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영향력만큼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묻히기 아까운 웰메이드 드라마이다.
mr.플랑크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제목만 보면 전혀 예상 밖이겠지만, 로맨틱 코미디이면서 휴먼 힐링 이야기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으러 떠나는 '해조'와, 그에게 납치당해 강제 동행하게 되는 '재미', 그리고 재미를 추적하며 평생을 살아온 종갓집에서 해방되는 '어흥'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의 가장 좋은 점은 각 캐릭터의 개성과 서사이다. 냉동정자로 태어난 해조. 그리고 그런 해조를 너무 사랑한 아버지. 하지만 137번 정자로 태어났어야 할 해조가 병원의 실수로 인해 전혀 다른 사람의 정자 139번으로 태어나게 된 것. 그 일로 인해 해조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그런 그에게 날벼락처럼 시한부 선고가 내려오고 말았다. 그것도 '유전'으로 인한 병이었다.
그런데 왜 해조는 '재미'를 납치했을까? 재미와 해조는 사실 전남친과 전여친 사이이다. 재미의 폐경 소식을 안 해조는 자연스럽게 재미의 결혼식날 폐경 소식을 이용해 재미를 납치한다. 그리고 그것을, 평생 집 안에서만 애지중지 대우 받으며 살아오던 어흥이 알게되고 두 사람을 추적하기 위해 처음으로 오로지 '어흥'으로만 집 밖을 나서게 된다.
처음엔 제목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목의 의미를 보고 작품을 다 보고난 지금은, 앞으로 살면서도 문득 이 작품이 생각날 것 같았다. mr. 플랑크톤을 만든 감독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바다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고 산소를 만드는 플랑크톤처럼, 존재의 이유, 의미와 별개로 우리는 모두 존재가치가 충분한 사람들이다" 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태어난 이유, 과정과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것을 잊고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인데, 꼭 필요한 목소리를 내어주는 시리즈였다.
우도환 배우는 항상 능글맞은 연기를 정말 잘 하는 것 같다. 대사만 보면 오글거리는데, 연기력이 살린 것 같다. 그리고 이유미씨의 엔딩은 드라마를 다 보고 며칠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는다. 그 정도로 정말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굉장했다.
중반까지는 코믹으로 가다가 점점 가족, 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의미가 짙어진다. 이 작품을 보기 시작할 땐 작품을 보며 눈물이 고일 줄 몰랐다. 마지막 엔딩과 해조와 아버지의 포옹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포옹 씬은 가족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장면이었고, 엔딩에서는 슬프지만 애써 웃어주는 재미를 보며 사랑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일 수 있지만, 그걸 뛰어넘는 연출과 캐릭터들 때문에 한번 틀면 멈추기 힘든 시리즈이다. 자극적인 시리즈가 많은데, 제대로 가볍게 힐링하는 시리즈가 나온 것 같다. 큰 의미를 가볍게 풀어내주어 그게 더 위로가 된 기분이 든 드라마, 모든 청춘, 그리고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드라마. mr. 플랑크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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