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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늦가을에 딱 좋은 서울 근교 ‘리틀 포레스트’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25 07: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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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새파란 창공과 오색 단풍 든 나무들, 길 위를 수놓은 낙엽이 가을의 깊이감을 알린다. 꽉 막힌 실내에서 창밖 풍경만 감상하기에는 아까운 계절이다. 해야 할 일이 쌓인 일상과 세상의 숱한 소음을 뒤로한 채, 자연의 향기가 가득한 곳으로 길을 떠난다.

 


새하얀 수피가 눈 시리게 아름다운 자작나무숲, 피톤치드 향이 상쾌한 잣나무 숲, 장이 느릿느릿 익어가는 농촌 마을 등 가을 풍경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을 목적지로 삼아 발길 닿는 대로 거닐어 본다. 여행길에선 번잡한 마음을 잠시 비워두자. 경기도의 작은 숲을 거닐며 마주한 풍경을 마음속 창에 듬뿍 담아 와야 할 테니.


 

가을 햇볕에 반짝이는 순백의 자작나무숲 <양평 서후리숲>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순백의 숲을 마주한다. 때 이른 눈이 와서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새하얀 자작나무 군락 때문이다. 양평의 옥산(578m)과 말머리봉(500m)에 감싸 안긴 서후리숲은 경기도에서 드물게 자작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유림 33( 10만 평)를 숲으로 꾸며 2014년부터 개방했다. BTS 2019년 달력 사진을 찍으면서 더욱 유명하며 잔디밭, 원형 테이블, 자작나무숲 등 BTS가 화보를 찍은 지점에 사진을 전시하여 팬들이 인증 샷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양평 서후리숲. 사진=경기관광공사


 

 

차 한 대 겨우 지나는 좁은 길을 한참 따라간 후에야 서후리숲 입구가 나타난다. 숲 탐방로는 두 개의 코스로 자작나무숲에 가려면 A코스를, 시간이 부족하거나 노약자가 있다면 B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계곡 옆길을 따라가는 A코스는 제법 경사가 있어 1시간 동안 등산하는 맛이 나고, 침엽수림 중심의 B코스는 30여 분간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어느 코스든 모든 길이 일방통행이어서 다른 이들과 마주칠 일이 적으니 고요한 숲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다.


 

서후리숲에는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권역별로 자란다. 그중 제일은 숲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자작나무숲. 새하얀 수피를 두른 자작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풍광은 감탄의 연속이다. 하얀 나무 기둥을 타고 내려온 햇볕이 싸라기눈처럼 반짝인다. 자작나무숲을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메타세쿼이아숲은 싱그럽게 푸르고, 중턱의 단풍나무숲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마다 하얀 벤치를 두어 그림 같은 자연을 즐기게 한 덕에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황금빛 논 뷰에서 찾은 안식이 되는 순간 <양주 로슈아커피>


요즘은 농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논밭 뷰카페가 대세다. 꽉 막힌 빌딩 숲을 벗어나 농촌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다. 양주 나리공원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로슈아커피는 SNS에서 인기인 논 뷰 카페다. 광야를 콘셉트로 한 카페 2미드바르는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여 꾸밈을 절제한 비움의 미학을 살렸다.


 


양주 로슈아커피. 사진=경기관광공사


 

 

낮은 의자를자로 두르고, 한쪽 면을 큰 창으로 내어 논이 그림처럼 담긴다. 창 너머 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구도가 바로 인스타그래머블한 그 포토존이다. 높디높은 가을 하늘 아래, 하루가 다르게 황금빛으로 물드는 논 풍경은 1년 중 이맘때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논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안식이 되는 순간이 찾아든다. 1층 테라스는 선베드를 닮은 의자에 몸을 누인 채 코앞의 논을 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명당이다.


 

논 풍경뿐만 아니라 커피 맛도 만족스럽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달콤 고소한 초당 옥수수 크림이 잘 어울리는 초당로수수라떼가 대표 메뉴이다.


 

그림책에 파묻혀 한없이 느려질 거예요 <연천 굼벵책방>


연천군청에서 차로 6분 거리의 굼벵책방은느림이 허락되는 곳이 콘셉트인 그림책 서점이다. 2022 3월에 문을 연 책방은 외진 길을 달려 그림책 세계에 발을 디딘 이들을 따스하게 맞이한다. 예약 시 공간 이용료를 결제하면, 웰컴 티와 함께 3,000여 권의 국내외 그림책, 아트북, 그림책 관련 에세이와 잡지를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책방지기의 아이가 두어 살일 때부터 수집한 책들이 어느덧 10년을 훌쩍 지나 책방을 꾸릴 만큼 방대해졌단다.


 


연천 굼벵책방. 사진=경기관광공사


 

 

푸른 잔디밭 위 붉은색 전원주택인 굼벵책방의 모습은 그림책에서 볼 법한 평화로운 정경이다. 165(50) 규모의 책방은 판매용 서가와 복도, 전시실, 열람용 서가 등 공간을 살뜰히 구분했다. 책방지기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곳은 전시실, 모두가 인생 그림책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신간 그림책을 비치한 판매용 서가와 조붓한 복도, 밀실 같은 전시실을 지나면 열람용 서가가 나타난다. 그림책 3,000여 권을 탐독할 수 있는 공간이자 통창 너머 연천의 자연이 와락 안겨드는 휴식처다. 여기선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빈백에 몸을 폭 파묻은 채 그림책과 통창에 담긴 성산 자락을 번갈아 보는 일. 그림책과 자연이 물꼬를 터주었으니 이내, 내 안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수령 90년 이상 잣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샤워 <가평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수령 90년 이상의 잣나무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사방을 에워싼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경기도 내 15개 산림 휴양지 중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숲이라 소개하는 해설사의 설명 덕분인지, 삽시간에 마음이 상쾌해진다.


