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동명의 소설 원작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습지에 홀로 고립된 소녀 '카야(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생존, 비극, 사랑을 둘러싼 일대기를 플래시백 구조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드넓은 자연의 풍광을 따라가다 습지에서 추락사한 남성 '체이스(해리스 딕킨슨)'의 사체를 비추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후 그 주위에 머물며 사는 습지 소녀 카야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고, 현재 시점에서 무고를 단언하는 카야를 둘러싼 법정 공방의 스토리와 과거 시점에서 카야의 유년기부터의 삶을 교차해가며 플롯을 구성해간다.
영화의 전반적인 시놉시스는 이러하다. 유년 시절, 카야의 일가족은 술꾼 아버지의 학대에 못 이겨 전부 출가하게 되고, 끝내는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버지마저 떠나며 늪지 오두막에 고립된 카야는 시쳇말로 혈혈단신의 신세가 된다. 그러나 굳센 카야는 작고 야윈 몸을 이끌고 나름대로 생존의 방법을 터득해가며 꿋꿋이 살아간다. 그렇게 성장해 숙녀가 된 카야는 여느 또래들처럼 (오랜 친구였던) '테이트(테일러 존 스미스)'와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되지만, 그가 대학에 진학하며 둘은 단절되고 카야는 배신감과 상실감에 상처입는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새로이 다가온 '체이스'와 가까워진 카야는 다시 마음을 열지만, 폭력과 미행을 일삼는 그의 악질적인 본성을 알게 되고, 괴로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더이상 폭력의 트라우마에 잠식되고 싶지 않았던 카야는 그를 직접 처단하는 쪽을 택하고 만다. 이후, 선량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카야는 무죄로 석방되고 다시 곁으로 돌아온 테이트와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누리다 말로를 맞이한다. 끝으로는 추락사 당시의 진상을 담은 카야의 일기를 테이트가 발견하게 되고, 중요 증거를 그가 인멸하는 장면을 카메라가 비추며 종결된다.
스토리라인 자체는 다소 평이하지만, 영화는 수미상관의 구조 그리고 현재-과거의 긴밀한 교차를 보태 작품의 레이어를 촘촘히 하고 입체감을 더해 흡인력을 높인다. 극 내에서 카야의 음성으로 전달되는 다음 대사 '습지는 죽음을 통달하고 있다. 비극이라고 규정짓지도 않는다. 죄는 더더욱 아니다. 모든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그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가끔 먹잇감이 살아남으려면 포식자는 죽어야 한다.'는 작품 내에서 중요한 암시와 은유의 기능을 한다. 수미상관으로 배치되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함의하는 장치인 동시에 나름의 반전을 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Mother nature와 같은 이미지로 묘사되는 습지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생리를 터득한 소녀가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선택한 것이 살인임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서정성에 가리워진 서늘함이 밀려온다.
이같이 늪지에 방치된 소녀가 자라 이별, 배반, 학대 등 일련의 시련들을 딛고 맞서 대항하는 법을 터득하고 그것을 단행하는 플롯은 성장 서사의 전형을 따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타이틀은 이에 대한 명징한 상징으로 읽힌다. 극 속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카야의 도망간 엄마가 남편의 학대를 피해 머물렀던 은신처로 언급된다. 그러나 성장한 카야는 이제 이곳에 요새를 지었고, 더 이상 자신의 터전, 그리고 삶이 훼손되도록 두지 않기로 결심한다. 서정적인 미스터리인 동시에 싸늘한 성장물인 영화로, 이질적인 장르의 절묘한 조화와 융화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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