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회귀


           무한으로 확장되는 무상성의 시간을 영원이라고 한다 현상계의 개체로서 자아는 이 무한의 영원성을 수용할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개체로서 한계 지어진 인간 존재에게 무한을 쪼개어 찰나 찰나의 영원을 맛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현재이고 이 지금도 현재라고 했던 시간이 흘러서 당도한 지금도 또한 지금의 현재이다 과거를 부여잡고 원통해하며 눈물짓는 지금의 일도 사실은 그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들일 수 있게끔 바탕으로서 현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복수를 다짐하며 미래로 달려가고 있는 계획의 발현 또한 기저에 지금 바로 여기라는 이 현재의 시간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현재는 항상 이와 같이 현재로만 흘러 영원히 현재에 가닿는다 그래서 현재라는 시간의 본질을 영원이라고 부른다 존재는 이 현재를 벗어나 살 수 없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 인간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적이 없는 이 현재를 찾아 순례의 길을 나서고 있다 그 발자취들의 기록이 모여 이룬 것을 인문학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