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사잇길을 따라가다 보면 ‘개운사’라는 도로 표지판을 보게 된다. 상가와 식당들이 늘어선 길을 백여 미터 들어가면 커다란 일주문이 반긴다. 개운사(開運寺) 일주문이다. 말
그대로 운이 열리는 절이다.
개운사 일주문
고려대학교 2025 수능 논술고사가 있던 날, 고려대 주변은 거의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주변에 주차장이 별로
없어 우리는 일찌감치 개운사 주차장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일주문 앞에서 주차장 관리인이 물었다. “수능 때문에 오셨어요? 아니요.
불공드리러 왔습니다.” 참고로 사찰에 간다고 하면 주차비가 무료지만 볼일이 있어 아래에
주차하면 주차비를 내야 한다.
개운사 올라가는 길에 있는 관세음보살입상
개운사 삼층석탑
개운사는 조그만 절이다. U자 형태로 좌, 우, 뒤가 고려대 건물들이 있어 마치 고려대학교 부속 사찰 같은
느낌이다. 사찰의 규모는 작지만 역사는 짧지 않다. 개운사는
조선 초기 태조 5년(1396년) 왕사 무학대사가 동대문 5리 밖의 안암산 기슭에 절을 짓고 ‘영도사’라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후 정조 3년(1779년)
정조의 후궁 원빈 홍씨의 묘 명인원이 절 인근에 들어서자 영도사를 동쪽 현재 자리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개운사로 바꿨다고 한다.
아래에서 본 종각
위에서 내려다 본 종각
개운사 대웅전에는 보물이 있다.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다. 고려 후기를 대표하는 불상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특히 이 불상은 1280년
중수된 개심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더불어 현재까지 발견된 고려 후기 불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불상은
적어도 13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3세기
전반에 제작된 불상은 거의 드물다.
대웅전 안에는 불상이 5개나 모셔져 있는데, 가운데 있는 불상이 보물 1649호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다. 보통의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이 가운데 있기 마련인데 개운사만 특이하게도 아미타불이 정중앙에 있다. 보통 다른 사찰의 아미타불은 극락전에 모셔져 있다.
대웅전
대웅전 내부
대웅전에는 조선 후기 조성된 아미타불 좌상과 팔상도를 비롯해 아미타회상도(1930년
제작), 지장시왕도가 소장되어 있다. 아미타불 좌상은 2009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팔상도와 지장시왕도는 2006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개운사 경내에는 현재 대웅전을 중심으로 지장전, 칠성전, 독성각, 종각, 선방, 자비관 등이 있다. 산내 암자로는 동쪽 200m 지점에 대원암과 칠성암이 있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직할
교구 조계사의 말사이다.
명부전에는 지장시왕도(1875년 제작), 신중도, 감로도 등의 불화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신중도와 감로도는 2006년 서울특별시 유형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삼성각
명부전
관음전
지장전에는 아미타여래상과 지장상 등이 봉안되어 있고 지장탱화와 현왕탱화가 소장되어 있다. 지장탱화와 현왕탱화는 1870년에 제작되었는데 시주자 명단에 상궁들이
수록되어 있어 왕실과의 친연성을 엿볼 수 있다.
미타전에는 보물로 지정된 아미타여래 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이 불상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원문과 많은 복장품이 발견되었는데, 현재 알려진 고려시대 불상 복장물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1274년)의 것이라고 한다. 발원문을 통해 아미타여래 좌상은 본래 충남 아산의 축봉사(鷲峯寺)에 봉안된 불상임이 확인되었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풍경
개운사는 고려대에 둘러싸여 있다.
개운사는 아들의 고려대학교 논술 고사를 위해 방문했다. 운이 열린다는 말 뜻 그대로 대학 합격의 운을 기원하기 위함이었다. 정성을 다해 백팔배를 올렸다. 정말 운이 열릴 수 있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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