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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트럼프 당선 후, 미국 언론이 선언한 ‘민주주의의 The end(끝)’

ㅇㅇ(118.41) 2024.11.19 13:44:46
조회 94 추천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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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지지 후보를 표명하는 것은 미국 신문의 오랜 전통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워싱턴포스트〉와 〈LA 타임스〉는 ‘지지 후보 표명’으로 큰 내홍을 겪었다.
지난 10월25일 오후 6시21분(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에 만평 하나가 올라왔다. 그린 이는 만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앤 텔네스.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먹칠을 한 이 만평의 제목은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였다. 〈워싱턴포스트〉는 2017년 2월부터 이 문구를 제호 아래에 붙여왔다. ‘워터게이트’를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한 말에서 따왔다. 민주주의를 밝히는 자긍심을 담은 문구였다. 앤 텔네스는 먹칠한 만평에 이 이름을 붙이며 ‘대선후보 지지 표명’을 하지 않기로 한 〈워싱턴포스트〉의 결정을 풍자했다.


10월25일 윌리엄 루이스 〈워싱턴포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고, 앞으로도 대선후보 지지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1960년 대선(케네디 대 닉슨) 시기의 사설을 언급하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워싱턴포스트〉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 결정 과정을 취재해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 9월 〈워싱턴포스트〉 임원진과 2013년부터 이 신문을 소유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마이애미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제프 베이조스가 대선후보 지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워싱턴포스트〉 편집위원회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마련했지만 제프 베이조스의 결정으로 대선후보 지지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이 같은 결정은 내부 반발과 논란으로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지 HW. 부시와 마이클 두카키스가 맞붙은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 1976년부터 지지 후보를 밝혀왔다. 게다가 CNN은 지지 후보를 표명하지 않기로 한 몇 시간 뒤에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임원들이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트럼프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기상 오해를 살 만한 만남이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21명은 윌리엄 루이스의 이번 결정을 ‘끔찍한 실수’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결정은 우리가 사랑하는 신문의 근본적 편집 신념을 포기한 것”이라고 썼다. 노조도 “중요한 선거를 불과 11일 앞두고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제프 베이조스는 10월28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문을 냈다. 이 기고문에서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의회보다 낮은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며 대선후보 지지를 안 하는 것은 매체 신뢰성 제고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매체가 편향되었다는 인식만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는 블루오리진 임원들이 트럼프와 만나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그 만남과 후보 지지 결정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10월29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적어도 25만명 이상이 구독을 해지했다. 이 수치는 디지털 구독자의 10%에 해당한다.

2기 트럼프 정부와 언론 관계도 ‘먹구름’



신문의 후보 지지 표명은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미국에서는 꽤 오래된 전통이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 같은 경우, 1860년에 처음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선후보를 지지한 이래 ‘후보 지지’ 관행을 이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9월30일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후보 지지 표명은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와 의견 기사를 분리하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후보에 관한 사실 보도를 공정하게 한다는 점을 전제로 특정 후보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사건이 불거진 뒤인 10월29일, 〈뉴욕타임스〉는 ‘신문이 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문에서 ‘사실과 의견의 분리’를 강조했다. 이 글에는 “후보 지지 글을 쓰는 오피니언 섹션과 뉴스룸은 서로 다른 부서이고, 후보 지지 의견은 뉴스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모든 신문이 ‘후보 지지 표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28년 이후로 대선후보 지지 표명을 하지 않는다. 2022년 〈시카고트리뷴〉 등 200여 개 신문을 소유한 앨든글로벌캐피털은 대선후보 지지 표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지지’를 표명한 언론사는 80곳, ‘트럼프 지지’를 표명한 언론사는 10곳 미만이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언론사가 240곳, 2020년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언론사는 120곳이었다. 정치적 양극화가 격화하면서 지지 표명을 중단하는 언론사가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올해는 사주의 입김에 지지 표명이 중단되었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10월에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에서도 〈워싱턴포스트〉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신문 편집위원회가 해리스 지지를 표명할 예정이었는데, 사주인 생명공학 사업가 패트릭 순시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편집진 사퇴 등 내부 반발이 이어졌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여겨온 ‘지지 후보 표명’을 둘러싼 논란은 ‘2기 트럼프 정부와 언론’ 관계를 예견하는 전조로 읽힌다. 1기 트럼프는 재임 기간 ‘가짜뉴스’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적대시했다. 2018년 7월에는 “많은 뉴스 미디어들이 실로 국민의 적”이라고 말했다. 그해 8월에 미국의 200여 개 신문사가 트럼프의 언론 인식을 비판하는 공동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에는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켰다. 그 기자는 미국 연방법원의 결정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트럼프는 수시로 언론을 향해 공격적 발언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자신에게 비판적 보도를 한 NBC·MSNBC의 모회사 컴캐스트에 대해 “국가 반역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올해 9월에는 자신과 해리스와의 방송 토론을 편파적으로 진행했다며 주관 방송사 ABC의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11월6일 오후 4시29분(현지 시각). 앤 텔네스는 〈워싱턴포스트〉에 ‘끝(The end)’이라는 만평을 올렸다. 자유의 여신상이 가방을 끌고 어디론가 떠나는 뒷모습을 그렸다. 그림에는 ‘자유의 빛’을 뜻하는 횃불이 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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