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선망하는 분야에 특출난 재능이 없을 때, 나누고 싶은 것들을 함께 할 이가 부재할 때, 갈망하는 무언가가 결코 허락되지 않을 때, 그리고 그 서러운 상황들의 집합이 내 삶이 될 때 인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주인공 '리사(매기 질렌할)'의 표정과 삶으로 이에 답변한다. 유치원 보조 교사인 리사는 시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사람이지만, 정형적 문법과 획일적 사고에 묻힌 그에게 독보적인 재능따위는 쉬이 주어지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따분한 일과, 시에 대한 사유 및 예술에 거리가 먼 적막한 가정의 일상은 그의 따분함과 고독감을 배가할 뿐이다. 그러던 중, 리사는 우연히 유치원생 지미가 자연스레 읊는 시에 감명받고는, 그의 천재성에 주목하게 된다. 초반에는 몰래 필사한 그의 시를 본인의 창작 수업 과제로 낭독하다가, 이후에는 아이의 시적 재능에 점차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예컨대 틈틈이 몰래 불러들여 시에 대한 영감을 북돋아주거나, 부친의 허가 없이 시 낭독회에 아이를 데려가는 식이다. 그러다 그의 어긋난 욕망은 납치로까지 이어지며 극에 달한다.
영화는 리사의 심연을 따라 점차 확장되며 깊이 침잠한다. 처음엔 제자의 재능을 탐하는 그릇된 스승이던 그녀는 중반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못다한 꿈을 자녀에게 투영해 성취하려는 부모의 얼굴을 보이기도 하며, 종국에는 자신(의 인생)까지 휘발시키며 예술적 열망을 실현하려는 극단적 인물로 남고 만다. 원제인 'The Kindergarten Teacher', 국내에서 번역된 타이틀인 '나의 작은 시인에게'에서도 알 수 있듯, 리사의 입장에서 일관되게 서술되는 이야기지만, 주관적인 시점으로 전개되는 방식을 택한 것 치고, 영화는 그의 동기에 몰입하도록 주력하거나 그에게 면죄부를 선사하지 않는다. 도리어 인물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파고들며 결코 이룰 수 없는 욕망과 한평생을 지배해 온 결핍이 삶을 잠식시키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옹호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섬뜩한 동시에 서글픈 감흥이 자욱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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