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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머샌이 환각보는 글

ㅇㅇ(95.102) 2024.07.25 19:41:20
조회 260 추천 8 댓글 2


우울, 퇴폐 주의


머샌글임


쓰다가 중간에 드랍해서 내용 앞뒤 거의 안 맞음








*

잠에서 깨어나 그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지독하도록 시린 공허함 뿐이였다. 고장난 덕에 거꾸로 침을 돌리는 시계와, 먼지로 가득 더럽혀진 메트리스, 그리고 벽에 한가득 낭자한 혈흔들까지. 더 이상 알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것들은 자꾸만 눈 앞에 떠오르기 일쑤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도미노마냥 아슬하게 몸을 지탱하며 일어난 해골은, 이내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슬리퍼가 바닥을 즉즉 그으며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물건들을 채이고 지나갔다.

그는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의 난간을 잡고 바닥으로 내려간다. 난간에 쌓인 먼지도, 과할 정도로 침묵을 유영하는 분위기도, 그리고, 서늘하기 그지 없는 집 안도 모두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이 속절없이 열린 까닭은.

파피루스.

대답이 없다. 있을 턱이 없지. 검은 눈자위에 담긴 새하얀 동공이 맥없이 굴러가 식탁으로 항했다. 익숙한 소파와 양말 더미를 지나 가까이 다가간 식탁 위엔, 스파게티가 한 접시 놓여 있었다.

구더기와 먼지가 뒤엉킨채로 엉망이 된 스파게티. 얼마나 방치되었는지, 더 이상 스파게티의 소스는 붉은색이 아닌 푸르스름하고 기분 나쁜 빛깔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는 거의 바닥에 눌러 붙은 포크를 손으로 집어- 스파게티를 가볍게 찍었다. 딱딱하게 굳은 스파게티가 돌아가는 포크의 창살에 건덕지게 감겨든다. 굳이 맛을 보지 않아도 이게 끔찍하다는 것은 분명하고,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뻔했다.

...왜?

어째서 시계는 고장이 났으며,
어째서 물건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왜 거울은 산산조각이 난 채로,
스파게티는 싱거워져야만 했던가.

포크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해골은 그걸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어쩌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이 모든 상황이 그에겐 이해가 가질 않았다. 꼭 뭍에 내던져진 한 마리의 물고기처럼. 하염없이 입을 뻐끔거리며 몸부림치는 하나의 고기마냥. 부던히도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네가 죽였잖아."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우자, 그는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허나, 고개를 돌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익숙한 색감의 벽지가 차갑게 그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였다.

"네가 그의 뼈마디를 하나씩 다 뜯어냈잖아. 처음엔 미안하다고 하면서, 이젠 그러지도 않지."

"넌 익숙해진거야. 네 고통에 익숙해지고, 사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합리화나 해대면서."

환청이였다. 텅 비어버린 골 안쪽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이 말들은. 친숙하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로 익숙한 이 감각은. 분명 환청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면서 또 멈추고 싶다고 생각했어? 정말이지, 이기적이기 짝이 없구나. 이건 네가 시작했잖아, 네가 끝맺어야 할 일이잖아, 그런데도 넌."

내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두려워하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분명 형체가 없었던 환청이 점차 붉으렇게 물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즉히 평화롭게 허공을 휘젓는 목도리. 그리고 그 목도리를 매고 있는 해골의 얼굴. 그 얼굴은.

"날 죽인 건 형이였어."

파피루스.

일순간 구역감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누가 물에 강제로 던져 넣기라도 한 것마냥, 끊임없이 허우적대는 한 마리의 짐승처럼 숨을 헐떡거리며 시선을 떨궜다. 어느새 눈에서 떨어지는 맑은 액체가 바닥에 치닫아 진하게 자국을 남긴다.

그는 급하게 계단을 타고 올라가, 동생의 방문을 쾅- 열어 젖혔다. 아냐, 아니야. 아직. 살아. 아직까지는 살아 있어야. -와 같은 말들을 정신없이 내뱉으면서.

방 안은 처참했다. 처참하다는 말이 모자를 정도로 역겨운 광경이였다. 누가 문지르기라도 한 것마냥 벽에 눌러붙은 먼지는 습기와 엉켜 끈덕지게 바닥으로 뚝- 떨어지던 참이였고, 바닥은 망가진 피규어와 마구 찢겨진 이불로 엉망이였다.

원래부터 이런 광경은 아니였을텐데. 꼭 누군가의 흔적을 간직하기 위해 한 곳에 모았다가,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은 충동이 일어 그대로 망가트리기를 여럿 반복한 듯한 광경이였다. 그런 풍경의 한 가운데엔 어울리지 않는 우체통이 하나 놓여 있다.
그 우체통의 위에는.

아까 봤던 빨간 목도리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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