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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끝난 고3이 말아주는 언텔 문학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238) 2024.11.21 17:30:08
조회 73 추천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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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살짝 글 안쓴지 3년쯤 돼서 개망한 것 같지만… 그래도 함 찌끄려봅니다…히히

1.


  약간 쌀쌀한 공기 사이로 아직 온기가 남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을 낮이었다. 나는 어딘지 익숙한 집에, 약간 구부러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풍겨오는, 끔찍하지만 사랑이 가득 담긴 키슈 파이의 냄새, 어린 아기와 초등학생쯤 된 소년과 소녀의 사진이 걸린 집.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샌지?“

엄마. 얼굴을 딱 한번만이라도 볼 수만 있다면, 딱 한번만 더 안아볼 수 있다면… 나는 부엌 쪽에서 그녀가 걸어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부엌에서 나온 건 시커먼 연기였다.

“엄마!”

내가 애타게 불렀다. 어린 동생이 우는 소리가 귓구멍을 때렸다. 부엌에는 분명, 엄마와 동생이 있을 터였다. 그 둘을 구해야만 한다…

내가 기침을 해대며, 연기를 뚫고 부엌으로 들어가자 나온 것은 실험실이었다. 나는 어느새 실험복을 입고, “시간과 공간의 상자” 앞에 서있었다.

“드디어 오늘이야, 샌즈. 모든 준비는 끝났어!”

들뜬 동료 석사생이 뿌듯한 듯 웃으며 말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 실험은… 망한 실험이었다. 분명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 조각들이 시공간 구석으로 흩어지는 실험…

“아아, 안돼… 박사님, 안돼요, 안된다고요!”

나는 실험복을 벗어던지고, 상자 안에 들어가려는 가스터 박사룰 말렸다. 박사님이 피식 웃으며 안경을 벗었다.

“뭐가 안된다는 겐가, 샌즈 군?”

가스터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이, 반짝이는 그의 눈이 나를 심판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외면하고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괴물들이 귓가에 속삭이는 살려달라는 말을, 그 고통스러운 신음을 들었다.




나는 식은 땀에 젖어,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새벽 세시, 또 이 꿈이다. 나는 욱신거리는 콧잔등을 누르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내일 출근이다… 내일 출근이다… 그러나 잠은 내 심장 박동을 비트삼아 탭댄스를 춰대며 저 멀리 달아났다.

이렇게 몇시간이고 누워있다보면, 파피루스가 날 깨우러오겠지. 그럼 그가 차린 아침을 먹고, 토리엘의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거야. 그 다음엔 과학실 문을 열고, 과학실 환기를 시킨 뒤에, 아이들 수업을 하겠지. 똑같은 내용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리고 정말, 어영부영 밤을 새고 출근을 하게 되었다. 저멀리서 모퉁이를 돌아오는 토리엘의 차가 보였다. 나는 숨을 크게 내뱉은 뒤, “밝은 미소”를 장착하고, 내 앞에 멈춰선 차에 올라탔다.

“좋은 아침이에요, 토리. 프리스크도 좋은 아침.”

그러나 차 안의 공기가 싸했다. 아하, 모자 싸움에 내가 끼어든 거군. 프리스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불편하다. 내내 조용한 차 안에서 학교로 갈 순 없으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저,음, 토리… 이번 평화의 날 행사 때 과학과에서는, 괴물과 인간의 영혼과 구조 차이에 대한 부스를 운영할까해요. 부스의 반은 괴물로, 나머지 반은 인간으로 나누는 거죠. 그리고 인간 부스에선 잼이 들어간 파이로 인간의 신체를 표현해서 나눠주고, 괴물 부스에서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퍼즐을 풀면 괴물 사탕을 주는 형태로 진행할까 하는데, 예산 지원해주실 수 있나요?”

“아아, 그거 좋은 것 같아요! 자료 제작은 역시, 알피스가 맡겠죠?”

평화의 날 행사란, 우리가, 즉 괴물들이, 지하에서 나온 날을 기리기 위한 행사다. 아마, 성탄절과 추수 감사절, 핼러윈 다음으로 큰 축제일 것이다. 나는 프리스크 쪽을 흘끗 봤다.

