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짜고 판매한 휴대폰 가격 거품이 대당 최고 2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밝혔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와 짜고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출고가를 대당 최고 20만원을 부풀려 판매,  소비자 피해가 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1년간의 조사 끝에 통신사들이 제조사와 짜고 제조사가 통신사에게 공급하는 '공급가'와 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판매가로 제시하는 '출고가'를 부풀려 소비자들을 속여 왔다고 15일 결론 지었다. 특히 각 시장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비정상적인 시장 관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제조사 애초부터 가격 부풀리고, 할인 형식 취해 

공정위는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출고가와 공급가를 처음부터 높여 부풀린 가격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이를 '할인혜택'으로 포장하는 방식을 통해 특정 통신사에 가입해 소비자들이 보조금 혜택으로 싸게 산 것으로 오인시켰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이 협의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44개 휴대폰 모델에 대해 앞으로 지급할 보조금을 고려해 공급가보다 출고가를 매우 높게 책정했다는 것. 또한 제조사들은 통신사와의 협의를 통해 같은 기간 총209개 휴대폰모델에 대해 앞으로 지급할 보조금을 감안해 공급가를 높게 책정해 마련한 보조금을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했다는 지적이다. 

209개 휴대폰 모델의 평균 장려금 지급액은 23만4000원으로 공급가 대비 장려금 비중은 40.3%이다.

실례로 제품명과 사례가 확인 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의 경우 대리점에서 판매가로 찍힌 출고가는 94만9000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SK텔레콤 등에 납품한 공급가와의 차이는 31만원이며, SK텔레콤 등은 이중 14만원을 대리점에 (판촉)장려금 형식으로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 대리점은 SK텔레콤 등으로부터 받은 장려금 중 평균적으로 8만7000원을 자신들의 마진으로 챙기고 7만8000원은 소비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관행에 따라 소비자의 구입가격은 평균 87만1000원 수준이 됐다.

만일 통신사와 삼성전자가 공급가대로 이 휴대폰을 유통했다면 출고가는 공급가 63만9000원에 물류비용 4만원을 포함한 출고가는 68만원이 수준이 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보조금을 받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약 19만원 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20만원 정도 소비자가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C제조사의 P모델의 경우 공급가가 67만8000원이고 제조자 장려금은 33만원으로 실공급가는 34만8000원이나 강남지역 대리점들은 이 모델을 판매가격을 48만6000원으로 책정해 과도한 마진을 받았고 결국 소비자들은 실공급가보다 10만원 이상 비싸게 구매한 셈이 됐다. 

만일 장려금이 모두 공급가로 인하로 전환되면 출고가는 약 37만원이고 대리점이 할인 없이 출고가 그대로 판매해도 89%의 소비자가 현재보다 싸게 휴대폰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예로 제조사의 한 제품의 경우 제조사 장려금으로 인해 국내 통신사에 대한 공급가격은 56만8000원이나 해외 40개국 83개 통신사에 대한 평균공급가는 25만5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의 내부문서와 K모 부장 등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는 게 공정위 주장이다.

이밖에 SK텔레콤은 휴대폰식별번호를 통신사에 사전 등록하는 제도(IMEI 화이트리스트)를 악용해 삼성전자의 직접 유통물량이 20%를 넘을 경우 해당물량의 등록을 거부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SK텔레콤 휴대폰 구매대행 유통사인 SK네트웍스의 휴대폰과 삼성전자 유통 휴대폰의 가격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SK네트웍스 내부문서를 통해 확인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가격 부풀리기 세계에서 유래 찾기 힘들어

공정위 신영선 시장감시국장은 "휴대폰 시장에서 이러한 가격 부풀리기 수법은 전 세계에서 국내만 유일한 비정상적인 관행이다"라며 "국내 공급되는 애플사의 아이폰의 경우 제조사 장려금도 없고 출고가 부풀리기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 국장은 "소비자가 휴대폰 가격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통신사와 제조사가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마치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왔다"며 "착시마케팅을 통한 명목상 보조금은 실질적인 할인혜택이 전혀 없는 것으로서 소비자가 이를 알았다면 비싼 이동통신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리고 강조했다.

이러한 업계 관행은 2008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자 애플 등 외국산 휴대폰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간 경쟁뿐만 아니라 제조사간 경쟁이 심화되자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제조사들은 출고가가 높은 경우 소비들에게 고급 휴대폰 이미지가 쉽게 형성되는 것을 노렸고 통신사들은 제조사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조금 분담을 요구하면서 공급가가 부풀려지는 것을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은 보조금이 많은 휴대폰이 소비자 유인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용해 기존관행과는 달리 보조금을 감안해 휴대폰 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가격을 부풀려 마련한 보조금을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이통사들의 이러한 관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해 제조사들에 비해 제재수위를 높였다. 각각 과징금은 SK텔레콤이 202억5000만원으로 6개사중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한 SK텔레콤은 제조사가 대리점에 휴대폰을 직접 유통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도 4억4000만원의 과징금도 별도로 부과 받았다. KT는 51억4000만원, LG유플러스는 29억8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제조사의 경우 삼성전자는 142억8000만원을 부과 받았으나 당초 예정치보다 450억원 정도가 깎였고 LG전자 21억8000만원, 팬택 5억원에 그쳤다. 또한 제조사들은 월별 판매장려금 내역을 통신사들은 공급가와 출고가 차이내역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기업들 반발, 소송까지 불사 할 터 

하지만 이러한 공정위의 조치에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는 물론 부당고객 유인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특히 장려금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는 대로 처분에 대해 검토 후 행정소송을 제기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