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짓는 게임이라면서
왜이렇게 인기가 좋지....? 하는 마음으로 추석 때 샀다가
방금 엔딩 봤음......

벼농사 짓는 노가다에 중독될 일은 없겠지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십 몇 년을 추수하고 있었고,
고기를 구해다 오는데도 맨날 미르테가 식단에 초절임만 넣어서
식단에 고기 반찬 서너 개 넣어주고 그랬음

결론부터 얘기하면 오랜만에 수작 만난 느낌
과대해석이긴 한데 전쟁 같은 큰 비극이 닥쳐도, 자기 삶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 일반 농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것 같아서 좋았음

화산재로 집 쑥대밭 됐을 때 허망함을 차마 감출 수가 없었고,
그런데도 다들 다시 논밭이랑 집 다시 지으면서, 허술한 반찬 먹으면서도 기운 내서 내일부터 또 일상을 살아가자고 도모하는 게 큰 울림을 줬음

막판에 축제 열어서 신들 모으고 그들의 사이를 가로질러 배웅받으며  최종결전으로 향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음
설령 죽을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을 성대하게 즐기고, 또 축제가 제사의 의미가 있는 만큼 승리를 기원하고 딱 결전지로 향하는 그 모습

엔딩곡으로 초반부에 나오는 벼농사 노래 어레인지 한 것도 캬
<용과 주근깨의 공주> 엔딩곡처럼 신비스러우면서도 전율 있는 느낌이 좋았음.
별다른 대화 없이 인물들 지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거 자막 나오는 것도 여운 세게 남고

아쉬운 거는
사쿠나가 부모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내용이 좀 더 담겼으면 엔딩 임팩트가 더 와닿았을 것 같음
그밖에 도읍으로 돌아가서 할 수 있는 게 진딧물 잡는 거 뿐인 거 아쉽고
최종결전이 생각보다 타격감이 없는 거가 아쉬움
오히려 결전으로 따지면 이시마루 때가 더 긴장감 있었던 느낌?

아근데 유이랑 킨타 결국 헤어진 게 좀 뭔가.... 뭔가뭔가했음....
걍 사랑하게 두면 안 되나 엔딩에 웃으면서 그 사실 나오는 거 짠하더라

어쨌든 벼농사란 소재로 이렇게 재밌게 게임 꾸려낸 거는 진짜 제작진 역량이 대단하다고 생각함. 밤을 며칠 새가면서 깼는데 후회가 없음. 애니도 챙겨봐야겠다

추신

ㅡ 카무히츠키 아줌마는 뭔가 스토리에서 큰 역할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큰 아줌마였음

ㅡ 코코로와님은 개이쁘시다

ㅡ 잉어가 젤 징그러움 이 게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