아무래도 괴물 대사라는 직무 아래에, 자신이 직접 주최하고 있는 행사다 보니 책임이 막중할 터였다. 토리엘이 너무 감싸고 도는 경향이 있는 데다, 이 애도 이젠 사춘기이고, 이런 저런 상황들이 겹쳐 둘이 싸우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 듯 했다.

  어느새 차는 학교 앞에 다다라, 나와 토리엘, 프리스크는 학교에 들어갔다. 프리스크는 이어폰을 빼지도 않고, 나와 토리엘 쪽에 대충 고개를 까딱이더니. 제 친구들 쪽으로 가버렸다.

“저 녀석, 어쩌려고 저러는지 몰라… 실은, 요즘 프리스크 때문에 걱정이에요. 저한텐 통 말도 안하려고 하고, 공부는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성적도 계속 떨어지고요… 맨날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제 말은 들은 척도 안한다니깐요. 요샌… 절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아요, 그저 이름이나 호칭을 생략하기만 하고… 무슨 일인지 대체…”

토리엘이 걱정스러운 듯 멀어지는 프리스크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런 토리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생각보다 먼저 입이 움직였다.

“에이, 걱정 말아요 토리. 제가 잘 지켜볼테니깐요. 게다가, 원래 이맘때쯤에 아이들이 공부를 어려워 해요. 그저 적응하는 기간일 뿐이니까, 좀만 더 응원해주자고요. 전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젠장, 무슨 말을 내 뱉는 거야. 나는 왜인지, 자꾸 토리엘 앞에선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내뱉고는 했다, 그리고 다시 후회하고, 다시 약속하고… 이 이상한 굴레를,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 괴로울 뿐이었다.


  4교시가 프리스크가 있는 반의 수업이었다. 오늘의 내용은 괴물의 유전학이었다. 한창 설명을 하면서도, 나는 프리스크에게 간간히 눈길을 줬다. 어쩐 일에선지, 프리스크는 딴짓을 하거나 졸지 않고 수업을 따라오고 있었다. 유전학에 관심이라도 있는 걸까?

보스 몬스터에 대한 대목에 다다를 때쯤, 프리스크가 손을 들었다.

“그래, 드리무어. 질문 있나요?”

“보스 몬스터가 아이를 입양한 경우는 어떻나요? 그 경우에도 똑같이, 아이는 부모의 마법 능력을 먹고 자라나요?”

프리스크가 물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그러나 프리스크의 질문은 그게 본질이 아닌 모양이었다. 프리스크는, 날카롭고, 괴물 역사의 전체를 뚫을지도 모를,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애가 인간이라면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서의 하루는 금방 지나갔다. 그야, 똑같은 내용을 말하고, 말하고, 다시금 말하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니까. 나는 알피스에게 다가갔다.

“여어, 알피. 요즘 어때?”

“아, 샌즈… 여어가 아-아니라,  대체 시험 문제는 어-언제 줄 생각이야?”

알피스가 말을 더듬으면서도 화를 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더이상 알피스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그것보단, 또 어떻게 시험 문제 제출을 미룰지가 우선적일 것 같다.

“아아, 시험 문제 말이야,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애들이 문제거든!”

알피스가 이미 한수 앞을 내다보고 내 말을 잘랐다. 젠장, 이것도 들켰군. 알피스가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흥, 너랑 알고 지낸지가 얼만데! 이 정돈 껌이거든. 샌즈, 빨리 내는 게 좋을 거야, 안그럼 토-토리엘 교장 선생님의 뜨거운 맛을 좀 봐야할지도, 모-모르니까… 사회과 앨리 선생님 얘기 못들었어? 그 분도 시험 출제 미루다가 완전 통구이가 돼버렸다니까! 너도 그렇게 되기 싫으면 빨리 내는 게 좋을걸!”

알피스는 내게 경고를 날리곤 커피를 마시며 유유히 사라졌다. 일이 늘어났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파피루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팝, 나 오늘 잔업이야. 미안하지만, 오늘은 동화책 없어, 빨리 자.”