 


가평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축령산(886m)과 서리산(832m) 사이, 해발 450~600m에 자리한 숲은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대부분이지만, 걷기가 고되지 않은 것은 무장애 나눔길과 데크로드 덕분이다. 무장애 나눔길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걷기 좋은 널찍한 나무데크길로, 잣나무 군락과 계곡물 소리가 동행이 되어준다. 잣향기목공방과 축령백림관 사이의 오르막길을 지나 데크로드를 따라가면 숲의 또 다른 볼거리, 화전민 마을이 나타난다. 1960~1970년대 축령산 화전민이 살던 마을 터에 너와집과 귀틀집, 숯가마 등을 재현했다. 집 마루에 걸터앉아 눈을 감으면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가 또렷해진다. 숲에서 가장 높은 곳엔 물가두기 사방댐이 있다. 축령산 일대의 산불 진화를 위한 취수원으로 조성했는데, 수면 위에 하늘이 드리운 풍광이 시선을 붙든다.


 

경기도 잣향기푸른숲은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운영하는 산림치유 시설이기도 하다.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숲 해설, 산림치유·목공체험 프로그램, 참가자가 숲 지도를 보고 10개 이내 지점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비대면 프로그램잣티어링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목공체험 재료비 자비 부담)


 

줄지어 선 장독대에는 장이 익어가고 <포천 교동장독대마을>


마을 뒤로 고남산 자락이 너울너울 펼쳐지고, 옆으로 한탄강 줄기가 시원스럽게 흐르는 곳에 자리한 교동장독대마을.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농촌마을이지만, 10여 년 전 한탄강 댐이 들어서며 살던 곳을 떠나야 했던 20여 가구가 이주한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터전을 가꾸어 나갔다. 집집마다 길을 닦고 농사를 지었으며, 요리 자격증을 취득한 주민들이 체험 프로그램 강사로 나서며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거듭났다.


 


포천 교동장독대마을


 

 

마을에서는 다양한 농촌 체험을 선보인다. 고추장 만들기·오디강정 만들기·뽕잎 인절미 떡 메치기 같은 음식 체험, 마을 식재료를 활용하여 하루 세끼를 직접 만드는 삼시세끼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특히 30분 만에 만들고 집에 가져가 바로 먹을 수 있는 고추장 만들기는 체험객들 반응이 뜨겁다. 마을에서 농사지은 고춧가루, 주민들이 담가 3년 이상 묵은 간장, 말린 메주콩을 가루 낸 메줏가루 등 재료에 들어가는 공력이 어마어마하다. 고추장 맛이 유달리 깊고 진한 이유다. 체험 후에는 발길 닿는 대로 마을 곳곳을 거닐어도 좋겠다. 아침 햇볕을 쬐는 장독대, 장독대 위에 쉬었다 가는 잠자리, 소일거리를 하는 주민들 모습에 조급하던 마음이 순해진다. 오디 음료와 뽕잎 와플을 판매하는 멀베리 카페 앞의 연못은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쉼터다.


 

밖으로 향한 마음을 내 안으로 돌리는 시간 <남양주 봉인사 템플스테이>


봉인사는 남양주의 천마산 서쪽에 자리한 절이다. 경춘선 금곡역에서 절 마당까지 운행하는 64번 마을버스가 있어 접근성이 좋다. 아담한 사찰은 위용을 뽐내지 않아 편안함이 도드라진다.


 


남양주 봉인사 템플스테이


 

 

200여 년 된 살구나무가 있는 큰법당, 표정과 자세가 제각각인 1250 나한상,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인 지장전,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묵는 자광전 등 경내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일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마음의 휴식을 얻는 데에는 템플스테이만 한 것이 없다. 사찰 예절 배우기, 예불(부처에게 절하는 의식), 공양(절에서 먹는 식사), 다도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 템플스테이의 핵심이다. 봉인사는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특히, 몸의 에너지를 깨우는 참장공 차크라 요가, 광릉수목원에서의 명상이 독특하다. 1 2일간의 참장공 차크라 요가는 20여 년간 생활 명상을 가르친 강사의 지도하에 참장공, 디톡스 요가, 쿤달리니 각성 차크라 요가 등 다양한 요가 수련법을 배우며 몸속 독소를 배출하고 마음속 화를 다스리는 프로그램이다. ‘참장공은 태극권의 기초 동작이자 중국 무술에서 기본이 되는 자세다. 무릎은 살짝 구부린 채 상체 힘을 빼고 나무를 끌어안은 듯한 자세를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하면 몸속의 탁한 기운이 배출되어 디톡스 효과가 탁월하다. 공기 맑은 절에서 체내의 나쁜 기운을 내보내고 속이 편안한 사찰 음식을 먹으니 심신이 금세 건강해지는 듯하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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