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쁘고 참하게 잘만든 게임임.

 시작하자마자 독특한 미장센이 느껴졌고 처음과 끝까지 한결같은 느낌을 주는 좋은 작품이었음.

이런 작품은 작품이 길어질수록 질리기도 쉬운데 볼륨도 상당히 있고 야리코미 요소도 제법 있는데도 질리기보단 편안하게 다가왔음.

몇십시간 했는데도 엔딩을 봤을땐 벌써 엔딩인가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음.

 접하기 전엔 하도 농사겜 농사겜 해서 농사 시뮬레이터 수준으로 복잡한 게임인가 했는데 농사요소가 간결하면서도 잘짜여져 재밌었음.

솔직히 농사가 제일 재밌었는데 내내 병과 벌레들 때문에 메뚜기떼가 휩쓸고 간 농부의 심경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음.

여기 유저들이 정리해논 정보랑 위키 참고하고 나선 풍작의 기쁨을 누렸고.

 아무 정보 없이 하려면 시행착오 때문에 힘들지만, 공략을 참조하면서 하면 쉽고 재밌게 할 수 있었음.

 전투는 처음 했을땐 소울류 게임인가 싶었는데 사쿠나의 날개옷이 너무 사기인데다가 진가해방을 하고 나니 허망할정도로 쉬워졌음.

난 진가해방을 하는법을 안게 막보 직전이라 사서 고생하긴 했는데 날개옷이 사기라서 맞을 일 자체가 거의 없는 겜이라 데미지만 좀 들어가면 다 잡을 수 있는게 좋았음. 맵 디자인도 재밌었고. 엔딩 이후에도 농사 + 던전같은 오래 즐길 야리코미 요소를 준비한 것도 좋았고.

 다만 엔딩을 본 플레이어가 26퍼 정도밖에 안되는건 아무래도 초반의 농사와 전투, 장비 진가해방 설명이 빈약하기 때문인거 같음.

초반 튜토리얼을 좀더 강화하고 농서와 병서는 그냥 처음부터 다 줬어야 했을거라고 봄.

그리고 한다면 스팀판 엑박 컨트롤러 포즈버튼을 스타트 버튼으로 바꿔야함. 초반에 이거때문에 몇번이고 흐름이 끊긴 적이 있었음. 

 캐릭터의 디자인, 옷과 모델링 퀄리티 뭐 하나 빠질 거 없이 좋았음.  엔딩 이후에 전투에서 유이나 코코로와 같은 다른 캐릭터를 동일한 모션으로 사쿠나 대신 쓸 수 있게 했다면 엔딩 후에도 야리코미할 맛이 더 있었을텐데 그게 살짝 아쉬웠음. 

 플레이 타임 늘리기용 단순반복작업에 질려서 내가 게임을 하는건지 노가다를 하는 건지 구분이 안가는 게임이 대부분인 지금 이렇게 심플하면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게임을 만난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음. 정말 인상적인 게임디자인이었음.

 스토리도 아주 좋았던게 옛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서 울고 웃으며 살다온 거 같았음.

삶, 생, 살아간다는 제재는 아주 흔해빠졌지만 주제, 캐릭터, 인물, 세계관, 극중장치들, 게임디자인까지 삶이란걸, 살아간다는걸 이렇게 절절하고 명징하게 표현한 작품은 드물지.

 고전 횡스크롤 게임이나 육성시뮬, 알피지 계열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음.

반대로 이 게임하고 비슷한 게임 찾는 사람에겐 고전이긴한데 오보로 무라마사나 오딘 스피어 같은 바닐라웨어 쪽 작품 추천함. 

마지막으로, 각 캐릭터의 엔딩 이후 시나리오 dlc나 1.5편 급 대형업뎃, 아니면 2편 나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