나는 시험문제 출제를 마무리한 뒤, 평화의 날 행사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미리 꾸며두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한데, 행사장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물품과 명단을 확인하다 잠든 프리스크가 보였다. 프리스크의 다이어리가 바닥에 펼쳐져 있었고, 프리스크 옆에는 조금 남은 에너지 드링크가 놓여있었다. 남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건 실레되는 행동이지만, 나는 그 애의 다이어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몇 페이지 넘겨보았다.

빽빽하게 들어찬 스케줄들 사이로, 휘갈겨 쓴 전화번호와 함께 꼬깃꼬깃 접힌 사진과, ‘부모님’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사진을 펼쳐보았다.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 프리스크와, 부부 한 쌍이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친부모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전화번호를 빠르게 핸드폰에 입력해 둔 후, 다이어리를 덮어 프리스크 옆에 둔 뒤, 프리스크에게 겉옷을 덮어줬다. 그러자마자, 프리스크는 눈을 떴다.

“샌즈…?”

“아,깼어? 프리스크, 날도 추운데, 이런데서 자면 입돌아가.”

내가 부드럽게 프리스크를 타일렀다. 프리스크는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런, 집에 갈 시간이 훨씬 넘었네. 집에 가봐야겠다.”

“데려다 줄게, 내가 지름길을 알아.”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나는 뒷조사와 프리스크의 뒤를 밟아 그의 친부모에 대해 알아냈다. 부친은 사기 전과가 꽤 많은 작자였고, 모친은 알코올 중독자인 듯 했다. 둘은 아주 허름한 집에 살고, 그나마 부유한 모친의 집에서 지원을 해주는 듯 했으나 그마저도 월세와 술에 모두 써버리는 것 같았다. 아마 프리스크가 에봇산에 오른 것도,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려 한 것은 아닐까 추측했다.

‘하지만 왜 그들을 다시 찾은 거지… 단순히 피가 물보다 진해서..?’

“저어… 샌즈씨?”

내가 고민하는 사이, 토리엘이 나를 여러번 부른 것 같았다.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차가 다 식겠어요. 어서 들어요.”

나는 뜨거운 차를 한 모금, 억지로 넘겼다. 토리엘과 금요일마다 습관적으로 갖는 다과회였다.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농담도 주고 받는 그런 자리.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일주일의 낙과 같은 시간인데, 어째선지 프리스크 걱정에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미안해요, 잠깐 딴 생각 좀 하느라… 무슨 얘기라도 하려고요?”

토리엘은 내 말에 싱긋 웃으며 의자를 옮겨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 프리스크가 바빠서 밤 늦게 돌아올 것 같다던데요, 다과회를 좀 더 길게 가져도 될 것 같아요.”

  나는 시계를 흘끗 봤다. 그녀 말대로, 지금도 프리스크가 돌아올 시간은 훌쩍 넘겨있었다. 그 사이 토리엘은 내게 더 바짝 다가왔다.

“샌즈씨 생각은 어때요?”

토리엘이 물었다. 이젠 그녀의 부드러운 털 하나하나까지도 보일만큼 가까운 위치였다. 손을 뻗지 않아도 닿을 위치. 나는 그녀에게 내 숨이 가빠지는 걸 들킬까, 살짝 숨을 참았다. 딱히 나아지진 않았다.

“제… 생각이 중요한가요..”

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침 삼키는 소리, 시계소리 같은 게 너무 크게 들렸다. 토리엘의 축축한 입술이 내 이에 닿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혀를 탐했다. 더 깊이 빠져들기 직전에, 머릿속으로 프리스크와 파피루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토리엘과 ‘그런’ 사이가 되면, 내가 책임져야할 가족의 수가 늘어날 것이었다. 나는 토리엘이 주는 사랑을 감당하고, 그만큼이나 프리스크를 아껴줌과 동시에 파피루스도 돌봐야겠지. 나는… 그런 책임을 질 인물은 못된다. 나는 그녀를 밀어내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그게… 미안해요 토리, 너무 늦게 들어가면 파피루스가 저랑 일주일은 말을 안하려 그래서요. 내일 봐요.”

나는 어딘가 까끌한 침을 억지로 삼키며 그녀의 집을 나섰다.



