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원장이 단식을 선언한 노서남병원에서 직원들이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내 SNS
[서울=서울미디어뉴스] 배경동 기자 = 중국의 경제 위기가 병원들의 재정난으로 이어지며 의료진이 1년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끝내 폐업하는 등 의료 붕괴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전문 매체 칸중국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료성시 양고현에 위치한 노서남병원은 직원들에게 8개월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병원 운영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이에 병원 원장 주홍생은 1월 31일부터 10일간의 단식을 선언하며 재정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병원 직원들은 "400명의 직원에게 기회를 주세요. 노서남병원에게 재건의 기회를 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집단 시위를 벌였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공립 의료기관의 43.5%가 적자를 기록했으며, 적자액은 약 1조 위안(한화 약 193조 원)을 초과했다. 일부 병원은 급여 미지급뿐 아니라 폐업에 이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광둥성 매주시의 가응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은 최근 파산을 선언하고, 직원 240여 명이 실직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급여 삭감과 체불로 인해 의료진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야간 근무의 극심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삭감돼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일부 의사들은 생계비를 보충하기 위해 밤에는 노점에서 바비큐를 파는 등 부업을 병행하는 웃지 못할 소식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 공립병원의 재정 위기는 팬데믹 기간 의료자원을 핵산 검사 등 방역에 집중 투입하면서 심화됐다. 3년 반 동안 약 3조 6천억 위안(한화 약 697조 원)의 의료보험 기금이 소진됐고, 이에 따라 일선 병원들은 의료보험 기금, 환자 지불금, 재정 지원 등의 수입원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안휘성 회원시 형도병원, 절강성 장흥시 제2병원, 사천성 낙산시 제4인민병원 등 여러 공립병원이 파산을 신청했으며, 현재도 많은 병원이 대출로 운영을 이어가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들은 지속적으로 급여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정부와 병원 측의 해결 노력은 아직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운영 위기와 더불어 의료보험 자금 부족 문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보험 청구가 불가능해 환자들이 치료비 전액을 선지불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의료보험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공립병원의 재정 위기가 의료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 의료 시스템의 신뢰와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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