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랭크도 오르고 위험패도 잘 피하고..

내가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그건 자기기만이지

실제로 난 10년 전 고3이던 나보다 월등히 잘 해 (당연한 거 겠지만ㅋㅋ 그떈 네이버 블로그에서 플레이 방법 찾아가면서 했었지..)

근데 랭크와는 별개로 수렁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드네

벌써 몇 년 째 스스로에게 선문답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거든

마작을 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존나 말도 안되는 거로 쏘일 때나 패 떠오는 게 조또 말도 안될 때 특히...

일단 이런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

1. '이 상황에서 정답은 B였구나.'

2. 'A가 확률상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였는데 말이지.'

3. '그런데 틀린 답을 합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4. '합리가 답이 되지 못했다면, 합리는 진리가 아니잖아?'

5. '그렇다면 내가 추구해 온 합리란 허상이 아닐까?'

6. '아니, 진리조차 사실 허상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쯤이면

새카만 밤에 홀로 늪에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다 부질없는가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걸어온 발자취가 이룬 성취를 보면 그건 또 아닌가 싶기도 하다가도...

그러다 보면 8년 전 쯤 생각이 막 나기 시작해

8년 전에 내 실력은 존나 엉망이었지

그야 당연히 그렇지

만화랑 네이버 블로그로 배운 마작을 고만고만한 친한 지인들이랑 오프라인에서 쳤는데ㅋㅋ

지금 같은 5블록 이론? 그런 좋은 정보를 어디서 얻겠어ㅋㅋ

그냥 무지성으로 만들고 싶은 역 만들면서, 치퐁깡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그래, 그랬었지

마장에 처음으로 갔을 때는 당연히 존나 털리고 돌아왔어

개못했으니까 그럴 만도 해ㅋㅋ

근데 그때가 더 좋았어 나는

이거 저거 재 가면서 안될 이유나,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며 확률 따지는 지금 보다도

동아리 방 구석에 앉아서 마작패 하나 하나 정성껏 닦아가며 마치 제사라도 드리듯 염원하던 때가 더 좋았어

가끔은 그때가 더 잘 쳤었나 싶기도 해ㅋㅋ...

그래도...그냥 하나 막연하게 바라는 게 있어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하던가?

그저 지금 헤메는 이 순간들로 더 탄탄해지길 바랄 뿐이야

벌써 몇 년이나 헤메고 있지만 말이지ㅋㅋ...

나랑 같은 사람들 있어?

수렁에서 먼저 빠져 나왔다면 나도 좀 알려주라ㅋㅋ

영 괴롭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