프리스크는 일과가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다. 토리엘, 언다인, 정치인 스미스씨, 그리고 또 스미스 씨.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옅은 한숨을 내쉬고, 목도리에 코를 파묻었다.

‘과연 이게, 지금 내가 할 고민인가… 이것보다, 더 중요한 다른 할 일들이 많아.’

프리스크는 고개를 휘저어 걱정들을 떨쳐냈다. 그것 말고도 할일이 산더미였다. 프리스크는 에너지 드링크의 캔을 땄다. 그 때, 핸드폰에 문자 알림이 울렸다. 그의 엄마였다.

-지난 번에 얘기한 거 갖고, 거기서 다시 보자.

프리스크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프리스크의 부친은 다시 감옥에 들어갔고, 그의 모친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할 상황이 되지 않는 듯 했다. 프리스크는 핸드폰을 외투 주머니에 쑤셔넣고, 학교를 나섰다.


나는 복도에 남은 희미한 메타톤 맛 에너지 드링크의 향을 느끼고 뒤를 돌았다. 이건 분명 프리스크다. 그 맛없는 음료를 마시는 건 그 애뿐이니까. 나는 재빨리 복도를 지나쳤다. 그 애가 축제를 준비하지 않는 날은 친부모를 만나는 날이었다. 나는 금세 그 애를 따라잡았다.

그 애는 이어폰을 귀에 끼고, 길을 걸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낡은 스웨터는 5년째 입고, 다크서클은 짙어지고, 언제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다. 그 애는 10년 전에도 늘 위태로워 보였다. 하기사, 위태로우니 그 산에 올랐겠지. 한결 같은 표정으로, 그 많은 위협과 공격들을 맞아왔겠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자신은 바닷속 저 밑에 가라앉게 가둬놓고 그렇게 10년을, 속은 텅 빈 강정 같아도 억지로 웃으며…

‘그러고 보니, 정말 아무도 그 애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았네.’

나는 그 애의 뒤를 좇으며, 다음 기회엔, 이런 방법이 아니라 직접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리스크는 예상대로 자신의 친부모를 만났다. 모친만 자리에 나온 듯 했다. 프리스크는 얼굴이 굳어 모친의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모친은 손을 덜덜 떨며, 프리스크의 손을 잡았다. 프리스크는 살짝 웃어 보이고는, 그녀에게 통장을 보여주었다.

‘통장…’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그는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 했다. 이내 모친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프리스크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게 진짜…!”

“프릭!”

그 여자가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용 포크로 프리스크를 찌르려 들었다. 나는 그것을 마법으로 막아내고, 그 테이블로 향했다. 프리스크는 나를 보고 놀란 것 같았다.

“뭐하시는 겁니까.”

“그쪽은.. 딸꾹… 뭐길래, 모자간의 긴밀한, 딸꾹, 대화에 끼는 거죠?”

여자가 헤벌레 웃으며 말했다. 술냄새와, 역겨운… 냄새가 났다. 아는 냄새였다. 코를 찌르는, 죄악의 냄새. 모든 괴물, 모든 인간들에게서 희미하게 풍기는 냄새가 이 여자에게서는 거의 향수를 뿌린 것처럼 짙게 났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방금 프리스크를 찌르려고 하셨잖습니까. 아동 학대인 걸 모르십니까? 프리스크, 집에 가자.”

내가 프리스크의 손목을 잡았다. 프리스크는 나를 노려보고, 내 손을 뿌리치더니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당황해 그 애가 나간 쪽을 쳐다봤다. 그 애의 눈빛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지하에서 괴물을 상대할 때도 보이지 않았던 눈빛. 나를 저주할 것만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그렇게 또 어색한 며칠이 지났다. 프리스크는 여전히 나에게 아는 체도 하지 않고, 토리엘과도 냉전 상태였다.

“하 드디어 끝…”

그 사이 나는 시험 출제가 끝났고, 행사일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얼음이 다 녹아버린 커피를 쭉 들이키고, 기지개를 켰다.

“행사장도 마무리하러 가볼까…”

  내가 행사장 안에 들어가자, 역시나 프리스크가 일하고 있었다. 요새 부쩍 늦게까지 이곳 저곳의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확인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곤하지도 않나.

