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ENA·지니TV 드라마 혼용 편성
시너지 효과 내기보다 혼란 가중
스타PD 내세운 ENA 예능 기대이하
시즌·티빙 통합…CJ와 협업 효과 미비
ENA 재론칭 1주년 맞아 돌파구 필요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ENA와 지니TV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신드롬 후 갈림길에 서 있다. 우영우는 skyTV와 미디어지니가 지난해 4월 ENA를 재론칭한지 3개월 여 만에 국내외에서 인기몰이해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ENA는 스타 PD와 손잡고 예능 프로그램 강화에 나섰고, IPTV 서비스 올레TV는 지니TV로 개편하며 드라마로 시청자와 접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없이 ENA·지니TV 드라마를 혼용해 편성하면서 우영우 효과는 사라진 지 오래고, ENA 예능물 역시 시청률 0%대 종방이 잇따랐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격이 된 셈이다.
◇우영우 효과 반짝
ENA와 지니TV는 우영우 이후 흥행작을 내지 못한 상태다. 정일우 주연 '굿잡'이 시청률 3%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얼어죽을 연애따위'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1~2%대에 그쳤다. 더욱이 지니TV '가우스전자'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ENA 첫 금토·월화극으로 편성해 시청률 0%대 굴욕을 맛봤다. 2월 종방한 지니TV '남이 될 수 있을까'와 방송 중인 '딜리버리맨' 역시 1%대 저조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 케이블 드라마는 시청률 1%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우영우가 0.9%로 시작해 17.5%로 종방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특별한 편성 기준없이 여러 플랫폼에서 작품을 쏟아내기만 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줬다. 이틀 차로 공개하는 유인나 주연 '보라데보라'와 김서형 주연 '종이달'도 마찬가지다. 12일 첫 방송하는 보라데보라는 ENA 수목극으로 편성했으며, 지니TV 대신 CJ ENM 계열 OTT 티빙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다. 10일 공개하는 종이달은 지니TV 드라마이며, 티빙에서 서비스할뿐 아니라 ENA 월화극으로도 전파를 탈 예정이다. 포스터 역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와 ENA 월화극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였는데, 시너지 효과를 내기 보다 혼란만 가중됐다.
K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seezen)이 출시 3년 여만에 사라진 영향도 컸다. 지난해 12월 티빙과 통합, 기존 시즌 시리즈로 기획한 작품을 ENA와 지니TV로 편성했다. KT가 티빙에 투자하면서 CJ ENM과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ENA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ENA는 KT에서 제작하는 작품을 모두 방송한다. ENA와 지니TV 중 '누가 투자를 많이 했느냐'에 따라 방송 타이틀이 바뀌는 것"이라며 "올레TV에서 지니TV로 바뀌면서 (ENA 보다) 지니TV 드라마를 강조한 면이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편성하는 입장에선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니) 하나로 통일하길 바라지만, 지니TV도 띄워야 하는 이슈가 있지 않느냐"면서 "종이달의 경우 ENA에도 편성했지만, 작품 자체는 지니TV에서 따로 홍보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예능도 기대 이하
ENA 예능 프로그램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남규홍 PD의 '나는 솔로'는 3년째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후속작인 '효자촌'은 시청률 0.2%로 막을 내렸다. '오은영 게임'을 비롯해 '신병캠프' '명동사랑방' 등도 0%대로 소리 소문 없이 종방했다. 김태호 PD의 '지구마불 세계여행'만 1%를 넘은 상태다. 아무리 스타 PD가 연출한다고 해도, 이미 여러 방송사에서 우후죽순 쏟아진 육아·군대·연애·여행 프로그램은 식상할 수밖에 없었다. '혜미리예채파' 역시 그룹 '걸스데이' 출신 혜리와 이태경 PD가 tvN '놀라운 토요일' 이후 뭉쳐 기대를 모았지만, 뻔한 콘셉트로 시청자 외면을 받고 있다.
'육아 대통령'으로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MBC TV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출연자가 7세 의붓딸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뭇매를 맞았는데, 논란이 채 가라앉기 전 오은영 게임을 방송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방송 중간 오 박사가 인터뷰를 자처했지만, 시청률은 오르지 않았다. 명동사랑방은 올드한 콘셉트로 흥미를 떨어트렸다. 기존 연애 예능물과 달리 평범한 대학생을 내세웠지만, 시청자를 대리만족 시켜주지 못했다. 명동 르메르디앙 호텔 1층에 카페 어반플랜트를 마련해 녹화를 진행, 시청자 경험을 연계해 MZ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되길 바랐지만 시도에만 그쳤다.
기존 skyTV는 SBS플러스, 채널A와 협력해 '나는 솔로' '강철부대' '다시 뜨거워지는 애로부부' 등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SBS플러스와 채널A 힘을 빌렸지만, 이제 나는 솔로와 강철부대 등을 ENA 예능물로 아는 시청자들이 많아질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지난해까지 공동 제작으로 효율성을 높였다면, 올해부터 스타 PD와 함께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스타 PD 이름만 내세울 뿐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하지 못했다. 4일 첫 방송하는 가수 하하·별 가족의 여행 예능물 '하하버스'와 서혜진 PD의 리얼리티 역시 기대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skyTV와 미디어지니는 지난해 ENA 재론칭 당시 3년간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드라마 30편, 예능 300여 편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이 흐른 시점에서 우영우를 제외하면 드라마·예능물 성적이 초라한 만큼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ENA 관계자는 "ENA가 예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드라마도 계속 선보일 것"이라며 "KT가 시즌을 없애고 티빙에 투자하면서 CJ ENM과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실 OTT가 없어지면서 티빙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극본도 받아 보면서 함께 편성을 고려하고, CJ 인력이 이동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도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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