 머리를 한줄로 묶은 건방진 동물이 내 방을 침범했다. 침대에서 빈둥대는 나를 하염없이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또 그 이상한 주문 같은 것 외우는 거야...매년 시험 때마다 말해왔지만, 또 말할게. 포기하면 편해 꺄르르르"

하고 말해버렸다.

"오빠 공부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 얼른 방으로 가지 못해!!"

슬쩍 베개를 들어서 여동생에게 내던졌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살짝 문 뒤로 숨어버린 내 여동생.

"아빠, 오빠가 나 때려!"


"뭐야! 힘없는 여동생을 괴롭히는게냐!!"
성난 아버지가 거실에서 2층의 내방으로 올라 온다!

아버지에게 성적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저것 잔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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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괜히 아버지한테 혼나고 이게 무슨...!"

나는 잔뜩 성이 난 상태로 다시 책을 펼쳤다. 1875...운요호 사건...1896년 독립협회 창설! 에...그리고, 잠깐 쉬었다 할까? 

다시 [한냐의 사신수행]을 펼쳐든다. 요즘 최고 인기의 만화책으로 한 일본 소녀가 사신이 되어 사악한 영혼들을 퇴치하는 내용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더라?! 아! 여기!! 

"한냐의 영압이 사라졌어?! 이럴수가, 한냐가 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데-"

만화책의 내용 전개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계속 읽어나갔다.

"휴, 다행히 금방 영력을 되찾았네. 정말 다행이야." 

한 권을 금방 뚝딱 해치우고 불을 끈 뒤에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 한냐가 칼을 이리저리 망나니 마냥 휘두르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늦은 밤. 오가는 이 없는 밤.

두만강 고등학교를 나와서 팔백 걸음 정도를 걸으면 도착하는 
주택가 뒤에 붙은 역앞의 골목길.

사람들은 흥청대며 술을 퍼먹고 퍼먹인다.

한 여성이 휘청거리며 그 골목길을 걸어간다.

그녀의 얇은  허리선과 툭 튀어나온 골반라인이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으나, 눈과 표정으로 드러나는 어린 느낌은 숨길 수가 없다.


"미친...이렇게까지 먹여 대다니...아...머리가 빙글빙글 거리네...씨...."

벽에 손을 짚고 속에서 일어나는 헛구역질을 억지로 삼켰다. 손이 자꾸 미끄러진다. 

"아...내일 학교가서 또 졸것같애....짜증 지대루...."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서 조금씩 앞으로 향한다. 몸이 옆으로 쏠린다.

"아...확 발로 찰까? 내가 무용해서 발차기 하나는 웬마아한 남자 못지 않아- !! 내 원래 성격같았으면....아오....왜 직원한테 자꾸 술을 권하냐꼬! 그 넥타이맨들!!"

비틀 비틀 대며 걷는 그녀 앞에 무엇인가 검은 그림자가 비친다.

"어...? 저...기...."

그림자가 점점 더 커져가며 그녀를 막았다.

"뭐야.....이.....이상한....."
잠시 후 그녀는 무엇인가 이상한 기색을 느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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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수 공? 기침하셨는가?? 대박 사건!"
잠에서 깬 나는 헐떡거리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둔중한 학생이 갓난아기처럼 빛나는 눈을 하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온, 뭔데 그래?"
"수절!!"
"수절?.....? 그 무용?? 왜??"
"어허! 경은 어찌 그리 소식이 늦으신 겐가?" 
"맞는다..."
"그 무용부 수절 학생 있잖아...."
갑자기 이온이 그 큼직한 입술을 가까이 들여다 댄다.

"실종됬대."
온몸의 피가 얼어붙었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보았던 그...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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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순찰돌던 경찰이 주택가에서 돌아다니다
묘한 분실물을 발견했지.
발견한 것은 수절 학생의 학생증과 또다른 여대생의 학생증 뿐.  알고보니 몰래 아는 언니 이름으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지 뭐야.

참고로 평소 수절이 매던 파우치 백도 역시 발견됨.

학교 친구들이 나중에 울면서 증언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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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그게, 범인은?"
침이 괜시리 꿀꺽 목을 넘어간다.
"야, 아무도 모르지."
이온이 뭔가 흥겨운 듯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나다니..."


"그런데 있지..."
이온의 입술이 들썩거리더니 점점 나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최근에 학교에 안 나오는 애가 걔 한 명 뿐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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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완전히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없는 말이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든 통제하기 위해 어직로 태연하게 굴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가 담당하는 반의 학생이 사라진 몇몇 교사들은 때때로 어딘가 심각하게 불안한 기색을 보여주었다.

 몇몇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여럿이 뭉쳐다니고 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으라고 말해주었다. 
....정작 사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모든 선생이 합죽이가 된 듯 꼬옥 입을 봉해버렸다.

교장과 교감 선생님도 일단 학부모들의 반발을 생각해서 정상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대신 특별히 모곡동 관할서에 부탁,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의 수를 더 늘렸다.

미수의  교실에서도 학생들마다 다 입을 열어 이 연속 실종? 사건에 대해 떠들어 댔다.
"나라면 그런 놈 쯤은 금방 잡을 텐데. " 방철극이 입을 열었다.
"정말?" 
낄 데 안낄 데 안가리는 이온이 말대꾸 했다.

"야! 내가 아무렴 그런 좀도둑 하나 못 떄려 잡겠냐고." 
"좀도둑...이라기 보다는 여자만 노리는 강도일껄?"
"그러든가 말든가." 철극의 엷게 선탠된 갈색 피부와, 얼핏 깊고 서늘한 동굴 같은 눈동자를 보았다. 귀에는 검은 색의 뾰족한 귀걸이가 양쪽에 달려있어 더욱 얼굴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를 잠시 지켜 보고 눈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까 쟤가 수절 같은 타입을 좋아했었지? 몇 번 선물도 하고 찾악가기도 한 것 같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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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교시 띵- 점심시간!

"그나저나 참 신비한 일이로고-"
"응? 나 불렀어?"
옆의 신비가 대답한다. 오늘은 내 국어 숙제를 베끼고 있다. 아- 참고로 국어는 내가 다른 과목보다 조금 더 자신있는 과목이다.

"어떻게 그렇게 흔적도 안 남기고 순식간에 잡아간 것이지. "
"내 생각에는 아마 뮈리 준비된 차 같은 것으로 슈-웅하고"
"그런데 차 바퀴자국이 없잖아."
"...CSI 불러서 다시 조사시켜봐...이상하당...없을 리가 없는데.."
신비랑 이런 시덥잖은 얘기를 하며 웃었다.
바로 그때,

"어쭈, 이거이거 봐라, 같은 학교 학생이 실종됬는데, 웃음이 나오지?"
천악이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천악은 옆에서 너무 뒤쳐진 나와 신비의 진도를 봐주고 있었다.

신비는 "헐, 내가 내입갖고 말도 못하나, 어쩔?" 하고 천악의 말을 무시했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실종 사건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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