나는 그 애를 흘끔거리며, 내 부스를 꾸몄다.

-쿵

큰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프리스크가 쓰러져 있었다.



프리스크가 다시 깨어난 건 다음 날 오후였다. 매일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며, 그 많은 스트레스를 억지로 견뎌온 탓이었다. 방 안을 답답해하는 프리스크에게, 나는 밤산책을 제안했다.

“… 저번에, 널 쫓아간 건 미안해. 널 스토킹 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토리엘이 널 너무 걱정해서, 그래서 간 거야.”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프리스크는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기회지 않을까.

“있잖아, 프리스크. 너는 왜 에봇산을 오른 거야?”

내 물음에 프리스크가 걸음을 멈췄다. 그 애의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맺히는 걸 보았다. 달빛과 가로등빛을 받아 눈물은 마치, 지하에서 보이던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그 사람은… 날 에봇산에 버리고 갔었는데… 난, 또 그 사람을 믿었어. 그래도, 그래도 그 때는 내가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 애였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날 낳은 사람이니까, 이제는 나를 다시 받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 사람을 만나려 한 거였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프리스크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 사람이 다시 연락하고, 난 나를 사랑해준 토리엘에게 상처를 주고, 난 다시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 사람한테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돈이었어. 그냥 돈이 필요한 거였다고. 그러고 나서도 또 나는 돈을 주겠다고…”

프리스크는 말을 마치고, 감정이 북받쳤는지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픔이 바닷물 위로 올라오려 할 때마다 다시 눌렀을 이 애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어른이란 작자들은 왜 이 애의 그 괴로움을 알아봐주지 못했을까.

코끝이 아팠다. 친구라고 믿으면서도, 프리스크를 보호할 능력도 충분했으면서, 외면해오고 모른 척한 내 자신에게서, 악취가 나는 것 같았다.

“야, 꼬맹아, 토리엘은 여전히 널 사랑해. 네가 인간이든, 괴물이든, 친자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야. 파피루스도, 알피스도, 언다인도… 그리고 나도, 여전히 네 편이야. 너는, 또래에 비해 너무 힘든 일들을 견뎌내고 있잖아.넌… 개쩌는 녀석이야.”

내 말에 프리스크가 피식 웃었다. 프리스크는 다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냥 세상 순수한 저런 꼬맹이를, 의심한 나 자신이 미워질 것 같았다. 프리스크가 홱 뒤돌았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샌즈. 엄마하고도 다시 얘기해야겠다.”



에필로그

“이거 다 선생님이 꾸미신 거예요?”

“쩔지?”

행사일이 되었다. 과학 부스는 예년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다. 역시 꼬맹이들은 먹을 걸로 꼬셔야 돼. 그 때, 행사장에 있는 음악을 트는 용도의 스크린에서 음악이 끊기고, 메타톤과 프리스크의 인터뷰 영상이 나왔다. 저걸 다시 보겠다고 당분간 토리엘에게 붙잡혀 있겠군.

“행사를 대사관님이 혼자 주관하시다 쓰러지셨다고 들었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너무 힘들었죠.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제 친구들, 그리고 저희 엄마, 토리엘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끝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이번 행사를 통해, 시민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도 있으신사요?”

“음… 평화와 화합에 가장 필요한 건 아무래도 사랑이죠.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있잖아요? 그래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 주변에는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The End


사실 샌즈 관련된 저의 개인적인 망상 서사도 있습니다만… 프리스크 얘기 쓰다가 힘들어졌슴다…ㅋㅋ 쓰게 된다면 그것도 올릴게요!! 너무 급전개로다 진행한 감도 있고, 수능 말아먹은 상태로 쓰니까 걍 나자신한테 하는 말이 되어버린 관계로 꽤나 아쉽게 끝나버렸네욥… 뭔가 샌즈는… 캐붕같기도 하지만…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아무생각 없는 척, 눈치 없는 척하면서도 모든 걸 꿰뚫어보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어릴 땐 샌즈프리 파였는데 크고 보니 걍 공식은 샌즈토리였던 거 같네요 허허… 나이 차로 봐도 그게 맞는 듯 합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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